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8.13 13:55 / 기사수정 2010.08.13 13:59
[엑스포츠뉴스=엑츠기자단 김승현] 축구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우리는 흔히 축구계에서의 명언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이러한 명언들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한편 발언한 선수나 감독의 위상과 실력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끔 하며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버리곤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적어도 이 말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난 아직도 배가 고프다."
그렇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 포르투갈을 제압하고 16강 진출을 달성했을 때 두둑한 배짱과 높은 곳을 지향하는 히딩크 감독의 결연한 의지가 보이는 명언이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계속 배가 고픈지 맡는 팀마다 '히딩크 매직'을 구사하고 있다.
필자는 2006 독일 월드컵이 끝나고 자신의 명언에 걸맞게 활약을 펼친 이 선수에게 희열을 느꼈었다. 선배 말디니와 후배 네스타에게 빗장 수비의 1인자 자리를 탈환했던 파비오 칸나바로이다.
"공은 바로 여기서 멈춘다." 그리고 상대팀의 공은 그에게서 멈췄다. 비록 4년 후에는 그 명언을 그라운드에서 행하지 못했지만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전성시대에 반란을 펼친 그의 필드 위 모습은 아직도 나의 뇌리에, 아니 축구팬들의 뇌리에 선할 뿐이다.
작금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호날두는 아마 가장 많은 팬과 안티 팬을 동시에 소유한 선수일 것이다. 실력에 대한 질투심과 깨끗하지 못한 사생활은 분명 안티 팬 양산의 주요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실력은 분명히 폄하 할 수 없다.
반대로 필자가 생각하기에 안티 팬이 거의 없을 것 같은 선수는 바로 네드베드이다.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확신한다. 파벨 네드베드를 떠올리자면 안타까운 명장면들이 우선적으로 오버랩된다.
2002-03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경기 종료 후 경고 누적으로 결승전에 뛰지 못한다는 사실에 울분을 토한 그 장면, 그리고 유로 2004 4강전에서 부상으로 실려 나가는 그의 쓸쓸한 모습은 동정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동정도 그의 뛰어난 실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명언은 등장한다.
"나는 내가 살던 집에서 60마일이나 떨어진 축구 학교를 다녔다. 나는 하루에 12시간을 연습했고 두 다리 중 어느 한 다리가 우월하지 않다고 느낄 때 처음으로 희열을 느꼈다. 스파르타 프라하 시절 나는 경기가 끝나고 나서 바로 훈련장에 가서 훈련했고 쓰러져도 다시 필드의 잔디를 잡고 일어섰다. 나의 하루 일과는 연습장의 조명이 꺼질 때 끝났다."
'두 다리 중 어느 한 다리가 우월하지 않다고 느낄 때 처음으로 희열을 느꼈다.' 특히 이 구절은 나도 희열을 느꼈던 부분이었다. 네드베드가 양발을 능수능란하게 쓰게 된 이유는 그만큼의 노력이 가미가 되었다는 것인데, 자기 자신에게 더욱더 혹독하면서 후천적인 노력으로 재능을 폭발시킨 대기만성형의 선수에게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앞서 대한민국 감독이었던 히딩크의 명언에 대해 말했는데 내가 궁극적으로 언급하려는 것도 첼시 감독이었던 히딩크의 무시무시한 발언이다.
2008-09시즌 유럽 축구는 바르셀로나 천하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코파 델레이, 그리고 별들의 전쟁인 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석권하며 스페인 클럽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였다. 리오넬 메시를 중심으로 한 '드림팀 3기'는 파죽지세로 상대팀을 무너뜨려 나갔는데,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6-2로 격파한 예가 대표적일 것이다. 이렇게 위풍당당했지만 이들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의 상대팀이자, 안티 풋볼 논란을 일으킨, 바르셀로나의 유럽 정상의 꿈을 송두리째 앗아갈 뻔했던 히딩크의 첼시이다.
