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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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없이' 감독 "유아인과 문승아의 관계, 헷갈리길 원했다"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20.11.08 07:00 / 기사수정 2020.11.07 19:28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홍의정 감독이 영화 '소리도 없이'가 자신의 이야기에서 출발했다고 털어놨다. 

'소리도 없이'는 말없이 묵묵히 범죄 조직의 뒤처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소리 없는 청소부 태인(유아인 분)과 살기 위해 누구보다 신실하고 근면 성실하게 범죄 조직의 뒷처리 일을 하는 신실한 청소부 창복(유재명)이 유괴된 아이 초희(문승아)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되고, 그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최근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홍의정 감독은 '소리도 없이'의 원제가 '소리도 없이 괴물이 된다'였다고 밝혔다. 과거 자신을 괴물이라고 생각했다는 홍 감독은 "태어났을 때 스스로를 결정하지 못한 환경에서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잘하는 것과 부족한 것들을 찾았고, 그렇게 발버둥 치면서 어떤 형태로 자라난 괴물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처음 시나리오를 썼던 시기는 2016년. 홍 감독은 "그때는 이 이야기가 남겨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그냥 '내 이야기다'라는 마음으로 썼다. 그래서 지금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게 이상하다. 혹자는 권선징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냐고 묻는데 꼭 그런 건 아니었다. 현실로 돌아오면 기분이 울적해지는 나를 위로하자는 마음에서 썼다"고 이야기했다. 

'소리도 없이'가 별주부전과도 맞닿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홍 감독은 "토끼의 시선으로 보면 자라에 의해 납치를 당한 게 아닌가. 그런데 제가 어릴 때 봤던 책에서는 살기 위해 꾀를 써서 나온 토끼를 얕고 교활한 것처럼 묘사를 했다. 그런데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기 위해 했던 행동을 '악하다, 선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 점에서 태인과 초희 캐릭터 양쪽이 다 이해가 가는, 누구의 편도 들어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유괴범이 된 태인'과 '유괴된 아이 초희'와의 헷갈리는 관계에 대해서는 "초희가 태인의 엄마 같은 사람이었으면 했고, 태인이 결핍된 엄마의 모습을 초희에게서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반면 초희는 태인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행동들이 생존을 위한 목적이라 어느 순간엔 교묘하게 약삭빠른 모습이, 어떨 때는 아이라서 나오는 편안한 웃음이 나오길 바랐다. 다소 헷갈리고 뒤죽박죽이지만 생존이 그렇다고 생각했다. 불행하다고 늘 불행한 것에 집중해 있는 건 아니니까. 과거에 그랬던 제 성장기처럼 보이길 원했다"고 털어놨다.


홍 감독은 "초희에 대해 더 설명하자면 아들인 동생이 태어난 이후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 경쟁을 했던 아이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집안일도 잘 돕고 똑똑하고 착한 아이로 채워왔다. 그래서 초희에게 토끼 가면을 씌웠다. 토끼라는 동물의 이미지가 그동안 약자로 소비됐다. 약자라고 느끼되 가면을 약간 징그럽고 기괴하게 만들어서 약한 것 안에 무언가 다른 것이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태인의 동생 문주는 나이가 비슷한데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 않나. 동물적인 문주를 통해서 초희가 좁은 사회에서 잘못된 관례들을 배워왔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관객들이 보기에 문주는 마음 놓고 예뻐하는 캐릭터였으면 했고, 초희는 '뭐야?'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에는 시체에서 떨어진 핏방울에 나뭇가지로 꽃을 그리는 초희의 모습이 등장한다. 홍 감독은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생존과 관련해 초희는 자기가 속한 세상에서 적응해서 살아야 하지 않나. 익스트림한 환경에서 살기 위해서는 이 아이에게 범죄가 끔찍한 사건이 아니길 바랐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소리도 없이'를 관통하는 표현법은 아이러니다. 성실한 노동자의 모습이지만 하는 일은 범죄 조직의 뒤처리를 하는 창복과 태인부터 범죄 장르물을 표방하지만 영화는 아름다운 색감과 풍경으로 가득하다. 

홍 감독은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가장 재밌게 느낀다. 선배(창복)가 후배(태인)에게 조언하지만 실은 굉장히 쓸데없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나. 또 배경은 아름다운데 하찮은 행동하는 인물들, 선한 의도지만 악행을 저지르거나 조폭의 옷을 입고 좋은 결심을 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 미장센은 미적인 감각을 의도한 건 아니었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찍어야 해서 미리 생각해둔 장면이기 보다 그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을 해보려고 절규 끝에 나온 이미지였다"고 밝혔다. 

창복이 죽음을 맞고, 태인이 초희를 일상에 되돌려주지만 이내 유괴범으로 쫓기는 결말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홍 감독은 "권선징악은 피하고자 했다. 과거를 곱씹어 보면 악과 선은 랜덤하게 오는 것 같더라. 그런데 그렇다고 악을 미화할 수는 없었다. 창복과 태인은 범죄자가 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감정은 이해하지만 현실은 이해할 수 없어 옹호하지 않으려는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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