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미지 기자] 가수 조영남의 '그림 대작' 소송이 5년째 진행 중인 가운데 최상급심인 대법원 공개 변론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정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의 상고심 사건 공개 변론이 진행됐다.
조영남은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무명화가 송 모씨에게 총 200~300점을 그리게 한 뒤 덧칠 후 서명해 고가에 판매, 1억 6천여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016년 진행된 1심에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2018년 진행된 항소심에서는 원심 판결을 파괴하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 측이 무죄 판결에 반발해 대법원 상고심까지 재판이 진행되었다.
이날 진행된 공개변론에서는 조영남이 조수를 써서 작품을 완성한 것이 사기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미술계 통용되는 관행인지에 대한 여부를 두고 검찰 측 참고인과 조영남 측 참고인이 법정에 출석, 의견을 진술했다.
검찰 측 참고인인 중견 화가 신제남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자문위원장은 "일반적으로 화가가 조수를 사용한다는 관행은 없다. 오로지 혼자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창작자의 의무이자 상식"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다만 큰 대형작품 작업의 경우, 조수를 쓸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는 조수가 같은 공간에서 원작자와 감독 지시를 받고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조수의 이름이 밝혀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무명화가 송 모씨는 프로작가이며 아마추어 작가인 조영남이 프로작가를 조수로 사용했다는 사실에 작가들이 분노했다고도 전했다.
반면 조영남 측 참고인인 표 갤러리 표미선 회장은 37년간 업계에 몸 담아 온 자신이 봤을 때 조수 사용은 업계 관행이라는 의견을 냈다. 표 회장은 "조수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다수 화가들의 작업 방식이며 해외에서도 흔한 사례"라고 밝혔다. 또 "조수의 도움을 받은 작품이라는 사실을 구매자에게 고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구매자가 물어볼 경우 답해주기는 하지만 물어보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 측은 최후변론에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또 다른 연예인, 정치인, 재력가, 고위 공직자 출신 유명인사 등 유명인들이 자신의 부와 명성을 인정해 이와 같은 고수익을 올리는 폐단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 미술계 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므로 신중한 판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최후변론에서 "현대 미술에서는 원칙적으로 조수 존재 여부를 고지한다는 의무는 타당하지 않고, 질문 받았을 때 고지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이 사건이 유죄가 될 경우 국내 유명 작가는 물론 해외 유명 작가들도 국내에서만 사기죄가 성립된다. 국제사회에서 우리 미술계만 고립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조영남은 직접 써온 편지를 읽으며 "지난 5년간 이런 소란 일으킨 것 죄송하다. 내가 화투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앤디 워홀이 평범한 콜라 병을 그려 화제 된 것에 착안해 팝아트로 옮겨낸 것"이라며 "화투를 그리며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틈틈이 방송을 통해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또 "남은 인생을 갈고 다듬어 사회에 보탬 되는 참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살펴주시기를 청한다"고 말했다.
1심은 징역형 집행유예, 2심은 무죄가 선고됐다. 최종 상급심에서는 재판부가 조영남에 어떤 판결을 내리게 될 지, 많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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