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영아 인턴기자] ‘허쉬’가 누구나 공감할 현실적인 이야기로 진한 여운을 안겼다.
JTBC 금토드라마 ‘허쉬’는 월급쟁이 기자들의 울고 웃는 밥벌이 라이프를 리얼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이끌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기자라고 부르지만 여기는 그냥 회사다”라는 극 중 한준혁(황정민 분)의 말처럼, 때로는 정의 구현보다 밥그릇 사수가 우선일 수밖에 없는 직장인 기자들의 갈등과 고뇌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사는 매일한국 기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 혹은 우리 ‘가족’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다채롭게 유도, 공감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허쉬’의 진가가 여기에 있다.
스펙 사회에 짓눌려 정규직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청춘, 누군가는 승진에 애를 태우고 누군가는 버티기가 최대 목표인 이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인턴부터 잔뼈 굵은 베테랑까지, 전쟁터 같은 밥벌이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장인 기자들의 모습은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선사했다. 팍팍한 현실에 건네는 담담한 위로에 시청자들도 뜨겁게 공감했다. 무엇보다, 현실에 밀착한 대사들은 곱씹을수록 진한 여운을 안기며 공감의 깊이를 더했다. 이에 첫 방송부터 세대를 불문하고 감정의 동기화를 일으킨 공감 대사를 짚어봤다.
# “눈물은 아래로, 숟가락은 위로”, 씁쓸한 현실에 건넨 황정민의 담담한 위로 (1회)
1회의 부제는 ‘밥’이었다. ‘고인물’ 한준혁과 ‘극한인턴’ 이지수(임윤아)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하지만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에겐 반전이 있었다. 열정 충만했던 한준혁의 펜대를 꺾은 6년 전 사건, 가짜 뉴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이용민(박윤희) PD가 바로 이지수의 아버지였던 것.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한준혁과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삼키며 맨밥을 밀어 넣는 이지수의 과거는 앞으로 풀어나갈 두 사람의 이야기를 궁금케 했다.
기에 더해진 “눈물은 아래로 떨어져도, 숟가락은 위로 올라가야 하니까”라는 한준혁의 내레이션은 진한 울림을 남겼다. 시련과 슬픔 속에서도 살아내기 위해 밥을 한술 떠 넣고야 마는 이들의 모습은 어떠한 위로의 말보다 깊게 와닿았다. 그렇게 각자의 시간을 버텨낸 두 사람은 매일한국에서 만났다. 오수연(경수진)의 죽음 앞에서 또다시 침묵을 강요하는 나성원(손병호)을 보며 “그들이 말하는 진실은 언제나 침묵이라는 그릇 속에 담겨 있다”라고 되뇌는 한준혁, 그의 변화에도 궁금증을 더했다.
# “밥은 펜보다 강하다”, 현실 직시한 임윤아의 ‘공감 만렙’ 좌우명 (1회)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소신 청춘 이지수는 매일한국 인턴 면접장에서부터 빛을 발했다. “펜은 총보다 강하지만, 밥은 펜보다 강하다”는 좌우명 하나로 인해 신개념 인턴으로 주목받은 이지수. 황당한 답변에도 그가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공감의 힘이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가치 중에 먹고사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현실을 꼬집는 대사이자, ‘허쉬’를 관통하는 주제기도 하다. 방송 전부터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시킨 이지수의 이유 있는 ‘밥타령’은 ‘진짜' 기자로 성장할 극한 인턴 이지수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 “월급쟁이 기자들” 자처하는 이승준과 유선의 웃프고도 짠내나는 자조 (1,2회)
열정의 불씨가 꺼져가는 것은 ‘고인물’ 기자 한준혁만이 아니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선배인 디지털 뉴스부의 김기하(이승준) 팀장, 사회부의 양윤경(유선) 차장 역시 속절없는 세월과 어찌할 수 없는 불합리한 현실 앞에 식어가는 중이다. 그저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 것이 목표인 김기하 팀장은 입버릇처럼 말한다. “월급쟁이들 안 잘리고 버티면 성공”이라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내뱉는 그 말속에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 녹아있다. 그나마 거침없는 ‘양캡’ 양윤경의 경우는 나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자신 역시 별수 없이 꺾여가는 것을 인정하며 “여기 기자가 어디 있냐? 그냥 다 먹고 살겠다고 붙어있는 월급쟁이들이지”라는 그의 한숨 섞인 자조는 직장인들의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 ‘노 게인, 노 페인’ 경수진의 유서 한 줄에 담긴 뼈 때리는 현실과 일침 (2회)
‘부장인턴’ 오수연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차가운 현실에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는 결국 고단했던 청춘의 생을 마감했다. 인턴으로서의 마지막 날까지도 부당한 요구로 당직을 서게 된 그는 ‘노 게인, 노 페인’이라는 기사를 남기고 매일한국에서 뛰어내렸다. 그의 유서는 큰 파장을 불러왔다.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는 ‘노 페인, 노 게인’을 뒤집은 오수연의 ‘노 게인, 노 페인’은 이 시대에 날리는 뼈 때리는 일침과도 같았다. “아무것도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고통도 없을 것이다”라는 한 줄은 씁쓸한 현실을 짚었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마지막 문을 열리지가 않네요”라며 하소연하던 오수연. 그의 노력을 알기에 죽음은 더욱 안타까웠고, 마지막 인사는 슬픔을 넘어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허쉬’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11시 방송한다.
enter@xportsnews.com / 사진 = JTBC '허쉬' 방송 캡처
김영아 기자 ryeong001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