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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개봉③] 연상호 감독 "'연니버스' 향한 다양한 시선 감사, 운 좋았다"(인터뷰)

기사입력 2020.07.15 09:50 / 기사수정 2020.07.15 09:5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어느새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감독'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펼쳐가고 있는 연상호 감독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웹툰과 드라마 작가, 세계적인 흥행을 이끌어 낸 '부산행'(2016)에 이은 '반도'까지 다채로운 활약 속 대중은 연 감독이 그려낸 세계로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을 접한다.

15일 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반도'가 개봉했다.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 한국 최초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그리며 영화를 보는 색다른 즐거움을 전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가 극장가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금, 일찌감치 7월 개봉을 확정했던 '반도'는 여름 극장가의 정상화를 꾀할 대작 영화로 많은 기대를 받아왔다.

"저는 (완성된) 영화를 너무 많이 봤죠"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한 연상호 감독은 "저희는 개봉 1년 전부터 7월 정도에 개봉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지금까지 왔었어요. 언론·배급시사회를 하던 날은 조금 실감이 나더라고요. '반도'라고 하는 영화가 극장, 극장산업과도 밀접하게 붙어있는 영화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에 대해서 1년 전부터 고민이 있었는데, '반도'라는 영화가 그 고민에 대한 결과인 것 같아요.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반도'가 재개의 시작 같은 느낌이 들었죠"라고 언급했다.

영화는 지난 6월 발표한 2020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에 이름을 올리며 연상호 감독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앞서 2012년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감독 주간에 초청 받았고, 2016년 '부산행'이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 받으며 칸을 찾았던 연상호 감독은 아쉽게 오프라인으로 열리지 못한 올해 칸국제영화제에도 당당하게 이름이 거론되며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 모두 초청을 받은 유일한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반도'라는 제목을 쓸 수 있어 "운이 좋았다"며 웃어 보인 연 감독은 "한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반도'라는 제목을 쓸 수 있었던 것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한국만의 독특한 지형적 특성이잖아요. 아일랜드처럼 완전히 갇혀있는 것도 아니고 국가적인 이유로 막혀있는 것과 다름없는 그런 애매모호한 부분, 그렇다고 탈출할 수 있는 희망이 보이는 것도 아닌 그런 상황들이 주인공들의 정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죠"라고 얘기했다.



또 "더 재밌게 생각한 것은, 정석(강동원 분)이 애초에 다시 반도로 돌아오는 이유가 '여기에서 사느니 한 번 가보겠다'는 마음인 것이거든요. 탈출을 한다고 나은 비전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상황, 그 시작점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서대위(구교환)같은 경우는 등장부터 간절하게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인물들이잖아요. 처음에 '부산행2'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많았는데, 처음부터 '부산행'과 '반도'는 다른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반도가, 기획의 절반을 다한 것이죠"라고 덧붙이며 웃어보였다.

'부산행'에 이어 '반도'에도 등장하는 좀비 이야기도 전했다. 연 감독은 "사실 '반도'에서의 좀비는 위협적이지는 않다고 봐요.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이미 이곳은 폐허가 됐죠. 정석과 관객이 동일한 시점이라고 봤을 때, 폐허가 된 한국으로 돌아갈 때의 긴장감은 분명히 존재해요. 또 유진(이예원)의 경우에는 이미 철이 들기 시작한 이후부터 좀비가 있는 그 세상에 살았던 것이잖아요? 좀비가 위협적이라기보다는, 그 공간 자체에 살아온 사람들의 위협 같은 것이 당연히 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행' 이후에 좀비물이 많이 나왔고, '반도'를 만들 때 '부산행2'라는 말도 있었어요. 하지만 '부산행'과 '반도'는 다른 영화라고 생각했죠. 까다로웠던 것은 '부산행' 때가 더 그랬었어요. '부산행'이 대중적으로 잘 됐기 때문에 기준점이 돼버린 것은 분명히 있지만 '부산행'이 처음 나왔을 때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반도'는 기본적으로 조지 로메로 감독의 '랜드 오브 데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클래식한 부분에 발을 딛고 만들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카체이싱 장면을 언급하면서도 "어린 소녀가 덤프트럭을 몰며 좀비를 쓸어버리는 모습, 그 장면에서 시작을 했었거든요. 카체이싱 설계만 석 달 이상을 했었어요"라고 떠올렸다.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발현해가는 연상호 감독의 작품세계를 두고 최근 '연니버스(연상호 감독+유니버스)'라는 신조어가 언급되기도 했다.

"마케팅팀에서 만든 말이다"라고 쑥스러워한 연 감독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거든요. '돼지의 왕'과 '사이비', '부산행'은 서로 너무 달라요. '부산행'과 '염력'이 너무 다르다고 볼 수도 있고요. '연상호가 하는 것은 뭔가 공통점이 있어' 혹은 '너무 달라' 이렇게 보는 시선이 격렬하게 다르더라고요. 예술가라는 존재는, 사실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뭔가 계속 논란이나 이슈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내주시니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죠"라고 덧붙였다.


'반도'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상호 감독은 지난 달 제작발표회 당시에도 착용했던 '반도' 영문제목이 새겨진 굿즈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자의로 입은 것이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 연 감독은 "제가 1~2년에 한 번씩 인터뷰를 하면 제 사진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나중에 그 모습이 언제였는지가 기억이 잘 안 나더라고요. 그 때부터 작품 티셔츠로 의상을 통일해야겠다고 생각했죠"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영화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뀐 것도 작용을 한 것 같다"고 털어놓으며 "제가 좋아하는 것과 연관된 무언가를 계속 다른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굿즈 역시 영화를 다른 방식으로 소비하는 것이잖아요. '돼지의 왕' 때 일본의 아트영화관에서 상영이 있어 갔었는데, 일본에서는 그런 독립영화에 대한 굿즈도 굉장히 잘 돼 있더라고요. 제가 앞으로 극장용 영화를 하게 된다면 이런 부분들을 좀 더 강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굿즈 뿐만이 아니라 페이크 다큐라고 해야 할까요. 일명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스타일로,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이 일종의 놀이나 축제처럼 느껴질 수 있는 그런 느낌의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말했다.

1~2년 전부터 플랫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는 연 감독은 "영화를 본다는 것이 너무 편리해진 측면이 있죠. 극장의 역할, 영화관에 가서 본다는 행위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됐어요. 물론 반대로 '넷플릭스에서 어떤 영화를 본다'라고 하는 것과는 톤 앤 매너가 다른 의미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복합적으로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밝혔다.

"어떻게 하다 보니 포지션적으로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관심을 받게 됐다"고 다시 한 번 옅게 웃음지은 연 감독은 "영화가 항상 더 힘든 것 같아요. 영화는 기획부터 관객들에게 선보이기까지의 시간이 상당하잖아요. 그 때문에 2년 후에 관객들이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하면서 만든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인 것 같죠. 예를 들면 지금 '반도'가 나오고 있는 이 시점에도 고민인 것이에요. 특히 저는 또 이렇게 받는 관심만큼의 무언가 공명을 일으켜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이 부분을 예측해보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제가 만약 다시 영화를 하게 된다면 약 3년 후 쯤에는 작품이 나올 텐데, 그 때 어떤 세상이 돼 있고 극장에 가는 관객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지 시그널을 읽어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요"라고 토로했다.

"'반도'만큼은, 오롯이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돼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거듭 말한 연 감독은 "'반도'의 개봉이 놀이공원 개장 같은, 그런 좋은 이벤트가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어려운 시기이지만 '반도'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가져줄 것을 함께 당부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NEW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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