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2.10 21:33 / 기사수정 2007.02.10 21:33
[엑스포츠뉴스=이학민] 그리스 전의 히어로 이천수(26, 울산)가 때 아닌 비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천수는 지난 8일 그리스와의 평가전 직후 인터뷰를 통해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지원한다는 약속을 문서로 하지 않으면 6개월 간 쉴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 그로 인해 일부 축구 팬과 관계자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는 것. 과연 이천수의 발언이 이토록 큰 역풍을 불러일으킬 만큼의 잘못이었을까.
K리그의 소외 ‥‥ 어제, 오늘일 아니다
물론 K리그 관계자들의 ‘권리’에 대한 볼멘소리는 분명히 납득이 간다. K리그가 창단한 이후, K리그는 국가 대표팀에게 모든 권한을 유임하다 시피하며 ‘공생’아닌 대표팀을 지원하는 형태로 일관해야 했다. 리그의 발전보다는 눈앞의 국제 대회 성적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축구 협회의 대표팀 성과 위주의 전략에 의해 희생당했던 것이다.
때문에 K리그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매년 적자를 내면서까지 어렵게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대표팀이 아닌 스타 선수에게 까지 휘둘리게 된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참으로 서운한 상황이 아닐 수 없는 것.
울산이 아쉬움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더군다나 2008년까지 남아 있는 계약 기간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이천수의 의도를 보고 ‘임의 탈퇴’ 선수로 공시할 수 있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쪽도 울산이기 때문에 이천수의 태도에 대해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처럼 울산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천수를 바라보고 있다.
이천수는 왜?
그럼 이천수가 그러한 발언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절실했기 때문이다. 준비가 부족했던 22세의 어린 나이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했던 지난 2003년. 두 시즌 동안 레알 소시에다드와 누만시아에서 28경기에 출전해 2 도움에 그쳤던 그의 기록은 유럽 리그가 얼마나 혹독한지를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다.
그러니 이후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득점을 기록하는 등 진일보된 기량과 경험을 토대로 다시금 유럽 무대를 노크하고자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고, 마지막 목표일 수밖에 없다.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이천수에게 있어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이며 축구 선수로서 모든 것을 걸만한 도전임을 자신 스스로가 누누이 밝혀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천수는 울산 현대에게 유럽 진출 지원에 대한 확답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급하다. 아직은 젊은 나이지만 한창 전성기를 달리며 ‘유럽 진출의 때’가 지금이라고 확고히 믿고 있는 이천수이기에 ‘폭탄 발언’으로 여겨질 만한 언급을 한 것이다.
환경이 다르다
환경이 다르긴 하지만 유럽의 경우 구단이 이적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보이콧을 선언한다든지 언론을 통한 협박에 가까운 발언 등을 통해 이적을 실현시키는 선수들도 많다.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서운한 대우’를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하며 첼시로 이적한 마켈레레(프랑스)나 첼시에서 아스날로 이적한 갈라스(프랑스)도 ‘팀이 이적에 동의하지 않으면 첼시에 남아 자살골을 넣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럽과 한국은 환경이 다르고 위의 두 선수의 경우, 구단 차원에서의 대우에 불만을 갖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이천수의 상황과는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천수를 비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대변해 준다. 이천수는 분명 대한민국과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지만 유럽에서는 그저 ‘변방 대륙’인 아시아 선수일 뿐이다.
이천수가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눈앞에 놓인 자신의 이득을 위해 목을 매는 것도 아니며 궁극적으로 보면 이천수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한국 축구의 발전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미 유럽 진출은 개인 차원을 넘어선 과제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하며 한국 축구의 위상도 크게 달라졌고, 그가 ‘선배’로서 이러한 선례를 남기자, 설기현, 이동국 등 연쇄적인 진출 러쉬도 가능할 수 있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영향을 줄만한 사안이다. 그렇기에 이천수가 이동국에 이어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가는 두 번째 선수가 된다면 남은 K리거들 또한 충분히 향후 그 기회를 이어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이천수가 K리그를 등지는 것은 단순히 K리그가 유럽에 비해 수준 미달이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꿀 법한 유럽 리그에서 뛰고자 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실패를 맛본 그이기에 더욱 절실하다.
오히려 이천수가 아니더라도 K리그를 지키고 이끌 수 있는 스타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이천수는 이미 K리그에서 충분히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으며, K리그 발전을 위해 공헌한 것도 선수 차원에서 충분했다.
또 ‘이천수가 울산에 대한 고마움을 모른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울산이 스페인에서 실패한 이천수에게 ‘뛸 기회’만을 선사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천수가 울산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며 MVP를 수상한 것만 보더라도 울산은 충분히 이천수의 공을 인정해야 마땅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천수를 ‘한국적 정서’에 의해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이천수 만큼 K리그와 소속팀에 보답한 선수라면 충분히 구단 차원에서 그의 유럽 진출을 위해 ‘매진’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돌을 던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물론 K리그가 유럽 리그에 고개를 숙이는 것 또한 전부는 아니지만 아직 한국은 선수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고 소속팀의 도움 없이도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다.
유럽 리그의 팀들은 언어적, 환경적 적응이 필요없는 비슷한 실력의 자국 선수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기 때문에. 적어도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배려를 해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실력은 있는데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유럽 선수들과 경쟁이 안 된다는 것은 아쉽지 않은가. 진정한 발전은 좁은 물에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무대에서 뛸 기회를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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