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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맹활약 '뽀뽀', 우승 징크스 '마차도'

기사입력 2006.12.29 14:02 / 기사수정 2006.12.29 14:02

이성필 기자
[엑스포츠뉴스 = 이성필 기자]  올 시즌 시작을 한 달여 앞둔 2월,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가 있었다. 이 이사회에서는 올해부터 3명으로 제한되는 외국인 선수 출전을 놓고 격론이 오갔고, 외국인 선수를 4명 보유한 수원이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여전한 외국인 선수 파워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올해 외국인 선수 숫자를 3명으로 제한하지만 계약기간이 남은 외국인 선수는 계약파기 같은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남은 계약기간까지 쓸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둔 것.

나머지 구단은 대부분의 선수들을 정리했지만 수원은 2003년 5년을 계약 기간으로 잡았던 나드손을 비롯, 작년 2월 계약한 마토, 산드로와 각각 3년, 7월 이따마르와 3년을 계약하면서 4명이 되었다.

이에 따라 다른 구단 참석자들의 비난을 받게 된 것. 이러한 비난은 외국인 선수가 여전히 프로축구에서 상당한 비중을 갖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때문에 올 시즌 역시 광주 상무를 제외한 13개 구단이 38명의 외국인 선수를 등록, 시즌을 출발했고 각 팀의 명암은 상당히 엇갈렸다.

외국인 선수 제한 규정이 있는 골키퍼를 제외한 각 부문에서 이들의 활약은 여전했다. 팀의 핵으로 자리 잡은 선수가 있는가 하면 단 두 경기만 뛰고 퇴출된 선수가 있다.

또한 리그에서 성공, 검증된 선수로 타 팀에 이적해 만점 활약을 보인 선수가 있는 등 올해도 K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는 팀의 운명을 좌우했다. 특히 각 구단은 공격수에 큰 비중을 뒀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의 공격수 편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수비-마토, 비시니우스...벽을 만든 선수들

▲ '통곡의 벽' 마토. 그는 올해 K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꼽혔다.
ⓒ 강창우
그렇다고 해서 눈에 띄는 외국인 수비수가 없었던 게 아니다. 경남FC의 중앙 수비수로 자리 잡은 산토스와 수원 수비의 핵 마토의 활약은 대단했다. 산토스는 포항에서 활약하다 올해 신생팀 경남으로 이적해 수비라인을 지휘했다. 그의 활약으로 경남은 컵대회 3위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대체적으로 외국인 수비수들은 거의 제 몫을 해냈다.

마토는 '통곡의 벽'이라는 별칭답게 수원 삼성 포백라인의 중심이다. 차범근 감독의 전략에 따라 가끔 풀백 요원이 되기도 했지만 그는 한국으로 귀화한 이싸빅과 함께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수원의 후기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또한 그의 왼발은 프리킥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여 올해 4골을 뽑아냈다.

울산 현대의 비시니우스는 김정남 감독이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해 성공을 거둔 자원이었다.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울산 수비의 안정화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중앙으로 침투하는 상대팀의 공격을 앞 선에서 미리 차단하는 그의 능력은 울산의 A3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보스니아 국가대표 출신의 제주 유나이티드 니콜라는 정해성 감독의 포백 전환에 큰 도움을 준 인물이다. 중앙 수비로 조용형과 호흡을 맞추며 후기리그 포백 정착에 앞장 선 선수다. 정 감독도 니콜라의 폭넓은 수비라인 활용을 늘 강조하며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드필드-뽀뽀 전성시대

▲ 부산의 골을 부르는 외국인 선수 '뽀뽀'. 이름 그대로 올해 골대에 입맞춤 엄청나게 했다.
ⓒ 박영태
올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제정한 K리그 대상 베스트11에 백지훈(수원), 이관우(수원), 김두현(성남)과 함께 외국인 선수가 한 명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시즌 종료 후 부산 아이파크의 엔디 에글리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다'며 경남으로 이적시킨 뽀뽀다.

