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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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시대] 한류 2.0, 스토리가 답이다

기사입력 2010.10.03 01:51 / 기사수정 2010.10.03 01:53

엑스포츠뉴스 기자

[엑스포츠뉴스=방송연예팀 칼럼 - 연예시대]  '한류 2.0'.

지난 8월 일본 내 정식 싱글을 발매하며 일본 진출을 알렸던 걸 그룹 소녀시대의 도쿄 쇼케이스를 보도하며 일본 언론들이 쓴 표현이다. 그간 한류가 배용준, 이병헌 등 인기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남성 배우를 중심으로 승승장구해 왔다면, 새롭게 흐름을 타고 있는 '한류 2.0'은 아이돌 그룹, 뮤지컬, 연극까지 합류해 동아시아와 아랍, 중남미에까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한류 2.0'의 주역인 한국 걸그룹 소녀시대와 카라를 비롯한 아이돌 그룹이 성공적으로 일본에 진출, 오리콘 차트를 차례로 석권하며 한국 아이돌의 국제적 경쟁력을 확인했다. 특히 이들은 아이돌 산업이 발달한 일본 가요계에서 그간 쓴 잔을 마셨던 다른 가수들의 일본 진출 사례를 재연할 것이라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아이돌 그룹은 국내 시장에서 검증된 기획력과 현재 일본 문화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류 열풍을 적절히 이용해 괄목할 만한 성공을 이루었다. 특이한 점은 소녀시대와 카라의 일본 내 팬층이 당초 예상했던 남성 팬들에 그치지 않고 10~20대 여성들까지 사로잡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귀엽고 깜찍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쳤던 일본 여성 아이돌들과 달리, 패셔너블한 무대의상과 세련된 무대 매너,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일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한국 걸 그룹의 성공적인 일본 진출은 그간 한류가 인기 드라마에 기대며 '욘사마' 로 대표되는 중장년층 위주의 한류 소비 그룹을 넘어, 10~20대를 폭넓게 아우르게 되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류 1.0'이 위성방송 붐을 타고 자연스럽게 인기몰이를 시작한 것에 비해 뚜렷한 기획력이 부재했던 것에 비교하면, 철저한 시장 조사와 뚜렷한 소비층 타겟으로 중무장한 ‘한류 2.0’은 더욱 빠르고 폭넓게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한류 2.0이 증명하듯 현재 대한민국은 뛰어난 엔터테인먼트 기획력을 갖추며 문화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슈퍼스타 K'에서 발굴한 뛰어난 가수들이 재능과 실력을 겸비하고 있지만, 기획사 출신의 아이돌 가수에 비해서는 파급력이 약하다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실력과 외모를 오랜 시간 갈고 닦아 철저한 시장 조사 후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들은 이미 국내에서 그 경쟁력을 검증받았고, 여세를 몰아 한류의 새로운 주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력만으로 한류 2.0의 상승세를 이어가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순수와 성숙의 양면성을 전면으로 내세운 소녀시대와, 첫사랑의 아련함을 간직한 욘사마의 성공에는 단순한 기획을 앞서는 문화적 파급력이 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문화계 전반에서 높아지는 ‘콘텐츠 육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한국은 콘텐츠 육성에 유독 야박한 나라다. 카페에서 몇 시간이고 앉아 써내려갔다는 '해리 포터'시리즈로 영국 여왕 다음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조앤 롤링의 성공 스토리는 찾아보기 힘든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최근 많은 소설이나 만화가 영화로, 드라마로, 게임으로 제작되고 있지만 잘 쓴 작품을 다른 엔터테인먼트로 확장하는 일 뿐만 아니라 상품화된 다음에도 저작권 논쟁, 수익구조 등 어려움이 많다. 작년 인기리에 방영되어 일본 수출까지 성공한 드라마 '아이리스'의 경우처럼 작가와 제작사 간의 저작권 소송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할리우드 문화가 세계를 정복한 원동력은 철저한 자본이 뒷받침된 콘텐츠 육성에 있다. 가능성 있는 만화와 소설은 바로 판권을 확보해 영화로 각색하거나 설정과 캐릭터가 좋은 드라마는 몇 년 동안이나 시즌을 거듭해 방영되고, 심지어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처럼 인기 있는 놀이기구에 스토리를 붙여 만든 영화가 세계적으로 흥행한 사례도 있다.

할리우드 문화는 막강한 자본력을 스토리 육성과 발굴에 투자함으로써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이렇듯 자본집약적인 미국의 문화가, 작가 집단을 육성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수익구조를 이룬 것이 경쟁력의 기반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한류 콘텐츠 육성을 위해 제작 환경의 수익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장기적이고 대대적인 투자 역시 필요하다.

그 중 고무적인 것은 올해 초 공중파 드라마의 PPL(Product Placement, 간접광고) 허용에 따른 방송광고 시장의 급변이다.

이미 성공적인 PPL 드라마인 '내조의 여왕'과 '아이리스', '찬란한 유산'처럼 상업적인 면과 작품성이 적절히 조화된 경우가 쏟아지고 있다. PPL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드라마 제작사의 수익이 창출돼 안정적으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제작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애초에 한류가 문화적 거부감이 없어 '맥도널드'로 일컬어지는 할리우드 문화의 장점을 벤치마킹해 성공을 거두었던 것처럼, 이제 할리우드의 자본집약적인 콘텐츠 육성 시스템 또한 재빨리 도입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한류 2.0의 강점인 기획력을 이어 갈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스토리를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대대적인 투자를 통한 작가 육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경쟁력 있는 소스 하나가 만화,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방면으로 뻗어나가며 세계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인만큼, 한류의 장점인 정서와 기획력에 '스토리'를 더할 수 있다면 더욱 막강한 한류 3.0의 도래도 멀지 않을 것이다.

[글] 한구현 <한류연구소장/前 한양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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