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17:49
스포츠

[삼바 토크(30)] 둥가의 브라질이 남긴 빛과 그늘

기사입력 2010.07.06 09:36 / 기사수정 2010.07.06 09:36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카를루스 둥가 브라질 대표팀 감독의 사임이 확정됐다.

5일(한국시각) 브라질 축구 협회는 공식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둥가와의 재계약은 없으며 오는 7월 새로운 사령탑을 발표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로써 둥가는 4년간 이어진 브라질 대표팀 감독 생활을 그만두게 됐다.

이번 <삼바 토크> 30편에서는 실패로 끝난 둥가를 재조명하며 그가 브라질 축구에 남긴 빛과 그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 은사 파헤이라의 후임으로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둥가, 개혁을 시도하다

지난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카를루스 파헤이라 체제의 브라질은 4-2-2-2라는 극단적 공격 전술로 대회에 임했다가 미드필더 장악에 실패하며 8강에서 탈락했다. 설상가상 선수단 정비에도 실패하며 잇따른 구설수로 빛 좋은 개살구라는 오명과 함께 대회를 마감했다.

당시 브라질은 골키퍼 지다를 시작으로 공격수 호나우두와 아드리아누까지 빈틈이 없어 보였으며, 역대 최고의 팀으로 꼽히는 1970 멕시코 대회 선수들과 비교될 만큼 훌륭한 스쿼드를 보유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와 사생활 문제 그리고 안일한 전술 때문에 실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월드컵 8강 탈락이라는 굴욕적인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한 브라질은 2002 월드컵 우승을 이끈 펠리피 스콜라리에게 2014년까지 사령탑을 보장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결국, 감독 선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브라질 축구협회는 1994 미국 월드컵 우승 주역인 카를루스 둥가를 대표팀 감독으로 뽑았다.

(-선수 시절 둥가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중원 장악에 크게 이바지한 선수였다.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슈팅은 물론이고 빼어난 활동량과 경기장에서 동료 선수의 잘못을 꾸짖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브라질의 대표적인 볼란치였다-)

부임 초기 둥가는 2006 월드컵에서 자신의 축구 철학을 버리고 공격적인 노선을 택한 파헤이라를 답습하는 듯 보였다. 물론 극단적인 공격 전술은 지양했다. 그가 선택한 노선은 1994 미국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파헤이라였다.

당시 파헤이라는 안정성을 중시하면서 수비 조직력을 탄탄하게 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표팀의 24년 만에 월드컵 우승이라는 성적을 기록한 장본인이다. 또한, 브라질이 중시하는 삼바 축구를 배제한 체 단단한 팀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둥가는 브라질 슈퍼스타 호나우두와 호나우지뉴를 배제한 채 전반적인 틀을 대폭 수정했다. 이는 이름값에 치우친 이전의 브라질에서 벗어나 하나의 팀으로서 단단한 브라질을 완성하고자 한 것이다.

둥가의 첫 번째 희생양 호나우두는 삼바 축구 그 자체였다. 3번의 월드컵에서 15골을 기록하며 월드컵 최다 득점의 영예를 얻은 것은 물론이고 고비 때마다 팀을 구하며 펠레에 이어 축구 황제라는 칭호를 얻은 최고의 공격수였다.



호나우지뉴도 마찬가지였다. 2006 월드컵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팀의 8강 탈락을 막지는 못했지만, 남미 예선을 비롯해 2002 월드컵과 2005 컨페드컵 우승까지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타이틀을 거머쥔 선수였다. 게다가 호나우두의 꿈인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기록하며 유럽에서도 잘 나가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였다.

둥가가 이들을 버린 이유는 간단하다.