뽀뽀는 올 시즌 컵대회 포함 20득점 8도움을 기록하며 부산의 미드필드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팀 공격수인 소말리아, 히카르도보다 빼어난 활약을 하며 부산 팬들의 뇌리에 뽀뽀를 각인시켜 놓았다.

공간을 잘 찾아다니는 뽀뽀는 팀 동료의 공에 대해 절대로 시선을 놓지 않는다. 때문에 골문 안쪽에서 뒤쪽으로 빠지는 패스를 잘 받아 골을 여럿 기록했다. 프리킥 솜씨도 일품이다. 특히 후기리그 전남 원정경기에서 있었던 프리킥을 두 번이나 골로 성공시킨 사건은 올 시즌 프로축구의 화제 거리 중 하나였다.

서울의 히칼도와 전북의 보띠는 전기보다 후기리그에 들어오면서 재능이 더욱 살아나 팀을 각각 플레이오프 진출과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가게 만들었다. 히칼도는 칼날 같은 패스로 6도움을 기록했고 보띠는 공수를 조율하며 4득점으로 팀에 기여했다.

포항 스틸러스의 따바레즈 역시 황진성과 주전 경쟁을 펼치며 플레이메이커 자리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6득점 4도움을 기록하며 파리아스 감독의 무한 경쟁체제에 적응했다. 때로는 공격수로도 보직을 변경해 활약을 했다.

공격-데닐손↑ 마차도↓ '명암 뚜렷'

▲ '골리베라'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아쉬운 경기력을 보인 올리베라(왼쪽). 반면 대전 관중들을 즐겁게 만든 '데빡이 데닐손'
ⓒ 강창우, 대전시티즌
많은 구단들은 공격력 확보를 위해 올해도 어김없이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했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 중 가장 뚜렷한 활약을 보인 선수는 대전 시티즌의 데닐손과 포항의 프론티니와 엔리끼다. 이들은 컵대회 포함 공격포인트 10위 안에 모두 자리잡았다.

특히 '마빡이 세리머니'로 유명한 대전의 데닐손은 9득점 3도움으로 고감도 발끝을 보여주었다. 프론티니와 엔리끼는 이동국의 부상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둘이서 15득점 10도움을 기록한 것에서 이들의 활약도를 짐작할 수 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다. 대구가 영입한 제펠손, 에듀, 지네이 등은 모두 실패작이었다. 대전의 헙슨 수원의 올리베라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수원의 올리베라는 다른 팀도 아닌 수원이었기에 더욱 못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후기리그에서만 5골을 뽑았지만 느린 발과 제공권 장악능력 부족은 그를 실패 선수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기존 선수들의 명암도 확연했다. 성남에서 시즌 중 서울로 이적한 두두는 괜찮은 활약을 하며 주전 공격수 자리를 차지했다. 수원에서 개인플레이를 한다고 미움을 받았던 이따마르는 성남으로 이적 후 3골 2도움으로 값진 활약을 하며 팀의 시즌 우승에 기여를 했다. 전남에서 이적한 네아가 역시 4골 1도움으로 괜찮은 성적을 남겼다.

애매한 활약을 하며 팀을 들었다 내렸다 한 선수도 있다. 전북의 제칼로가 대표적인 경우. 시즌 중 광주 상무 관중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어 출장정지를 당한 그는 자신의 팔목에 자학을 하면서 골 세리머니를 하는 기이한 행동을 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그러면서 중요 경기인 챔피언스리그 우승 길목에서 골을 기록해 최강희 감독의 눈길을 받았다.

갑자기 떨어진 기량으로 고생한 선수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울산의 마차도와 인천의 라돈치치다. 마차도는 올 시즌 극심한 부진으로 골대에 볼을 제대로 '마차 보지도 못하며'(맞춰 보지도 못하다는 경상도 사투리) 시즌을 마감했다. 그의 부진은 울산의 2005년 우승 기억을 빠르게 지우는데 일조했다. 라돈치치는 이따금 골을 기록하며 살아날 듯 말 듯 하면서도 쉽게 살아나지 못했다.


이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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