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전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혜를 입고 있는 사람들도 소수 존재하겠으나, 그 몇 배가 되는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고,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군 중에는 아이돌도 존재한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세븐틴과 같은 정상급 아이돌들도 해외투어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는 중이고, 뉴스에조차 타지 못하는 대다수의 아이돌들은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생존을 걱정 중이다.
지난 4월 23일 소녀주의보 소속사 뿌리엔터테인먼트는 공식 팬카페를 통해 "코로나 여파와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해 회사의 상황이 악화되어 더 이상 소녀주의보를 끌어갈 수 없게 됐다. 때문에 뿌리 엔터테인먼트는 모든 멤버들의 계약해지를 했다"고 전했다. 이후 그들은 지성, 슬비, 구슬은 뿌리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하고 3인으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추가 소식을 전했다.
뿌리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고민+상황을 갖고 있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같은 결정을 하고 있는 소속사들이 있으리라.
이 예상은 근거 없는 예상이 아니다. 일단 아이돌, 특히 걸그룹 시장을 지탱하는 큰 축인 행사&공연시장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말 그대로 ‘박살’이 났기 때문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아이돌전문 엠씨’ MC준은 MC업계 일거리가 반토막 났다고 말했다. MC들의 일거리가 줄었다는 건 MC들이 진행을 하는 무대에서 활약해야하는 아티스트들의 일거리도 그만큼 줄었다는 걸 의미한다.
행사단가가 높은 걸그룹들 입장에서도 현 코로나19 사태는 타격이지만, 단가가 낮은 걸그룹에겐 사느냐 죽느냐 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행사단가가 높은 팀들은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그룹들이라 행사가 안 되면 다른 길이라도 찾을 텐데, 단가가 낮은 팀(소형걸그룹, 걸댄스팀 등등)들은 그조차도 불가능하다. 이들의 몇 안 되는 생존전략이 ‘낮은 단가를 회전률로 극복하기’인데, 회전은커녕 하루에 일정 한 개 잡는 것도 힘들거나 불가능한 시대이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된 게 축제의 계절인 봄부터여서 타격은 더욱 크리티컬하다.
그렇다고 타격을 걸그룹만 입었냐 하면 그건 아니다. 여돌들에 비해 소위 ‘팬덤 장사’ 분야에서 강하다고 알려진 남자아이돌에게도 비대면 시대는 그다지 좋은 시대가 아니다.
행사가 메인이 아니다 뿐이지 남돌의 팬덤 확장에도 대면은 필수적인 요소.
팬미팅, 팬사인회, 콘서트와 같은 대면 행사로 팬덤을 불려나가고 수익을 창출한다는 이 기초적인 전략이 가장 근본적인 부분에서 틀어 막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불황이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아이돌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출의 등락폭은 대형기획사가 더 클 수도 있으나, 사느냐 죽느냐 하는 절박함은 중소 쪽이 더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케이팝 아이돌 시장도 비대면 방식 콘텐츠, 수익모델, 행사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료 SNS 모델인 아이즈원 ‘프라이빗 메일’
(슈퍼스타 스타쉽, 슈퍼스타 울림, 슈퍼스타 아이즈원, 슈퍼스타 지프렌드 등등)
케이팝 스타들의 음악과 초상권을 기반으로 한 리듬액션게임 슈퍼스타 시리즈.
방탄소년단의 캐릭터 브랜드 BT21.
SM에서 주도 중인 비대면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
('틱톡 스테이지 라이브 프롬 서울' 라인업)
유명 가수들과 함께 진행하는 비대면 행사 등등.
위에 언급한 것들을 보면 어려운 시대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해외투어라는 아주 강력한 치트키가 사실상 봉인된 시대. 지금 구사하고 있고, 앞으로 구사할 예정인 다양한 전략들이 케이팝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줄 수는 있다.
