[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여러분에게도 추억이 담긴 나만의 인생작이 있나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애청자들의 마음에 남아 있는, 그때 그 드라마를 '명작 되감기'에서 되감아봅니다 <편집자주>
10년 전, 전 국민을 '폐인'(과거 드라마 애청자를 지칭하던 단어)으로 만든 드라마가 있었다. 첫 회 17.2%의 높은 시청률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4회 만에 20%대에 진입했고, 마지막 회 35.2%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광고 역시 20회 모두 완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파리의 연인' 이후 '온에어' '시티홀' 등을 연달아 성공시킨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PD의 여섯 번째 만남이었고, 당시에도 톱스타였던 하지원과 현빈이 남녀 주인공을 맡은 작품이었다. 10년 후에도 여전히 김은숙 작가, 배우 하지원과 현빈의 대표작 중 하나로 불리는,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붐을 일으키며 국민적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 10년 전 '그 남자, 그 여자'들이 열광했던 SBS 토일드라마 '시크릿 가든'이다.
■ 어마어마했던 그 시절 인기작, '시크릿 가든'
2010년 11월 13일부터 2011년 1월 16일까지 방영된 '시크릿 가든'은 무술감독을 꿈꾸는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 분)과 까칠한 백만장자 백화점 사장 김주원(현빈)의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이다.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잘생긴 외모에 능력, 재력 모두 갖췄지만 싸가지만 없는 재벌3세 김주원이 가난하지만 유망한 스턴트우먼 길라임과 사랑에 빠진다. 티격태격 썸을 이어가던 중 두 사람은 제주도의 산자락에 위치한 '신비가든'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받은 꽃술을 먹고 영혼이 뒤바뀐다. 몇 번의 영혼 체인지 끝에 알게 된 사실은 '비가 오는 날' 영혼이 바뀐다는 것. 이후 서로의 생활에 더욱 깊숙이 들어가며 사랑에 빠졌지만 그럴수록 김주원의 엄마 문분홍(박준금)의 반대는 더욱 거세진다. 그러던 어느 날 길라임은 어렵게 오디션에 합격한 액션 영화 '다크 블러드' 촬영 중 큰 부상으로 뇌사 판정을 받게 되고, 뒤늦게 사고 소식을 알게 된 김주원은 길라임을 위해 영혼 체인지를 시도해 대신 의식불명에 빠진다. 마지막까지 반전을 거듭한 끝에 김주원과 길라임은 세쌍둥이를 낳고 잘 사는 해피엔딩을 맞는다.
당시 '시크릿 가든'의 인기는 역대급이었다.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었다는 김주원의 화려한 트레이닝복은 많은 스타들이 따라 입을 정도로 유행을 탔다. 길라임의 입에 묻은 카푸치노 거품을 김주원이 입술로 훔쳐냈던 '거품키스'는 드라마와 예능에서 수없이 패러디됐다. 이외에도 김주원의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길라임의 '문자왔숑' 등의 유행어들이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에서 김주원과 길라임이 봤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시집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은 방송 직후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길라임이 뇌사 판정을 받았던 17회에서는 새드 엔딩을 반대하는 애청자들로 인해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김은숙 작가의 전작 결말이 워낙 충격적이었던 탓일까. 길라임이 뇌사에서 깨어난 것이 아닌 죽고 유령이 됐다는 '길라임 유령설'도 등장했다. 또한 길라임이 제주도 자전거 경주 당시 이미 죽었다는 '길라임 사망설'까지 나타났다. 세상을 떠난 길라임의 부모가 안타깝게 요절한 딸의 사랑을 이루게 해준 거라는 추측이었다. 종영 전 한 영화사이트는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했고 87.5%가 '시크릿 가든'의 해피엔딩을 지지한다는 결과도 등장했다.
■ 그 남자, 그 여자가 열광한 '시크릿 가든'
잘 되는 드라마, 소위 대박 드라마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시크릿 가든'은 '파리의 연인' 이후로 5연속 시청률 흥행에 성공한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PD가 뭉친 작품이었다. 김은숙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로맨스에 '영혼 체인지'라는 판타지를 적절하게 섞었고, 당시 한계에 부딪혔던 판타지 장르를 유행시켰다. '이 어메이징한 여자야', '길라임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삼신할머니 랜덤 덕에 부모님 잘 만나 세상 편하게 사는 남자, 저랑 놀 주제 못됩니다' 등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도 인기에 한몫했다.
주인공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얄미운 인물은 있어도 '악인'은 없었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김주원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문분홍 역의 박준금이다. 김주원과 길라임의 만남을 반대하고 못된 말을 쏟아내지만 번번이 두 사람의 촌철살인 같은 당당함에 밀려 분해한다. 그리고 반대의 이유에는 가난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자식을 낳았지만 결국엔 자신을 떠난 비하인드가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백화점 사장 자리를 노리는 박상무 역의 이병준도 김주원을 곤경에 빠트리려 음해하지만 당하는 사람은 늘 자신이었다. 후에는 시기와 질투가 존경과 부러움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충성을 맹세하며 웃음을 줬다.
드라마의 대박과 함께 OST 인기도 뜨거웠다. 김범수의 '나타나', 백지영의 '그 여자', 성시경의 '너는 나의 봄이다' 등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는 노래로 남았다. 특히 '그 여자'의 남자 버전을 부른 현빈의 '그 남자'는 차트 상위권에 장기간 랭크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당시 '시크릿 가든' OST는 '2010년 최고의 OST'와 '소장하고 싶은 앨범 1위'로 선정되는 등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 '시크릿 가든'이 발굴한 스타들
'시크릿 가든'을 빛낸 배우들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원은 털털하고 중성적인 매력부터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까지 선보이며 '역시 하지원'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현빈은 까칠함도 용서되는 훤칠한 키와 외모, 사랑에 빠진 남자의 순애보로 여성은 물론 남성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았다. 특히 하지원과 현빈의 연기력은 두 사람이 영혼 체인지가 됐을 때 빛을 발했다. 영혼이 바뀐 하지원을 보면 현빈이 보이고, 현빈에게는 하지원이 보였다.
윤상현, 김사랑, 유인나, 이종석도 '시크릿 가든'을 통해 재발견됐다. 윤상현은 한류스타 오스카 역을 맡아 노래실력은 물론 사랑에는 지고지순한 반전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고, 김사랑은 완벽한 듯 보이지만 허당인, 첫사랑 오스카를 잊지 못하는 윤슬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윤슬의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야'라는 대사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대사로 남았다. 유인나는 밝고 낙천적인 길라임의 룸메이트 아영 역으로 김비서 역의 김성오와 귀여운 러브라인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썬을 연기한 이종석의 데뷔 초창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시크릿 가든'을 다시 보는 소소한 재미가 됐다.
[명작◀되감기②] 현빈 "'시크릿 가든', 여전히 축복 같은 작품" (인터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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