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한국 육상이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당초 목표했던 2개 금메달을 훨씬 초과한 4개 금메달로 대회를 마치며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메달은 대부분 그동안 전략적으로 가꿔왔던 종목에서 나왔다.
남녀 멀리뛰기에서 김덕현(광주광역시청), 정순옥(안동시청)이 동반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큰 기대를 했던 여자 100m 허들에서도 이연경(안양시청)이 금메달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남자 마라톤에서 지영준(코오롱)이 이봉주 이후 맥이 끊길 뻔한 한국 마라톤을 살려내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또 대회 2연패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아시아 정상권임을 확인한 은메달리스트 남자 창던지기 박재명(대구광역시청), 남자 110m 허들에서 동메달을 따낸 박태경(광주광역시청) 등도 결코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메달을 획득해냈다.
그밖에 남자 장대 높이 뛰기 김유석(대구광역시청), 남자 10종 경기 김건우(문경시청), 남자 경보 김현섭(삼성전자), 여자 포환던지기 이미경(태백시청) 등이 값진 메달을 수확하며 금메달 4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대회를 마쳤다.
이는 1998년 방콕 대회와 똑같은 기록이었다.
한국은 2002년 부산 대회에서는 금메달 3개, 2006년 도하 대회에서는 금메달 1개에 그치며 뚜렷한 하락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는 금메달을 하나도 따내지 못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멀리뛰기, 마라톤, 창던지기, 경보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다시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었다.
이번 대회는 한국 육상에 아주 중요한 대회나 다름없었다. 바로 내년 8월,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9개월 정도 앞두고 사실상 중간 평가와 같은 대회였기에 선수들이 임하는 각오는 남달랐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4개의 금메달을 따내고 결선 진출 나아가 메달 가능성이 있는 전략 종목에서 좋은 성적이 나와서 희망을 볼 수 있었던 이번 아시안게임이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단거리 트랙 종목에서 부진했고, 메달리스트들의 기록 역시 세계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못 미쳤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번 대회에서 트랙 종목 메달을 따낸 선수는 남녀 허들 외에는 단 한 종목도 없었다. 특히 남자 100, 200m에서 김국영, 전덕형 등이 메달에 도전했지만 모두 벽에 막혔고, 계주에서도 아시아에서조차 실력 차를 절감하며 결선에도 나서지 못했다.
메달리스트 기록에서도 정순옥이 자신의 한국 기록(6m76)에 23㎝나 모자란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고, 이연경도 역시 본인 최고 기록이자 한국 기록(13초00)에 0.22초나 늦으며 금메달을 따냈다. 최고 수준의 기량이 나와야 할 큰 대회에서 다소 이에 미치지 못한 기록이 나온 것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한국 육상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내년 세계육상선수권에 대비해 본격적으로 도전한다.
새로운 희망과 과제를 안은 한국 육상이 더 새로워진 모습으로 내년 홈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가능성 있는 전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육상 금메달리스트' 김덕현-지영준-정순옥-이연경 (C) Gettyimages / 멀티비츠]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