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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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닮은 역할"…김혜수 밝힌 #母빚투 #은퇴 #이정은·김선영♥ [인터뷰 종합]

기사입력 2020.11.05 16:10 / 기사수정 2020.11.05 16:06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배우 김혜수가 '내가 죽던 날'로 이정은, 김선영이라는 소중한 인연을 얻었다고 밝혔다. 또한 8년 전 모친의 빚투, 은퇴를 결심했던 일화도 털어놨다.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의 배우 김혜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영화. 김혜수는 사라진 소녀를 추적하는 형사 현수 역을 맡아 사건 이면의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의 집요함과 일상이 무너진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훌륭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날 김혜수는 "'국가부도의 날' 촬영을 마쳤을 때였다. 대본을 몇 권 쌓아놨는데 '내가 죽던 날'이 제일 위에 있었다. 그런데 제목이 확 줌인이 되더라. '이 영화 해야하나' 기분이 이상했다. 또 나랑 현수랑 상황이 다른데 내 이야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연기가 힘들다기 보다는 '그냥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박지완 감독이 신인이다. 신인 감독이 활력이 되는 것도 있지만 현장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작업의 어려움들이 있다. 그래서 보통 글이 좋을 경우에는 감독님 전작을 다 보는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도 못하고 글이 너무 좋아서 선택했다. 나중에 미팅하고 스태프, 연기자들이 투입된 후에야 '감독님 전작도 확인 못했구나' 알았다"고 웃음을 지었다.  

무언의 목격자 순천댁 역에는 이정은이,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에 처한 현수를 가장 가까이에서 위로하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절친 민정 역에는 김선영이 분했다.   


김혜수는 이정은에 대해 "동갑 정도로 알고 있는데 나이를 물어보지 않았다. 인격적으로, 인간적으로도 좋고 연기도 잘하는 분들은 어른 같은 게 있는데 정은 씨는 솔직히 저보다 어른 같았다. 카메라 앞에서 정직할 수 있다는 건 담대해진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그분은 그렇게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동경하는 게 있다. 배우로서 우러러보는 분"이라며 "이정은 같은 사람을 알게 되고 친구가 됐다. 마음을 가까이 얻은 게 너무 소중해서 이 작품에 감사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김선영이라는 배우를 만난 것도 못지않게 감사하다. 정말 좋은 배우더라. 제가 오래 한 생각이 있다. 과거에 연기를 못하고 열심히 해도 안될 때, 지금은 잘 모르고 연기가 잘 안되지만 하루하루 시간을 잘 보내고 조금 더 내실을 기해서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인생을 보여주고 인간을 표현하는 게 우리 일이지 않나. 내 인생이 잘 다져져서 흘러가면 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 보니 배우로서 훌륭하지만 인격적으로 정비된 배우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정은 씨와 선영 씨를 만나면서 그런 배우를 만나게 됐다. 한 작품에서 둘이나 만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에 (감사함이) 너무 크다. 두 분과 인연이 생기지 않았다고 해도 작품을 같이 한 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승패와 상관없이 너무 소중하고 크다. 그것만으로도 예상하지 못한 걸 얻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과거 모친이 지인들에게 13억에 달하는 거액을 빌리고 갚지 않은 일로 지난해 '빚투'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받은 아픔이 있다. 당시 김혜수는 소속사를 통해 "십수 년 전부터 어머니가 많은 금전문제를 일으켜 왔고 이를 변제해왔다. 2012년에도 전 재산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빚을 다시 부담했고 이 과정에서 관계를 끊게 됐다. 이번 일은 8년 가까이 연락이 끊긴 어머니가 가족과 상의 없이 일으킨 문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김혜수는 개인사의 아픔을 극복한 극중 역할인 현수와 실제 김혜수의 경험담을 묻는 질문에 "실제의 저는 심리적으로 현수와 비슷했지만 조금 달랐다. 오히려 현수랑 반대였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 개인사가 알려진 게 작년이지만 (모친의) 그 일을 처음 안 건 2012년이었다. 그때는 일을 할 정신이 아닐 정도로 너무 놀랐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극중 친구인 민정(김선영 분)이가 '너 어떻게 변호사 약속을 까먹어'라고 걱정하니까 현수가 '내 인생이 멀쩡한 줄 알았다. 진짜 몰랐다'라고 한다. 근데 제가 그 말을 실제로 했었다. 우리 언니가 '진짜 몰랐냐'고 묻는데 '진짜 몰랐다'고 한 적이 있다. 영화 속 그 장면을 보면 제가 진짜 소름 돋아 있다. 그렇게 (현수랑은) 묘하게 닮은 지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김혜수는 "(모친의 일을 알았던) 당시 저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또 제가 일을 시작해서 이 일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한공주'에서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요'라는 대사와 극중 세진(노정의)이 '모르는 것도 죄죠'라는 마음이 공존했다. 그래서 주변에 '나는 일을 안 할 거고, 할 수 없고, 정리할 수 있는 것들은 정리해야겠으니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때 정말 극중 민정이 같은 제 친구가 '선배 3년만 죽었다 생각하고 일을 하자'고 했다. 너무 일을 하기 싫었지만 '배우로서 내가 해 온 시간을 더럽히지 않고 마감하리'라 생각이 들어서 일을 했다. 지나고 보니 굉장히 고맙더라. 그 상태에서 했던 드라마가 '직장의 신'이었다. 현수처럼 일을 하는 동안에는 잊을 수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저도 현수처럼 친구가 있었고, 무언의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 일이 돌파구가 돼주기도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3년 전 은퇴를 생각했던 일화도 털어놨다. 김혜수는 "2017년이었나. 겨울에 친구들과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새벽에 TV를 보는데 EBS 채널에서 영화 '밀양'이 나왔다. 검색해봤는데 영화가 만들어진 지 10년이 됐더라. 당시에도 봤고 10년 후에 다시 보게 됐는데 그런 생각이 덜컥 들었다. 거기 나오는 배우들이 너무 위대하게 느껴지면서 '연기는 저런 분들이 하셔야지' 싶었고 동시에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전에는 마음이 괴로웠다. '난 왜 늘 20% 부족할까' 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어쩌라고' 싶더라. 마음이 괴롭지 않고 심플하게 마음이 정리됐다. 이창동 감독님, 전도연, 송강호 배우에게 문자를 하고 싶은데 새벽 3시라 못했다(웃음). 저렇게 훌륭한 배우가 있다는 게 눈물이 났고 '난 여기까지'라는 심플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들어오는 작품을 계속 거절하면 은퇴 아닌가. 그런데 몇 개월 있다가 '국가부도의 날' 시나리오를 보는데 (하고 싶어서) 피가 거꾸로 솟았다(웃음). '밀양'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처음이었고 연기자로서 모든 인생을 심플하게 정리하는 분위기라 자연스럽게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치사하게 몇 개월 만에 '이것까지만 해야지' 싶더라. 그렇게 지금까지 왔다. 너무 웃기지 않나"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내가 죽던 날'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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