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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노트북] 전도연 "저는 제 맨얼굴이 진짜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기사입력 2020.11.08 10:00 / 기사수정 2020.11.07 20:20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저는 제 맨얼굴이 진짜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화면에 보이는 제 모습이 예뻐야 된다는 생각은 사실 해본 적 없거든요. 그 때 그 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뿐이에요. 최고로 예뻐 보이고 싶을 때요? 사랑하는 사람 앞에 있을 때죠!" (2015.08.10. '협녀, 칼의 기억' 인터뷰 중)

전도연.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다른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이자, 한국 영화계의 한 부분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1990년 데뷔 이후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누구보다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바삐 누볐고, 다채로운 얼굴로 다양한 인물을 그려내며 대중과 소통해왔죠.

2015년,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코를 찡긋하며 짓는 눈웃음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걸 연예인에게 기가 빨린다고 해야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날 만큼,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단단한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졌죠.

더욱 눈에 띄는 것은 그녀의 말간 얼굴이었습니다. 수수한 민낯이었지만, 그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봐왔던 전도연의 얼굴들과도 맞닿은 결이 존재했습니다. 그만큼 화면 안에서 누구보다 자연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보여줘 온 그녀였기 때문이었겠죠.


영화 데뷔작이었던 '접속'(1997)을 시작으로 '해피엔드'(1999),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1), '피도 눈물도 없이'(2002), '너는 내 운명'(2004), '밀양'(2007), '멋진 하루'(2008), '하녀'(2010), '집으로 가는 길'(2013), '무뢰한'(2015) 등에 이어 당시 '협녀, 칼의 기억'에 이르기까지, 전도연은 탄탄하게 다져온 필모그래피 속에서 늘 오롯이 캐릭터로 자리해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더해진 세월의 흐름 속에서, 당시 데뷔 25년을 맞았던 전도연에게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을 선택할 때 스스로 생각하는 기준들이 달라진 점이 있냐'는 물음이 이어졌습니다. 보여지는 직업인 배우로 일하며 20대부터 오랜 시간 얼굴을 노출해왔고, 그렇기에 시간과 맞닿아가며 마냥 신경 쓰지 않을 수만은 없는 외모에 대한 언급도 조심스레 더해졌고요.

이에 전도연은 "무언가를 어떻게 하기 위해서, 저 자신의 길을 선택해 오진 않았어요. 그 때 그 때 순간에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해왔죠. 그리고 저는, 제 맨얼굴이 진짜 예쁘다고 생각했어요"라며 특유의 밝은 웃음으로 답을 전했습니다.

"어릴 때는 조금 다른 생각을 했는데…. 화면에서 보이는 모습이 제일 예뻐야 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제가 제일 예쁘게 보이고 싶을 때는 남자친구, 사랑하는 사람 앞에 있을 때였죠. 화면 안에서의 저는 그냥 배우이면 되는 것이잖아요. 그 인물에 적합한 것이라면 당연히 (외모적인 부분도) 내려놓을 수 있고요. 아, 물론 지금의 저는 예뻐 보였으면 좋겠어요!(웃음)"


곱게 단장한 모습도 누구보다 매력적이지만, 전도연은 때론 맨 얼굴이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지난 해 개봉한 '생일'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을 절절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더 큰 울림과 공감을 안긴 데는, 캐릭터에 맞춰 더욱 꾸밈없이 자신을 내려놓았던 전도연의 진심이 있었죠. 이는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해내고 싶은, 전도연의 의지가 담겨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전도연은 '해피엔드'의 베드신을 언급하면서 "노력으로 할 수 있다면 해내고 싶어요. 베드신 같은 것도, 부끄러움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거든요. 배우라고 해서 그런 부분을 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이것이 노력으로 해낼 수 있는 부분이고, 또 그 인물에 적합한 모습이라면 포기하고 싶지 않아져요. 그렇게 한 작품씩 할 때마다 연기의 폭도,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생각들도 넓어지는 것 같고요"라고 소신을 밝혔죠.


2015년 이후에도 전도연의 활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2016년에는 11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었던 '굿와이프'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스크린에서도 '남과 여'(2016), '생일'(2019), '백두산'(2019) 특별출연, 올해 2월 개봉한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짐승들'까지 쉼없이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당시의 마음가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지난 9월 한 화보 인터뷰에서도 '진심'은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라며, "익숙한 것보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할 때 더 재미있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죠.

최근에는 송강호, 이병헌, 김남길 등과 함께 한 영화 '비상선언' 촬영을 마쳤습니다. 남부러울 것 없는 화려한 필모그래피와 경력을 가진 그녀지만 언젠가는 "천만 영화도 한 번 찍어보고 싶다"며 마음속에 남아있던 바람을 숨김없이 얘기하기도 했죠. '비상선언'은 전도연의 소망만큼이나 지켜보는 관계자들에게도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증명할 수 있을 기대작으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비상선언'도 지금의 어려운 코로나19 상황을 뚫고 관객들에게 온전히 다가갈 수 있길, 그리고 또 다시 새로운 얼굴로 끊임없는 변신을 보여줄 전도연 역시 이 작품을 통해 한 번 더 '비상'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각 영화 스틸컷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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