호나우두는 과체중 때문에 빠른 공수 전환을 요구하는 체제에 어울리지 않았으며, 호나우지뉴는 전성기와 다르게 기동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호나우지뉴는 교체 선수로 경기에 나설지라도 카카와의 역할 중복과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한 방의 부족을 이유로 AC 밀란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도 대표팀에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 코파 아메리카를 거치면서 완성된 둥가의 브라질

2007 코파 아메리카를 거치면서 둥가의 브라질은 기본적인 틀을 완성했다. 그는 전임 파헤이라가 이메르송과 제 호베르투를 중앙 미드필더에 두면서 카카와 호나우지뉴 그리고 호나우두, 아드리아누에게 공격적인 임무를 맡긴 것과 달리 3명의 중앙 미드필더 위에 한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형태를 추구했다. 또한, 세대교체의 목적으로 호비뉴와 카카를 대표팀의 중심 선수로 선발했다.

둥가의 첫 메이저 대회인 코파 아메리카는 이변의 대회였다.

당시 브라질은 AC 밀란의 챔스 우승을 이끈 카카를 비롯해 호나우지뉴와 루시우, 줄리우 세자르가 결장하며 2진에 가까운 구성원으로 대회에 나섰다.

반면 영원한 맞수 아르헨티나는 막강한 전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며 결승에서 만날 브라질을 완벽하게 무너뜨릴 것으로 보였다. 브라질은 4강에서 우루과이를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힘겹게 올라왔지만, 아르헨티나는 멕시코를 상대로 막강한 화력을 뽐내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둥가의 브라질은 강했다. 게다가 엘라누의 부상과 지우베르투 시우바의 경고 누적으로 중원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둥가는 다니 아우베스와 마이콩을 동시에 기용하는 파격적인 전술로 3-0 승리를 이끌었다.

코파 아메리카 당시 둥가는 엘라누와 조수에, 미네이루, 지우베르투 시우바를 중앙 미드필더로 두는 전술을 선택했다. 이는 3명의 수비적인 미드필더를 두면서 이들 위에 꼭짓점으로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도우면서 상대와의 중원 싸움에 힘을 싣고자 한 그의 안목이 드러났다.

이후 남미 예선을 거치면서 하나의 팀을 꾸려 나간 둥가는 잇따른 졸전으로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지만, 파라과이와의 경기를 기점으로 예선 1위로 등극하더니 2009 컨페드컵에서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 브라질을 세계 최강의 팀으로 성장시킨다.

둥가의 브라질은 다른 강호와 달리, 일찌감치 월드컵에서 선보일 대표팀의 기본 틀을 완성했다. 그가 선택한 전술은 4-3-1-2와 4-2-3-1을 혼합하는 체제로서 4명의 포백 위에 지우베르투 시우바를, 중앙 미드필더로 펠리피 멜루와 엘라누를 투입한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카카이며 공격수는 호비뉴와 루이스 파비아누를 두었다.

펠리피 멜루는 지우베르투 시우바를 도와 중원 장악에 힘을 싣는다. 여기서 알아야 될 점은 브라질 대표팀 중앙 수비수의 성향 중 하나가 남다른 오버래핑이라는 것이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문전으로 쇄도하면서 헤딩으로 득점하는 데 능숙하며 빠른 공수 전환이 장점이다.

둥가는 이러한 오버래핑 상황에서 수비 뒷공간이 생기는 점을 고려해 지우베르투 시우바에게 이들이 공간을 메우는 역할을 지시했다.

둥가의 노력 덕분에 브라질의 공수 전환은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이번 월드컵 8강 전반까지 둥가의 브라질은 완벽 그 자체였다.

▶ 멜루가 망가뜨린 둥가의 실리 축구

성공적으로 끝날 것 같던 둥가의 실험은 멜루에 의해 망가졌다. 축구는 11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팀 스포츠지만, 멜루가 보여준 최악의 활약은 디에고 마라도나 이후 단 한 명의 선수가 경기를 지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네덜란드와의 8강에서 멜루는 속된 말로 북 치고 장구 치면서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이번 월드컵 8강전에서 브라질은 전반까지 우세한 경기력으로 한 수 아래의 전력인 네덜란드에 앞서 나갔다. 그러나 후반 초반 멜루와 줄리우 세자르의 사인이 맞지 않으면서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의 크로스가 때아닌 동점골로 이어졌다.

