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③에 이어) “연기하는 게 즐거워요.”
남규리는 MBC 드라마 ‘카이로스’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그리고 유중건설 이사 김서진(신성록 분)의 아내 강현채 역을 맡아 열연했다. 반전 있는 이유 있는 악역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캐릭터에 몰입하느라 응급실만 세 번을 실려 갔고 체중도 확연히 줄었다. 그럼에도 연기를 할 수 있음이 행복하단다.
“캐릭터에 몰입하고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게 연기라는 게 절 즐겁게 해요. 피로와 싸우고, 힘든 감정신과 싸우면서도 현장에 가면 심장이 뛰어요. 원동력은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타임크로싱 드라마의 특성상 강현채 역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완벽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였지만 딸 다빈(심혜연)을 유괴당하고 목숨을 끊는다. 하지만 모든 건 가짜였다. 서도균(안보현)과 내연관계, 유괴 계획, 불행한 가정환경 등 회를 거듭할수록 민낯이 드러났다.
“사람들은 모두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잖아요. 누구나 지금 하는 선택들 혹은 그때의 선택으로 인해 미래가 바뀌지 않을까? 상상을 하잖아요. 과거의 선택으로 미래가 바뀐다는 것이 참 흥미로웠어요. 작가님의 세계관이 느껴졌거든요. 제가 그동안 해왔던 크고 작은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알 수 없는 끌림이 오더라고요.”
함께 호흡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내비쳤다. 파트너 복을 느낀 작품이었다.
“모든 배우들과 호흡은 잘 맞았어요. 강현채라는 캐릭터가 워낙 스폰지처럼 흡수하며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라 관계성과 목적에만 정확한 감정이 정리되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었어요. 신성록, 안보현 두 분 다 너무 잘 맞아서 의외였어요. 많은 배우들이 한마음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인데 감독님을 비롯해 모두 좋은 배우, 사람들과의 촬영 현장이었어요. 다른 배우분들은 다들 잠깐씩 만났지만 ‘카이로스’라는 드라마 자체가 사실은 다들 너무나 선한 사람들의 집합체여서 의외성을 보일 수 있게 된 드라마가 아니였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역배우 심혜연에 대한 흐뭇함도 감추지 않았다.
“저를 너무 잘 따라줬고 촬영 외에도 정말 현채엄마를 좋아해 주는 사랑스러운 딸이었어요. 촬영하는 날이면 반기며 달려와 품 안에 폭 안기곤 했어요. 끝날 때도 이모 이제 못 본다며 엄마가 손수 만든 샤넬 수세미를 갖고 와서 울듯 말 듯 한 얼굴로 가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그래서 엄마 역을 할 때 자연스럽게 사랑스럽게 대하는 장면이 묻어날 수 있었어요.”
첫 모성애 연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남규리는 실제 결혼과 아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결혼과 아이, 가족은 하늘이 주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오래 전 깨달았다”라고 밝혔다.
남규리는 그룹 씨야 출신이다. 배우로 전향 후 자신의 색깔을 가진 연기자로 인정받았다.
“가수 출신 꼬리표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어요. 매번 편견과 부딪혀야 했죠. 그런데 단번에 없애버리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연기할 수 있음에 모든 것에 감사했어요. 연기할 때 정말 좋거든요. 체력적으로 몸은 힘들어도 만족스러운 연기를 하고 온 날은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기분이에요. 어느 순간 어떤 상황도 작품도 평가도 겸허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진심은 통하게 돼 있으니 나만의 노력과 신념으로 하다 보면 언젠가는 알아주시는 분들이 생기겠지 라고 생각하며 달려가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씨야, 가수 활동에 대한 변함없는 바람을 전했다.
“내게 노래와 연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울메이트인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어요. 씨야 활동을 위해 녹음해 둔 곡이 있어요. 팬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료 배포하고 싶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아쉬워요.”
남규리는 무지개빛 컬러를 소화하는, 어떤 캐릭터의 옷을 입어도 잘 소화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밝은 역할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묵묵히 노력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2020년은 카이로스로 정말 기회의 신이 와줬어요. ‘슈가맨’을 통해 추억을 소환하고, ‘카이로스’로 내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었어요. ‘온앤오프’를 통해 대중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또 다른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2021년은 한발 더 나아가 저만의 긍정 에너지와 저만의 분위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신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연기적으로도 사람으로서도. 역할과 캐릭터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고, 녹아들어 연기하는 안주하지 않는 배우가 될 거예요. 2021년에는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남규리 측, MB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