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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리듬체조 일루션] '리듬 걸스'가 흘린 눈물의 의미

기사입력 2010.11.26 08:13 / 기사수정 2010.11.26 09:3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아시안게임이 저의 마지막 대회가 될 것 같아요. 15년 동안 리듬체조만 해왔는데 막상 무대를 떠나면 많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 올해는 오로지 아시안게임만 바라보고 훈련에 전념했어요. 선수들과 항상 방에서 얘기할 때, 꼭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하자는 말을 많이 했었죠. 4명의 기량이 고르기 때문에 모두 열심히 해준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리듬체조의 '맏언니' 이경화(22, 세종대)가 남긴 말이다.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인 신수지(19, 세종대)와 손연재(16, 세종고)가 등장하기 전, 국가대표 에이스였던 그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르는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리듬체조 대표팀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팀 경기에서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동메달을 획득한 일본과의 점수 차이는 겨우 0.6점 차이였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후, 8년 만에 메달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경화, 신수지, 김윤희(19, 세종대), 손연재로 구성된 한국 리듬체조 대표팀은 25일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 결선에서 최종 합계 255.850점으로 4위에 머물렀다. 3위는 256.450점을 받은 일본이 한국을 간발의 차이로 제치고 동메달을 가져갔다.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이번 대표팀은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선수 전원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신수지는 심각한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손연재 역시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기대 이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했다. 지난 9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0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손연재는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줄(26.05점), 후프(26.450), 볼(26.350), 리본(26.500)점을 받았다. 4종목에서 모두 26점을 넘기면서 선전했다.

김윤희는 줄과 후프, 그리고 리본에 출전했고 이경화는 자신의 주 종목인 볼에 출전했다. 다른 국가들이 '에이스'의 점수에 의존한 것과 비교해 한국은 고른 점수를 얻었다. 신수지도 4개 종목에 출전해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하지만, 한국보다 한수 아래로 평가받던 일본이 치고 올라왔다. 에이스 오누키 유리아를 받쳐주던 야마구치 루나가 선전하며 4개 종목에서 모두 25점대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 신수지는 아시아 선수로서는 유일하게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장기적으로 리듬체조에 투자해온 일본도 이룩하지 못한 성과였다. 내년 대학을 졸업하게 되는 이경화는 어쩔 수 없이 선수 이외의 길을 찾아야만 한다.

일본과 중국처럼 리듬체조 전문 클럽이 없는 한국은 대학을 졸업하게 되면 사실상 선수 생명이 끝나게 된다. 몸 관리가 잘되면 20대 중후반까지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리듬체조를 생각할 때, 아쉬운 현실이다.

일본은 수년 동안 국제 대회인 '이온컵'을 개최하고 있다. 이 대회에는 '리듬체조의 여왕'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0, 러시아)와 다리아 콘다코바(19, 러시아)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초청하고 있다. 자국 선수들이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을 하면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장기적인 투자와 국제대회 유치로 리듬체조를 지원한 일본은 0.6점차이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와 비교해 국내 리듬체조 선수들은 영하 10도가 되는 추운 겨울에도 난방이 되지 않는 차디찬 체육관에서 벌벌 떨며 훈련을 하고 있다.

팀의 막내이자 에이스인 손연재는 자신의 연기가 끝난 뒤, 화면을 통해 환하게 미소 지었다. 실수가 없었던 자신의 연기에 만족했지만 이내 메달권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올 초에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부터 9월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까지 4명의 소녀들은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을 한목소리로 외쳐왔다. 하지만, 일본 리듬체조 환경과 한국의 척박한 현실은 '0.6점의 차이'로 극명하게 드러났다.



[사진 = 손연재, 이경화, 김윤희, 신수지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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