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TV는 사랑을 싣고' 하리수가 선생님과 재회했다.
29일 방송된 KBS 1TV 'TV는 사랑을 싣고'에는 데뷔 20년 차 하리수가 출연했다.
하리수는 2001년 27세에 도도화장품 광고 모델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데뷔곡 '템테이션'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국내 1호 트렌스젠더 연예인이다.
하리수는 "원래 내 이름 자체가 핫이슈에서 따온 거다"라고 말했다. 매력 유지 비결에 대해서는 "꾸준한 시술?"이라며 호쾌하게 웃었다. 윤정수와 김용만은 "솔직함이 매력"이라며 인정했다.
하리수는 고등학교 시절 그의 다름을 인정해 주고 자존감을 키워 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주임, 전창익 선생님을 찾아나섰다.
하리수는 "어릴 때 남자는 당연히 남자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여자는 여자로 태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냐. 난 스스로가 남자니 여자니 이런 혼란을 갖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너무나 당연한 거다. 사람들이 '쟤는 너무 여자같다, 예쁘다라고 하는 게 자연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고등학교 때는 여성스럽고 예쁘게 하고 싶었다. 사춘기이고 예뻐야 할 때였다. 내가 들어가기 2년 전에 남고로 바뀌었다가 졸업하기 2년 후까지 남고였다. 5년만 남고였다. 내가 있던 그 시절에 자존감이 형성되도록 지금의 하리수가 세상 앞에 설 수 있도록 해준 선생님을 찾고 싶다"며 출연 계기를 밝혔다.
하리수는 "학생 주임 선생님이고 일본어를 담당했던 선생님이다. 특별한 일이 있었다. 반에서 아이들의 소지품을 검사하지 않냐.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가방 안에 화장품이 있고 손톱도 길고 머리가 다른 아이들보다 길었는데 그냥 지나가셨다. 날 놀리거나 한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서 날 이렇게 보호해 주시고 나로 인정해주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그 당시에 다른 친구들과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알고 싶다"라며 고마워했다.
남고를 힘들게 다니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의외로 편하게 다녔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만난 친구를 고등학교 때까지 같이 다녔다. 3명이 다 트렌스젠더이고 다 호적을 바꿨다. 한 명은 시집 가서 잘 산다.한 명은 솔로다. 고3 때 체육대회를 준비했다. 반에 4명이 열외가 됐다. 다 머리가 길었다. 졸업 앨범을 촬영하기 전에 정성들여 염색도 했다. 애들과 놀고 있었는데 전체 학년 주임 선생님이 날 부르더라. 오빠들 수업하는데 너네는 왜 그러고 있냐고 하더라. 날 여중생으로 안 거다. 남자인 걸 알고 갑자기 따귀를 때렸다. 90년대는 체벌이 있었다. 머리를 잘렸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전창익 선생님을 고2 때 봤다. 머리가 더 길었을 때다. 다른 분이 학생 주임이었으면 머리 잘렸을 거다. 머리에는 유하셨지만 숙제나 시험 성적 같은 건 확실하게 하셨다. 선생님에 대한 나쁜 얘기가 안 나온 거 보면 좋은 선생님이었을 것"이라고 떠올렸다.
하리수는 "소지품 검사를 갑자기 하게 된 거다. 보통 야한 잡지나 담배를 가지고 다닌다. 난 콤펙트와 아이브로우 펜슬을 갖고 다녔다. 모른 척 해주시더라. 묵인해 주시고 내 자존감을 세워주고 인정해 주신 것 같다. 못 보고 지나쳐도 지금의 자존감을 갖고 살 수 있게 해준 감사한 분"이라고 덧붙였다.
하리수가 일곱 식구와 함께 살던 동네를 방문했다. 그는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빠는 살가운 분이 아니었다. 밖에 나가면 세상에 둘도 없이 좋은 분이다. 집에서는 굉장히 엄했다. 워낙 어릴 때부터 여성스럽다보니 기대에 못 미치는 자식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 옆집 아이와 싸우고 아빠에게 뛰어갔더니 날 발로 찼다.아직도 이마에 흉터가 있다. 옆집 애와 싸우고 울었다고 그런 것 같다"며 힘든 기억을 회상했다.
이어 "학교 다닐 때 용돈이 3천원이었다. 작은 언니에게는 2만원도 주면서 내게는 3천 원만 주고 저금을 안 한다고 뭐라고 했다. 차별 대우가 심했다. 많이 섭섭했다. 아빠에게 국민학교 여름 방학 때 소풍 간다고 용돈 달라고 하다가 가죽 허리띠로 맞았다. 알몸으로 쫓겨나서 문 앞에서 벌섰다. 아빠는 기억도 못 하더라.작은 언니는 기억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화가 단절됐다. 성전환 수술도 아빠에게 알리지 않았다. 5년 후 아셨다. 그 이후에도 아빠와 대화가 없었다. 하리수로 활동하고 KBS '인간극장' 촬영하면서 부모님 촬영신에 모자이크로 촬영했다"며 아버지와의 일화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하리수는 "너무 무서웠던 사람이 키도 작고 어깨도 작고 너무 작아보이더라. 어느 순간 용서하게 되더라. 더 미워할 수도 없는 사람이 됐다. 아빠에게 천덕꾸러기였을 지라도 지금은 내가 모시고 살고 케어한다. 20년째 모시고 산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그런 인생을 알고 시작했고 내게 주어진 삶이라 난 괜찮고 상관 없다. 엄마가 나 때문에 아픔을 겪는 것이 죄송스럽다. 성이 바뀐 자식을 둔 것에 대한 주변에서 곱지 않은 시선들이 있다. 딸로 살면서 효도한 게 더 많아서 지금은 뿌듯해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하리수는 이후 전창익 선생님을 간절하게 불렀다. 선생님은 "경엽아"라며 손을 흔들었다. 26년 만에 재회해 밝게 웃었다. 선생님은 "많이 보고 싶었다. 불러줄 줄 몰랐다. 날 찾을지 몰랐다"라고 말했다. 하리수는 "학교 축제에 가서도 선생님의 안부 물어봤는데 전근 가셨다고 해 서운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선생님은 학교 축제 때 그를 응원했으며 전근은 나중에 갔다며 반전의 대답을 했다. 이어 "너무 바빠서 옆에서 응원한 거다. 그동안 고생 많았고 자랑스럽다"라며 다정하게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하리수가 데뷔할 때) 처음에는 몰랐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 떳떳하게 내 제자라고 이야기했다. 학생 때는 더 예뻤다. 그리고 모범생이었다"며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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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