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스틸컷만 봐도 ‘영웅본색’ OST가 떠오를 정도로 한국에서도 큰 센세이션을 부른 1980년대 홍콩 누아르 명작 '영웅본색'이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원작이 워낙 유명해 관객의 기대가 높은데, 향수를 자극하는 이야기, 최첨단 1,000개의 LED 영상, 배우의 열연이 어우러져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유준상은 임태경, 민우혁과 함께 송자호 역을 맡았다. 조직에 모든 것을 바쳤지만 배신당한 후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인물이다. 의리를 위해 죽을 수도 있는 남성들의 판타지를 실현한 작품이지만, 여성 관객에게도 반응이 좋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초반에 영화처럼 흘러가는데 관객이 숨죽이고 가만히 보더라고요.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해도 반응이 없으면 흔들릴 수 있거든요. 그런데 관객이 어마어마하게 열광해주고 커튼콜 맛집으로 말해주시더라고요. 남성 관객도 많이 오지만 여성 관객이 오히려 너무 좋아해 주고 보면 볼수록 재밌다고 해주세요. 저도 하면 할수록 재밌는 작품이라는 확신이 들어요.”
(유준상)
‘영웅본색’은 의리와 배신이 충돌하는 홍콩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자호와 자걸, 마크의 이야기를 담는다. 과거 작품이지만 진정한 우정, 의리, 희생, 가족애 등 현재에도 관통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담는다. 왕용범 연출은 “오히려 관객이 신선함을 느끼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요즘 세대가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젊은 세대가 볼 땐 이 작품의 주제가 희한하게 신선하게 다가오나 봐요. 저런 것에 목숨을 걸고 눈물을 흘리네라며 오히려 신기해하더라고요. 기존 세대는 많이 잊힌 것에 대한 향수로 인해 만족감을 얻는다면 지금 시대는 뉴트로적인 부분에 신선함을 느끼죠. 최신 기술과 접목되다 보니오히려 단점이 아닐까 하는 부분이 신선한 소재가 되더라고요.”
(왕용범)
"자호는 마지막에 친구, 동생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죄를 뉘우치면서 많은 후회의 눈물을 흘려요. 연출님의 작품 중 '프랑켄슈타인'에서 신의 존재 앞에 무기력한 모습이 나오는데 '영웅본색'에서도 그 과정이 나와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거대한 이야기에서도 보여주지만, 현대적인 이야기에서도 인물을 통해 구현해주고 있어요. 어떨 때는 철학적으로 꽂힐 때가 있어요. 매회 공연하면서 일지를 쓰는데 작은 단서를 찾아낼 때만큼 기쁠 때가 없어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찾아내는 기쁨이 매 순간 매번 다르게 생겨요. 연출님이 매 공연을 통해 제게 커다란 숙제를 주죠.”
(유준상)
왕용범 연출은 전작 ‘프랑켄슈타인’과 ‘벤허’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 수출하는 등 창작 뮤지컬의 새 역사를 썼다. 현재 공연 중인 ‘영웅본색’까지 창작 뮤지컬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젊을 때 꿈꾼 걸 이뤄나가는 것 같아요. ‘프랑켄슈타인’을 할 때 잘 되겠어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크게 성공했고 일본에 대극장 최초로 수출하는 뮤지컬이 됐죠. 일본에서 공연 중인데 전회 전석 매진되고 일본에서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로 사랑받고 있어요. ‘벤허’ 때도 그걸 어떻게 뮤지컬로 해라는 반응을 받았는데 잘됐어요.
‘영웅본색’을 준비할 때도 영화를 어떻게 뮤지컬로 하냐는 말을 들었는데 영화에서 보지 못한 캐릭터의 절절한 속마음을 노래를 통해 표현할 수 있었어요. 영화를 본 분들은 영화의 아류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걱정했다더라고요. 하지만 오히려 뮤지컬이 더 재밌다고 해주세요. 영화와는 다른 매력이 있어요. 1, 2편을 조화롭게 구성해 뮤지컬 ‘영웅본색’만을 담아내려 했죠.”
(왕용범)
유준상은 왕용범 연출과 뮤지컬 ‘삼총사’, ‘잭 더 리퍼’, ‘프랑켄슈타인’, ‘벤허’, ‘영웅본색’까지 5편의 뮤지컬에서 호흡했다.
"10년 전에 ‘잭 더 리퍼’를 할 때 연출님이 '언젠가 '영웅본색'을 할 거라고 말했어요. '삼총사'를 하면서는 '프랑켄슈타인'을 준비하라더라고요. '프랑켄슈타인' 때는 몇 년 뒤에 ‘벤허’를 할 거라며 몸 좀 만들라고 했죠. 연출님 머리에 기록된 것들이 실제로 구현되면서 그 약속이 지켜지고 있어요. 연출님과 동시대에 사는 게 너무 행복해요. 동국대 연영과에 다닐 때 연극이 중심이었을 때라서 주변에서 뮤지컬을 하지 말라고 다 말렸거든요. 그러던 중 연출님이 2000년대 초반에 ‘더플레이’라는 작품을 눈여겨보고 ‘삼총사’에 절 캐스팅해줬어요. 엄유민법도 연출님 때문에 만들어진 거예요. 오랜 시간 동안 연출님과 창작으로만 다섯 작품을 하고 있죠. 창작으로 한 편하기도 힘든데 놓칠 수 없더라고요.”
(유준상)
왕 연출은 오히려 창작 뮤지컬에 애정과 자부심을 느끼고 출연해준 유준상에게 고마워했다.
“창작 뮤지컬은 잘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잖아요. 처음이고 변화도 많다 보니 많은 배우, 특히 스타 배우들은 잘 안 하려고 해요. 브로드웨이 뮤지컬 같이 다 차려진 밥상 위에 빛나면 되는 거거든요. 그런 수고나 리스크를 마다하지 않고 창작 뮤지컬에 출연해주는 그 자체가 배우로서 희생이에요. 덕분에 오늘날의 ‘영웅본색’이 있는 거고요. 이런 분들이 출연을 안 해주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해요. 유준상 배우에게 감사하죠. 30년 후에 팔순 잔치 선물로 예술의 전당 무대에 물을 받아놓고 배 띄우고 1인극인 뮤지컬 ‘노인과 바다’를 개막할 거예요. 그때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웃음)
(왕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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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