1-1로 동점이 된 상황에서 멜루는 아르연 로번이 올린 코너킥이 카윗의 머리를 맞고 나서 스네이더르를 향해 간 사이 전담 마크로 스네이더르를 막아야 하는 자신의 임무를 망각한 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역전을 허용했다. 단신 스네이더르가 헤딩으로 득점한 것은 최강의 수비진을 자랑하던 브라질 축구에 굴욕을 줬다. 설상가상 멜루는 후반 중반 로번을 향해 비신사적인 파울을 가하며 퇴장까지 당했다.

결국, 브라질은 역전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멜루의 퇴장과 선수들의 흥분으로 자멸했다. 지난 대회와 다르게 선수 기강을 바로잡으며 사생활 통제 및 선수 간 의사소통을 중시한 둥가의 실리 축구는 결과적으로 실패라는 초라한 성적표와 함께 막을 내렸다.

▶ 둥가의 브라질이 남긴 빛과 그늘

기존의 브라질 축구는 공격 1선과 미드필더 나아가 수비까지 모두 좁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미드필더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며 전진하는 체제였다. 상대의 공격을 미드필더에서부터 원천봉쇄하는 이들의 축구는 빠른 공수 전환을 통해 단 한 번의 속공으로 득점에 연결했었다.

이는 축구계의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스타 플레이어 때문에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게다가 오랜 기간 팀의 중추였던 좌, 우 풀백인 호베르투 카를루스와 카푸의 노쇠화까지 겹치며 실용성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나아가 미드필더의 움직임을 중시하기 때문에 긴 패스를 통해 뒷공간을 노리는 팀에게 무너지는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단적인 예로 브라질은 지난 2006 독일 월드컵 8강에서 프랑스에 무너질 당시 티에리 앙리에게 뒷공간을 내주며 실점했다.

앞서 말했듯이 둥가는 브라질 축구의 이단자였다. 그는 기존 전술이 뒷공간을 자주 내주며 상대에게 쉽게 당한다는 점을 인식해 수비진을 단단하게 구성하면서 미드필더에게도 후방에서 움직이도록 주문했다.

그가 지향한 실리 축구는 월드컵을 제외한 모든 메이저 대회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활용해 상대의 압박을 무력화하는 모습은 브라질 축구의 이상적인 전술로 보였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움직임이 매서운 호비뉴를 이용해 상대 수비진을 횡적으로 벌였으며 신체적 능력에서 결함을 드러냈지만, 예리한 패스를 지닌 카카의 감각을 이용해 종적으로 공격진을 운용했다. 이들 앞에 있는 파비아누는 득점력이 뛰어난 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효과적으로 살리며 화려하지는 않아도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둥가의 브라질은 본 궤도에서 상실한 채 무기력한 움직임을 보여준 네덜란드를 상대로 한 골만을 뽑아내는 안일한 전술로 무너졌다. 아마도 둥가는 전반을 1-0으로 마치면서 후반 초반 추가 득점을 통해 네덜란드를 제압할 것으로 보였다. 이는 전반과 달리 후반 시작과 동시에 브라질 선수들이 더욱 앞에서 뛰었다는 점이 증거이다.

결과적으로 둥가의 브라질은 그의 예상을 빗나간 멜루의 퇴장과 더불어 선수들의 사기 저하와 함께 8강 탈락이라는 굴욕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둥가의 브라질은 실보다는 득이 많았다. 늘 공격적인 전술을 지향했던 브라질에 안정성을 부여한 것은 물론이고 토너먼트에서 이길 수 있는 팀을 만들었다. 비록 단 한 번의 실수가 패배로 이어진 점은 아쉽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독일과 함께 강호로서의 위엄은 충분히 보여줬다.

지난 파헤이라의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8강 탈락이라는 똑같은 결과를 낳았지만, 적어도 경기력에서는 극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이제 브라질은 둥가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독을 맞이할 것이다. 비록 둥가가 지향한 실리 축구는 결과적으로 실패라는 결과를 낳았지만, 브라질 축구에 시사하는 바는 클 것이다.

[사진=카를로스 둥가 (C) Gettyimages/멀티비츠]
 



박문수 기자 press@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