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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공개 결정…"회사 존폐 vs 이중계약" 분쟁 예고 [종합]

기사입력 2020.03.23 17:50 / 기사수정 2020.03.23 22:4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바이러스 여파로 개봉을 연기했던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이 극장이 아닌,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소식이 알려진 후 투자·배급사와 해외 세일즈 대행사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사냥의 시간'이 오는 4월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냥의 시간'의 투자·배급을 담당했던 리틀빅픽처스 측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잠정 연기한 '사냥의 시간'이 11일 세계 보건 기구 WHO의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소식을 접하게 됐고, 이에 리틀빅픽처스는 '사냥의 시간'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현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넷플릭스에 제안을 해 오는 4월 10일부터 전 세계 190여 개국에 29개 언어의 자막으로 동시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나 영화를 제외하고 개봉을 앞두고 있던 한국 영화 신작이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기에 소식이 알려진 후의 파장은 더욱 컸다.

이후 '사냥의 시간'의 해외 세일즈를 담당했던 콘텐츠판다 측이 리틀빅픽처스의 이중계약 문제를 지적하며 논란이 거듭됐다.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행 소식이 알려진 후 콘텐츠 판다 측은 "'사냥의 시간'의 해외 30여개국 세일즈와 계약을 완료한 상황인데,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이어 "국제적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콘텐츠판다 측은 "콘텐츠판다는 '사냥의 시간'의 해외 세일즈사임과 동시에 투자사이다"라고 강조하며 "하지만 리틀빅픽처스는 당사와 충분한 논의 없이 3월 초 구두통보를 통해 넷플릭스 전체 판매를 위해 계약 해지를 요청해왔고, 3월 중순 공문발송으로 해외 세일즈 계약해지 의사를 전했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는 차선책을 제안하며 이미 해외판매가 완료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있을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했다. 하지만 리틀빅픽처스는 투자사들에게 글로벌 OTT사와 글로벌계약을 체결할 계획을 알리는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만을 누락시켰다. 당사는 23일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전세계 스트리밍 공개라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이중계약 소식을 최종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로 인해 금전적 손해는 물론, 그동안 해외 영화시장에서 쌓아올린 명성과 신뢰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또 "해당 건은 당사를 포함해 해외 영화사들이 확보한 적법한 권리를 무시하고 국제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하며 "당사를 포함해 합법적인 계약을 바탕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국내 해외세일즈 회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다. 이에 콘텐츠판다는 국제적인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리틀빅픽처스와의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콘텐츠판다의 이같은 입장에 리틀빅픽처스의 권지원 대표는 엑스포츠뉴스에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까지도 코로나19로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되면서 거의 개봉이 불가능해진 상황이었다. 여러 방안을 고민하다 넷플릭스 쪽에 제안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고, 콘텐츠 판다 쪽에도 상의를 했었다. 이 문제에서 생기는 손해, 그에 따른 배상을 저희 쪽에서 다 보상하겠다고 제시를 했는데 받아주지 않았다. 저희 같은 중소회사 입장에서는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밝히며 향후 이어질 수 있는 법적 문제에 대해서도 "그에 맞춰 대응할 계획이다"라고 거듭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순제작비 90억 원과 홍보 마케팅 비용 27억을 포함해 117억 원에 이르는 거액이 투입된 '사냥의 시간'은 이미 홍보·마케팅 비용을 전부 소진한 상태다.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이번 사례를 시작으로 향후 영화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우려를 낳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날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행이 알려진 후에는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서도 해당 내용을 비중 있게 전하며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냥의 시간'은 영화 '파수꾼'으로 제32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는 윤성현 감독과 배우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 충무로 대표 배우들의 만남으로 일찍부터 화제를 모아왔다.

지난 2018년 7월 크랭크업 후 오랜 후반 작업 끝 올해 2월 26일로 개봉일을 결정했고, 2월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는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돼 전 세계 관객들을 먼저 만나기도 했다. 1월 31일 제작보고회까지 마치며 본격적인 개봉 준비에 나섰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국내 및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결국 개봉일이 미뤄진 후 넷플릭스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넷플릭스, 리틀빅픽처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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