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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타자, 오른손의 반격이 시작된다

기사입력 2007.01.30 13:59 / 기사수정 2007.01.30 13:59

고동현 기자



[엑스포츠뉴스= 고동현 기자] 야구는 왼손들에겐 축복받은 운동이나 다름없다. 오른손에 비해 투수에서나 타자에서나 여러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 특히 타자에서는 몇 년간 타격 각 부문 상위권에 왼손 타자들이 많이 올라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이승엽(요미우리)이 리그를 지배했으며, 이승엽이 떠난 후에도 다른 왼손 타자들은 오른손 타자들을 압도했다. 때문에 선천적으로 오른손인 선수들도 최근에는 학생시절 좌타자로 바꾸는 경향이 많다.

2005년에는 타격 전부문 왼손타자 차지, 2006년에도 이대호 빼고는 왼손 천국

이는 여러가지 타자들의 순위를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2005시즌에는 타자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8가지(타율, 안타, 홈런, 타점, 득점, 도루, 장타율, 출루율) 전 부문에 왼손 타자가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고 한 타자가 여러가지 상을 독점한 것도 아니다. 타율과 최다안타에서는 이병규(주니치)가, 홈런, 타점, 장타율은 래리 서튼(KIA)이, 득점과 도루, 출루율에서는 제이 데이비스, 박용택(LG), 김재현(SK)이 각각 1위에 올르며 5명의 선수가 상을 나눠 가졌다.

2006시즌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른손 타자와 왼손 타자의 비율만 빠져보면 4명씩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른손 타자 중에는 이대호가 타율, 홈런, 타점 등 타격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4개의 부문에서 1위에 올랐을 뿐, 다른 오른손 타자들은 단 한 개의 타격 개인 타이틀도 따내지 못했다. 반면 왼손 타자들은 최다안타에서 이용규(KIA)가, 득점에서는 박한이(삼성), 도루에서는 이종욱(두산), 출루율에서는 양준혁(삼성)이 1위에 오르며 협공을 펼쳤다.

이렇듯 최근 몇 년간에는 왼손 타자들의 압도적 우세가 이어졌다. 여기에 2006년에는 더욱 우타자 가뭄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한 때 이승엽과 함께 리그를 주름잡았던 심정수(삼성)는 부상으로 인해 단 26경기 뿐이 출장하지 못했으며, 두산의 붙박이 4번타자인 김동주 역시 지난해 3월 열렸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부상을 입으며 43경기 출장에 그쳤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오른손 타자들의 대반격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1번타자 자리는 여전히 왼손 타자들의 천국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4번타자 자리만큼은 오른손 타자들로 메워질 전망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의미가 흐려졌지만 야구에서 '4번타자'란 그 팀을 대표하는 강타자들이 맡는 타순이다.

이대호, 김태균, 심정수, 김동주, 이호준, 브룸바... 각 팀의 4번타자 가능성 높아

8팀 중 4번타자로 오른손 타자가 나설 가능성이 높은 팀은 6팀. 지난해 붙박이 4번 타자 중 오른손 타자가 2명 정도인 것과 비교해 엄청난 양적 발전이다. 질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풀시즌을 뛰었던 이대호(롯데), 김태균(한화) 외에 올시즌 합류하는 심정수(삼성), 김동주(두산), 이호준(SK), 클리프 브룸바(현대)는 이미 검증을 마친 선수들이다.

우선 '60억원의 사나이' 심정수는 올시즌 명예회복을 노린다. 지난시즌 부상으로 인해 시즌 초반과 막판에만 모습을 드러냈던 심정수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부진한 모습으로 팀이 우승하던 6차전에서 김대익에게 4번타자 자리를 내주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심정수는 "삼성으로 이적한 뒤 이렇게 몸상태가 좋은 적은 없었다"면서 "올시즌 좋은 성적을 기대해 달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에 넘친다. 심정수가 제 컨디션만 발휘한다면 삼성의 4번타자 자리는 심정수의 몫이다.

역시 부상으로 2006시즌의 3분의 2를 못뛰었던 김동주 역시 차분히 시즌을 준비 중이다. 더군다나 올시즌을 마친 후에는 FA가 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도 두산은 4번타자 자리에 우타자들이 대부분 들어섰지만 김동주처럼 4번타자 자리에 딱 어울리는 타자는 없었다.

이 밖에 리그에 복귀하는 이호준과 브룸바도 팀내 4번타자 자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2005시즌을 마친 후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던 이호준은 올시즌을 앞두고 의병제대하며 팀에 복귀했다. 이호준은 5년 연속 20홈런 이상, 2004시즌에는 타점왕에 오를 정도로 언제든지 홈런을 터뜨릴 능력이 있는 타자다. 기복이 심한 것이 단점이지만 예전과 같은 실력만 발휘한다면 SK의 4번타자로 올시즌 화려하게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04시즌을 마치고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던 브룸바 역시 KIA로 떠난 서튼의 자리를 메우며 4번타자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시즌간 모든 부문에서 왼손 타자들에게 밀렸던 오른손 타자. 올시즌 그들의 반격이 4번타자 자리부터 시작된다.

[사진=지난해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던 이대호와 올시즌 부활을 노리는 심정수.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



고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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