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은 각 포지션 별로 두 명 이상의 선수를 발탁하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저마다 갖고 있는 특징을 바탕으로 다양한 카드를 구사함과 동시에 선수들의 경쟁을 유발시켜 더 나은 기량을 갖추게 하기 위해서다.
모든 포지션이 그렇지만 그 가운데서도 측면 윙백은 어느 누구 한명이 비교 우위를 점한다고 하기 어려울 만큼 기량 좋은 자원들로 구성돼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확실하게 입지가 엇갈려 있었지만 다른 한 선수의 급상승으로 이제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이 됐다. 바로 오른쪽 측면 윙백 두 자원 차두리(셀틱 FC)와 최효진(FC 서울)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12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차두리, 최효진은 하나의 주전 자리를 놓고 치열한 내부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꾸준한 기량이 돋보이는 차두리와 최근 대표팀 내 입지가 확실히 올라온 최효진 가운데 누가 일본 격파 선봉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조광래 감독이 원하는 측면 플레이는 좌우 공격수가 중앙으로 폭을 좁히면서 생겨난 측면 공간을 좌우 윙백들이 공수에 걸쳐 모두 커버하고, 패싱플레이에도 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많이 움직이면서 90분 내내 지치지 않고 공격의 활로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야 한다.
이 역할을 최효진은 조광래 감독 체제 이후 펼친 두 경기에서 모두 거의 완벽하게 보여줬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경기 내내 상대 수비진을 뒤흔드는가 하면 날카로운 크로스와 짧은 패스플레이로 공격의 숨통을 트이는 역할을 톡특히 해내며 확실한 측면 자원으로 각광받았다. 여기에다 득점력까지 갖추면서 지난 8월 조광래 감독 데뷔 경기에서는 쐐기골까지 성공시켰다.
반면 차두리는 지난 달 이란전에서 최효진에 이어 교체 투입된 뒤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새로운 감독 체제에서 적응하는 기간이 짧았다고 하지만 최효진이 두 경기에서 워낙 강한 인상을 심어줘서 차두리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유럽에서 뛰고 있는 해외파 가운데 가장 입지가 탄탄한 선수를 꼽으면 단연 차두리다. 남아공월드컵 이후 새 둥지를 튼 셀틱에서 출전하는 경기마다 풀타임 활약하며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빠른 시간에 거듭났다. 강한 체력과 몸싸움,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가공할 만 한 공격력은 여전히 차두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차두리와 최효진이 갖고 있는 특징에 대해 조광래 감독은 "빠른 상대팀을 상대할 때에는 차두리, 우리가 공격해야 할 필요가 있는 팀을 상대로는 최효진을 활용할 수 있다"라며 저마다의 장점을 잘 활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그만큼 두 선수 모두 확실한 장점, 특징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조 감독이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기회가 주어졌을 때 실수 없이 얼마만큼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느냐가 경쟁 구도 변화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쟁에 대한 선수의 심경은 비교적 담담했다. 최효진은 10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 입소하면서 "대표팀에서 경쟁은 언제나 피할 수 없다. 두리형과 나는 장단점이 많이 다르기에, 내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피말리는 경쟁 속에서 그야말로 마지막 시험 무대라 할 수 있는 이번 일본전에서 마지막에 웃는 측면 자원은 누가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차두리, 최효진 (C) 엑스포츠뉴스 DB]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