2009년 4월 29일 새벽, 누 캄프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첼시는 바르셀로나와의 지옥의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거두는 성과(?)를 내었다. 첼시 같은 빅 클럽이 누 캄프에서 드록바를 최전방 원톱에 두고 나머지 선수들이 전원 수비를 펼친 것에 대해 안티 풋볼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바르셀로나의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와 이니에스타는 바르셀로나의 안티 풋볼에 대해서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첼시의 미드필더 미하엘 발락은 이것도 축구의 한 전술이라면서 반박을 가했다.
2009년 5월 7일 새벽에 열린 2차전에서는 알다시피 이니에스타의 버저비터로 바르셀로나는 원정 다득점에 의해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였다. 그러나 2차전은 분명 1차전에 비해 많은 논란을 낳았다. 우선 주심인 톰 오그레브의 오심과 2년 연속 잉글랜드 클럽끼리의 결승을 막고 흥행을 위해서 바르셀로나를 결승에 진출시키자는 바르셀로나와 UEFA의 담합설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대부분의 축구팬은 바르셀로나의 결승 진출을 축하하였고 첼시의 안티 풋볼이 당연히 결승 진출 실패로 귀결되었다고 단정하였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09-10시즌 바르셀로나는 분명 유럽 최강의 클럽이었다. 첼시의 감독 히딩크는 첼시는 분명 안티 풋볼을 원하지 않았으며 1차전에서 수비지향적인 전술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였지만, "바르셀로나는 현재 세계 최강 팀 가운데 하나로 그런 팀을 상대로 쉽게 지고 싶지 않았다." 말해 일정 부분 무승부를 염두 해 두었다.
그렇다면 누 캄프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정면으로 맞대결해 좋은 결과를 이뤄낸 팀이 있었을까?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리옹은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1-1로 비겼으나, 누 캄프에서 열린 2차전에서 2-5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8강에서 스포르팅 리스본을 16강에서 대파한 독일 최고의 클럽, 바이에른 뮌헨은 수비진의 난조 속에 0-4로 대패, 사실상 준결승 진출의 의지를 잃고 말았다. 이렇듯 바르셀로나는 최강의 전력을 유지하고 누 캄프에서 홈팬들의 성원을 받으며 승승장구를 해왔던 것이다.
사실, 첼시와 바르셀로나의 1차전에서 0-0으로 경기가 끝났을 때, 경기는 재미없었지만 속으로 정말 히딩크는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정말 비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바르셀로나와의 맞불 작전은 곧 패배라는 것을 알고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펼친 그는 과르디올라와의 두뇌 싸움에서도 한 수 위였다.
히딩크의 첼시가 4강에서 탈락했지만, 그는 세계 최고의 명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4강, 단 2경기에서 그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였다.
히딩크는 4강 1차전이 열리기 직전 인터뷰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명언을 선보였다.
" 바르셀로나와 머릿속으로 두 차례 가상 경기를 했다. 내 머릿속에서 펼쳐진 두 번의 (가상)경기에서 첼시는 지지 않았다. 그리고 훌륭하게 싸웠으며 지지 않았다."
정말이지 소름이 돋지 않을 수가 없다. 축구계의 명언은 축구를 더욱 재밌게 하는 양념에서 이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필자가 히딩크의 발언을 다시 재조명하고 명언으로 격상시킨 것은 그는 여전히 배고프며 쉽게 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말에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피는 물보다 진하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수많은 축구계의 저명한 인사가 차범근 감독을 극찬하는 말을 보면 이게 최고의 명언이라 생각되고 나도 모르게 으쓱하며 한국인이란 것이 자랑스럽다.
앞으로 한국 축구계에서 좋은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명언이 무수히 많이 쏟아지길 기도해 본다.
* 엑츠기자단이란, 엑스포츠뉴스의 시민기자를 의미하며, 엑츠기자단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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