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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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만큼은 양보하지 않더라구요"

기사입력 2007.03.01 10:54 / 기사수정 2007.03.01 10:54

고동현 기자

[엑스포츠뉴스= 오키나와, 고동현 기자] 이보다 더 특별한 1주년 결혼 기념일을 보낼 수 있었을까.

지난해 2월 결혼에 골인했던 박기성-양미숙 부부는 결혼 1주년 기념일을 일본 오키나와에서 보냈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결혼 1주년 기념으로 일부러 계획해서 해외여행을 간 것은 아니다. 이렇게 일이 성사된 것은 공교롭게도 SK 와이번스에서 기획한 오키나와 팬 투어와 결혼기념일이 겹쳤기 때문.

"혼자서 갈 수 있지?"란 말에 섭섭하기도

남편인 박씨는 SK 와이번스 홈페이지에 자주 글을 남기지는 않아도 틈만 나면 홈페이지에 들러 게시글들을 둘러보는 '열혈 와이버스 팬' 덕분에 두 사람은 특별한 결혼기념일을 보낼 수 있었다.

SK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초에 '선수단이 훈련하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2박 3일을 보낼 선착순 20명을 모집한다'는 공지가 올라왔고 남편인 박씨는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자신과 부인의 이름으로 팬 투어를 신청했다. 마침 선수단 연습경기를 보는 날이 오키나와로 간 다음날인 2월 26일이었다. 그리고 이 날은 박기성-양미숙 부부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했다.     

사실 부인인 양씨는 결혼 전까지만 해도 박찬호와 이승엽 정도 밖에 모를 정도로 야구에 문외한이었고 결혼한 이후에도 야구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오키나와 팬 투어도 선수단을 보러 간다는 개념보다는 여행에 초점을 맞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야구팬들 사이에 끼어 있다보니 양씨도 자연스레 야구의 재미에 점차 빠져들었다. 이번 팬 투어에 참가한 팬들이 연신 쏟아내는 야구 이야기에 양씨도 점차 귀를 귀울이게 됐다.

그렇다면 이렇게 열혈 야구팬인 남편과 야구에 관심이 없던 아내 사이에서 에피소드는 없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이야기 보따리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이번 팬 투어 전까지 야구에 빠져있는 남편이 잘 이해가지 않았던 아내 양 씨는 결혼하기 전 연애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결혼하기 전에도 모든 부분에서 남편은 제 생각대로 따라줬어요. 그러던 어느 주말 야구장에 함께 갔지요. 6, 7회가 지나가는데 시간은 오후 9시를 가르키고 있었어요. 그래서 남편한테 '할 일이 있으니 이제 가야한다'고 말을 했죠. 그러자 남편은 '계속 보면 안되겠냐'고 설득을 했습니다."

평소 다른 상황같았으면 양 씨의 말을 따라 야구장에서 나왔을 박 씨이지만 야구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 나온 말이 더욱 걸작이었다. 양 씨는 이어 "그래서 저는 이만 갈테니 혼자 보라고 했죠. 그러자 남편이 '진짜로 혼자서 갈 수 있지?'라고 묻는 거예요. 뒤통수를 맞은 기분도 들고 서운하기도 했죠. 하하"  



그리고 이제는 이러한 남편이 이해갈 될 정도로 야구에 흠뻑 빠진 채 오키나와에서 2박 3일을 보냈다. 특히 결혼 기념일이었던 2월 26일은 3일간의 팬 투어 중에서도 절정인 시간이었다. 아침 일찍 시작된 이날 일정에서 박기성-양미숙 부부는 팬 투어 일행과 함께 SK 연습구장인 구시가와 구장을 찾아 선수단의 연습 장면도 가까이서 살펴보고 연습 후에는 선수단과 사진 촬영도 맘껏할 수 있었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간의 연습경기를 보기위해 온나손 구장을 찾은 부부는 팬 투어에 참가한 일행들과 함께 SK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응원했다. 그리고 결과도 SK의 6-1승리. 남편인 박씨는 물론이고 아내인 양 씨에게도 뜻깊은 결혼기념일 선물이 된 승리였다.

그리고 저녁에는 이번 팬 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 선수단과 팬 투어 참가자들이 함께 모인 저녁식사 자리에서 선수단, 팬 투어 참가자, 구단 관계자들이 모두 함께 불러주는 결혼 기념일 축하노래를 들었기 때문. 아내인 양 씨는 "일어서서 축하를 받아 쑥쓰럽기도 했지만 즐거운 기억이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SK의 중심타자인 이호준의 생일이기도 해 이호준과 박기성-양미숙 부부는 '병나발 세레머니'도 펼칠 수 있었다.

아내 양 씨의 다음 한마디에 2박 3일간의 오키나와 팬 투어 소감이 모두 담겨 있었다. "이 곳에 올 때는 야구보다 남편과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왔는데 이렇게 지내다보니 야구에도 관심을 갖게되고 남편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사진= 즐거운 결혼기념일을 보낸 박기성-양미숙 부부. 두 번째 사진 맨 오른쪽은 이날 생일을 맞은 SK 이호준, SK 와이번스 홈페이지]



고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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