다만 지금하고 있는 방법들 대부분은 ‘이미 아티스트의 팬덤 내지 인지도가 상당한 상태라는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영세 아이돌들에게도 희망의 빛이 닿을지는 미지수다.
아이즈원 ‘프라이빗 메일’과 같은 유료 SNS 모델이 성공하려면 일단 SNS메시지를 받는데 기꺼이 월정액을 내줄 충성스러운 팬덤이 있어야 하고, ‘비욘드 라이브’와 같은 전략을 구사하려고 해도 비대면 유료 콘서트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유의미한 규모의 팬덤’이 있어야 한다. BT21 같은 캐릭터 상품 모델을 만들려고 해도 팬덤이 강해야 하며, ‘슈퍼스타 시리즈’와 같은 게임으로 수익을 창출하려고 해도 인지도, 팬덤이 필수적이다.
비대면 행사에 끼는 것도 이름값과 팬덤이 필수. 똑같은 비대면 상태라면 사람들의 눈길은 더더욱 유명 가수, 팬덤이 강한 가수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누구나 SNS를 하고 누구나 유튜브를 하는 시대라고 해도 인기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의 팔로워수, 조회수 숫자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과 같은 이치.
코로나19 사태를 빼고 생각해도, 아이돌시장은 꽤나 쉽지 않은 상태였다.
(아이돌들이 음원시장을 그야말로 움켜쥐고 있었던 2009년. 이때에 비하면 지금은 영향력이 많이 줄어든게 사실)
‘대중가수로서’ 케이팝 아이돌의 최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09년과 비교했을 때 음원시장에서 아이돌 음악의 파급력이 많이 약해진 것이 첫 번째.
사람들의 관심이 세분화되고 개인방송이 활성화됨에 따라 ‘관삼 장사’라는 측면에 있어 잠재적 경쟁자가 폭발적으로 많아진 것이 두 번째.
(아이돌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농장 놀이를 적극적으로 가져와 캐릭터상품화한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팀 DRX. 이에는 알파카 닮은 걸로 유명한 데프트 김혁규 선수의 인기와 캐릭터성이 한몫했다)
트로트가수, 프로게이머, SNS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분야의 셀럽들이 아이돌 문화를 흡수하면서 ‘또 다른 형태의 아이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세 번째.
음원시장에는 드라마OST, 검증된 음원깡패들의 신곡 등이 포진되어 있고, 행사시장에선 ‘쇼미더머니’등을 통해 명성을 쌓은 래퍼들&트롯 경연을 통해 인기와 인지도를 얻은 트로트가수들이 강세인 상황. 국내시장만 놓고 보면 아이돌이라고 하는 문화상품이 ‘현재 가장 상업적인 대중문화상품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하기 힘들다. 그 모든 어려움을 뒤집어엎는 한방이 막강한 국내외 팬덤을 기반으로 한 해외투어였는데, 코로나19라는 초거대 변수가 등장해버렸다.
대중문화상품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케이팝 아이돌이 다른 문화 상품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점이 ‘大 유튜브 시대’의 수혜자로서 잘 쌓아둔 해외 인지도(+팬덤 충성도)인데, 이를 잘 활용한 전략들이 나온다면 케이팝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다만 그런 시대가 온다고 해도 비대면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다수 중소아이돌의 보릿고개는 계속될 확률이 높다.
국내외 팬덤을 기반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건 현 시대 아이돌 입장에선 소위 ‘최종 테크트리’다. 포켓몬스터로 치면 망나뇽, 스타크래프트로 치면 아비터 테크트리.
최종 테크트리에 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중간 테크트리에서 잘 버티는 것도 중요한데, 비대면 사회가 많은 아이돌들에게 충분한 ‘버틸 힘’(=돈)을 줄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현 코로나19 사태는 케이팝 아이돌 시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의 고통이 미래의 기회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달콤소프트-라인프렌즈-멜론차트-DRX-틱톡-SM-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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