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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타이밍상'은 '다만악'·'심스틸러' 박소이…놀라움·웃음 안긴 영화 속 순간들 [2020 엑's 초이스]

기사입력 2020.12.28 07:00 / 기사수정 2020.12.28 19:08


연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끝을 바라보고 있다. 매해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시상식들도 거리두기와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되며 예년같은 화려한 분위기를 찾기는 어려워졌다. 엑스포츠뉴스에서는 연말의 아쉬움을 달래고, 또 다가오는 2021년 코로나19 극복을 바라며 가요·방송·영화 부문을 나눈 자체 시상식으로 올 한 해 각 분야에서 잊지 못할 활약을 펼친 이들과 순간들을 다시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연초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석권으로 기분 좋은 시작을 열었던 올해 영화계는 갑작스레 닥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직격탄을 맞으며 어두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 14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가결산에 따르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한국 영화산업 주요 부문인 극장 매출·디지털 온라인 시장 매출·해외 매출을 합산한 추산액은 대략 9132억 원으로, 1조 원을 채 넘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한국 영화시장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던 지난 해 2조 5093억 원에 비해 무려 63.6%(1조 5961억 원) 감소한 수치다.

지난 11월에는 전월 대비 22.4%(104만 명), 전년 대비 80.7%(1501만 명) 감소한 359만 명의 전체 관객 수를 기록하며 영진위 통합전산망이 본격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의 11월 관객 수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달 재확산된 코로나 여파로 개최 예정이던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연기되는 등 어려운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다. 신작들의 연이은 개봉 연기로 예년보다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없던 것이 올해의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놀라움과 웃음, 감동을 남긴 인상깊은 순간들을 모아 그 의미를 되짚어봤다.


▲ "이성민이기에, 이성민이니까 또 해냈다"…'싱크로율 100%상' : 이성민 ('남산의 부장들')

1월 22일 개봉해 47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이름을 남길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은 이성민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다시 확인시켜 준 작품이기도 하다.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남산의 부장들'에서 이성민은 대한민국 대통령 역을 연기하며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역할을 위해 특수분장과 의상의 도움을 받았고, 수많은 자료들을 참고하며 말투, 표정, 걸음걸이까지 완벽하게 연기한 이성민은 극에 현실감을 더했다는 호평을 얻으며 지난 6월 열린 제25회 춘사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 노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남산의 부장들' 이후 개봉을 기다리는 이성민의 출연작으로는 '제8일의 밤', '대외비:권력의 탄생', '리멤버', '핸섬 가이즈', '기적' 등이 남아 있다. 2021년에는 모든 작품들이 정상적으로 개봉해 이성민의 더욱 다양한 얼굴을 만나보길 바라게 된다.


▲ "해효 형, 지금 웃고 있을 때가 아냐"…'넉살상' : 권해효 ('반도')


7월 9일 '반도' 언론시사회가 열렸던 날, 아역 이예원의 입담으로 현장에 웃음꽃이 핀 순간이 있었다.

'반도'에서 민정(이정현)의 딸 유진 역을 연기한 이예원은 언론시사회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강동원, 이정현과 호흡한 이야기를 꺼내며 "정현 엄마나 강동원 선배님이 이렇게 유명한 분인지 처음에는 몰랐다. 옛날에 엄청나게 유명했다고 하시더라"고 말해 주위를 폭소케 했다.

천진난만한 이예원의 발언에 현장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이예원은 '반도'에서 김노인 역을 연기한 권해효를 향해 "그리고 권해효 할아버지는~"이라며 또박또박 말을 이어가 모두를 박장대소하게 했다.


당시 이예원의 옆에 자리했던 권해효의 모습이 주목받았다. 이예원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던 권해효는 자신을 '할아버지'라고 자연스럽게 부르는 이예원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촬영을 이어갔다.

이후 이 영상이 온라인 상에서 회자되며 누리꾼 사이에서 "본인을 할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는데 지금 웃을 때가 아니다", "그런데도 꿋꿋하게 계속 촬영하는 게 더 웃김" 등 유쾌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관심을 모았다.

극 중 김노인이라는 캐릭터로 등장했지만 현실에서는 1965년 생으로,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듣기엔 다소 젊은 그의 모습이었지만 넉살 좋게 아이의 순수함을 받아들여주는 권해효의 인간미가 돋보이던 순간이었다.


▲ "그 때 개봉 안 했으면 어쩔 뻔!"‥'기막힌 개봉 타이밍상' :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7월 15일 '반도'에 이어 8월 5일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까지, 코로나19가 잠시 진정세를 보였을 당시 이들 영화가 개봉하며 잠시나마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은 때가 있었다.

특히 누적 관객 수 435만 명을 기록하며 올해 흥행작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개봉 후 꾸준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여름 신작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7월 28일 열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시사회 역시 극장가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라는 관계자들의 마음이 엿보이던 때였다. 당시 신작 '교섭' 촬영차 요르단에 머물던 황정민은 화상 연결을 통해 간담회에 참여했고, 한층 더 높아진 텐션으로 반갑게 인사를 전해 현장에 유쾌함을 안기기도 했다.

호평 속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8월 광복절 연휴까지 400만 고지까지 넘어 장기 흥행으로 달려가던 중, 18일께부터 재확산된 코로나19 여파에 발목을 잡히며 안타깝게 질주를 멈춰야 했다. 관객들 사이에서도 "그 때 개봉 안 했으면 어쩔 뻔했냐"며 짧은 시간동안 남다른 존재감으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행보에 응원을 보냈다.


▲ "보기만 해도 힐링"…'심(心)스틸러상' : 아역 박소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담보')

어느 때보다 안타까움이 가득했던 올해 영화계지만, 볼수록 따뜻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아역 박소이의 활약상이 눈에 띄었다. 박소이는 8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9월 '담보'에 등장, 남다른 존재감으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2012년 생으로 올해 아홉 살인 박소이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는 인남(황정민)의 딸 유민 역으로, '담보'에서는 하지원의 아역으로 9살 승이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빠져들 것 같은 맑은 눈망울에서 비롯되는 웃음, 눈물 등 감정의 표현이 관객들의 몰입을 도왔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홍원찬 감독도 "박소이가 오디션에 등장하자마자 우리가 찾던 캐릭터라고 생각했다"며 애정을 드러냈고, '담보'에서도 3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어린 승이의 과거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이대로 잘 자라줬으면 하는 아역 배우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 "초등학교 어디 나왔어요?"…'미친 존재감' 상 : 양동근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9월 개봉한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을 본 이들이라면 절대 잊지 못할 대사 "초등학교 어디 나왔어요?"가 양동근의 대사와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어우러지며 '미친 존재감'을 자랑, 관객들의 뇌리에 남았다.

죽지 않는 언브레이커블을 죽이기 위한 이야기를 그린 코믹 스릴러'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에서 양동근은 미스터리 연구소의 소장이자 양선(이미도)의 연인 장 소장 역으로 극의 웃음을 책임졌다.


오랜만에 코미디에 복귀한 양동근은 물 만난 고기처럼 특유의 개성 넘치는 연기로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누구보다 진지하게 연기에 임하고 있는 양동근은 "한 신 한 신 정말 진지하게 임했다"고 전하며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마음을 비우고 연기하려고 했다"면서 연기에 임하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영화는 더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지는 못했지만, 영화 속 양동근이 연기만큼은 아역부터 이어온 34년차 배우의 내공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다는 호평 속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각 영화 스틸컷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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