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부부의 세계'가 완성도 높은 이야기로 리메이크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16일 종영한 JTBC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2일 방송된 12회가 시청률 24.332%를 기록, 'SKY 캐슬'을 제치고 비지상파 드라마 역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마지막회에서는 28.371%(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부부의 세계'는 영국 BBC에서 2015년과 2017년 두 시즌에 걸쳐 5편씩 방영된 화제작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닥터 포스터'는 방송 당시 '불륜의 불륜'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전개로 평균 시청자 100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영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화제작이다.
원작의 소재 자체가 워낙 충격적이었던 만큼 리메이크는 우리 정서에 맞게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부부의 세계'는 한국 드라마 최초로 6회까지 19세 미만 관람 등급을 시도하고 9회부터 다시 관람 등급을 높히며 정공법을 택했다.
특히 1화는 완벽했다고 생각한 여주인공의 가정이 사실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무너지는 허상이었고 이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불륜에 동조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전개를 원작과 거의 흡사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지선우(김희애 분)가 이태오(박해준)의 차를 뒤지다 트렁크에서 핸드폰을 발견하는 과정을 비롯해 여다경(한소희)의 부모에게 불륜을 폭로하는 장면, 이혼 후 고향으로 돌아와 지선우를 괴롭히는 이태오와 여다경, 애증 관계에 놓인 지선우와 이태오가 불륜으로 하룻밤을 보내는 등 굵직한 맥락들은 원작에 충실했다.
대부분의 리메이크 작품들이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부부의 세계'는 호평을 받는 이유였다. 원작의 결은 그대로 가져가되 인물들 간의 치밀한 관계와 서사에 집중했고 박인규(이학주), 김윤기(이무생) 등 원작과 다른 캐릭터들을 투입해 재미를 높였다.
특히 외도를 목격한 아들, 이혼을 종용하는 여다경, 남편의 외도를 눈감아 주라는 시어머니, 시어머니 장례식장에서도 외도를 하는 이태오와 여다경의 모습은 원작과 다른 부분으로 한국 정서를 건드리며 분노를 자아냈다.
약 2년에 걸쳐 두 시즌으로 방영됐던 내용을 16회 안에 쏟아부은 만큼 시청자들의 느끼는 속도감 또한 상당했다. 기승전결로 이어졌던 기존 드라마와 달리 매회 '결'로 마무리 짓는 반전에 신선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금토 오후 11시 심야 시간대에 시청자들을 안방 1열로 불러 모은 이유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희애, 박해준, 한소희를 비롯한 박선영, 김영민, 채국희, 이경영, 김선경, 전진서, 심은우, 이학주 등 주조연들의 열연은 촘촘한 서사에 힘을 보태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큰 공헌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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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