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8.09 11:08 / 기사수정 2010.08.09 11:08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는 K-리그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주목받았다. 소위 '파리아스의 아이들'로 불리는 그저 그랬던 선수들의 반란은 신선함이 느껴졌다. 몇몇 선수들은 국가대표에도 잇달아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당시 활약했던 주축 선수 가운데 일부는 현재 다른 팀으로 떠났다. 수비의 한 축을 담당했던 황재원은 수원으로, 최효진은 서울로 이적했다. 또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MVP였던 노병준은 울산으로 임대 이적했고, '마빡이' 데닐손과 감초 역할을 했던 스테보 역시 팀을 떠났다. 새롭게 들어온 감독이 중도 하차하는 등 어수선한 팀 분위기 속에 포항은 전반기에 단 2승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고, 사실상 시즌을 접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데려온 한 선수가 좋은 활약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되기 시작했다. 공격이 살아났고, 무엇보다 지지 않는 경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고무적이었다. '아시아 챔피언'의 새로운 희망으로 거듭난 이 선수는 바로 '스나이퍼' 설기현(31, 포항 스틸러스)이다.
설기현이 살아나자 포항도 조금씩 웃고 있다. 부상 때문에 이렇다 할 출전도 하지 못했던 설기현은 쏘나타 K-리그 2010 14라운드부터 3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하며 상승세를 탔다. 설기현이 잇달아 골을 터트리자 포항 역시 1승 2무 무패 행진을 달리며 10위권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 8일 열린 성남 일화와의 홈 경기에서는 2-0 승리를 거두며 지난 3월 20일 이후 약 5개월 여 만에 기분좋은 승리를 챙겼다. '설기현 효과'를 포항이 조금씩 보기 시작한 것이다.
K-리그에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는 과제가 떨어졌지만 설기현은 단 3경기면 충분했다. 첫 출전이었던 지난 달 11일, 12라운드에서 측면 날개로 선발 출장했던 설기현은 14라운드 수원 삼성과의 경기서부터 최전방 공격수로 뛰면서 잃어버렸던 '킬러 본능'을 되찾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볼 키핑과 상대 수비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노련한 볼 처리와 날카롭고 정확한 슈팅 등 설기현이 할 수 있는 장점들이 살아나면서 마침내 터지지 않던 득점포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유럽 무대 생활을 청산한 뒤 부상, 월드컵 대표팀 미발탁 등으로 인한 개인적인 시련을 훌훌 털어내고,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은 것이 고무적이었다.
설기현이 살아나자 동료 선수들의 위축됐던 플레이도 지난 해 수준으로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활약이 기대됐지만 한동안 이렇다 할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모따가 제 몫을 다 해주기 시작했고, 노병준과 맞트레이드됐던 이진호도 팀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면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김재성-신형민-황진성으로 이어지는 허리 라인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팀 공격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월드컵 이후 치러진 5경기에서 8골을 터트리며 15경기(컵대회 포함)에서 19골을 기록한 것보다 훨씬 나아진 득점력을 갖추게 됐다.
일단 야심차게 들여온 설기현이 포항에 큰 힘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한 달 사이에 포항을 '지지않는 팀'으로 다시 만드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설기현이 후반기 대반전을 노리는 활약을 통해 포항의 진정한 새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설기현 (C)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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