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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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을 위한 거짓말 같은 실화, 영화 ‘비상’

기사입력 2006.12.05 12:11 / 기사수정 2006.12.05 12:11

강창우 기자

 
▲ 인천 임중용의 수비.

[엑스포츠뉴스=강창우 기자]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유명한 선수들의 공격과 수비에 쓰러지는 선수들. 상대편 공격수가 성공시킨 골을 보며 허탈해하는 선수들. 패배 후 대기실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이어지는 내레이션 "졌다. 또 졌다."

▲ 임유철 감독
영화를 보고 사회의 힘없는, 소외받는,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힘을 내고 용기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임유철 감독의 말처럼, 가난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약체 프로축구팀 인천 유나이티드의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 ‘비상’이다.

'비상'은 어떤 영화?

여러 스타 플레이어로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레알 수원'과 반대로 보잘것없는 전력과 얇은 선수층으로 대조되는 인천의 경기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패배감에 짓눌려있는 선수들. 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던 선수들.  그들 앞에 국내 감독경험은 전무한 사람이 감독으로 등장한다.  그리고는 선언한 7승 3무 2패의 목표.  지난 시즌 2승 3무 7패를 기록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모두 어이없는 표정이다.

가난한 시민구단의 서러움. 주전 선수가 타 팀에 비해 1/3이나 적다. 한 명이라도 부상을 당하면 돌아오는 어려움은 물론, 당장 전술을 구사할 선수도 모자란다. 설상가상으로 구단의 하나뿐인 스타플레이어였던 최태욱마저 재정상의 문제로 타국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카드는 부진으로 잊혀 가던 선수의 발굴, 그리고 영입하기까지의 밀고 당기는 단장과 선수 측의 적나라한 협상이 이어진다.

상대팀의 스타 선수를 보려고 모인 인천에서의 홈경기.  비장의 각오로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나선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적중된 전기리그 7승 3무 2패. 그리고 무시당하던 시민구단 인천의 통합 1위 등극. 짜여진 각본처럼 다가온 부산과의 플레이오프 한판 승부.

인천에 오게 된 선수들은 마치 외인구단의 선수들처럼 여기저기서 방출되고 어려운 사연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  더욱이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고도 버려져 일본으로 떠났던 장외룡 감독.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쳤지만 자유계약이라는 신분으로 쫓겨난 인천의 주장 임중용.  IMF로 인한 대우의 해체와 함께 거리에 나앉게 된 코칭 스태프와 구단 프런트 직원.  이들에게 있어서 부산은 단순한 상대팀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서로에게 다짐을 한다.  "꼭 이겨야 한다."

이윽고 거짓말처럼 인천이 골을 성공시켰다.  곧이어 이어진 박수갈채.  그런데 이상하다.  박수가 들리는 곳이 스크린이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인천의 득점에 모든 관객이 하나같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영화를 보며 영화관에서 박수를 치다니...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이미 그들은 영화 관객이 아니라 축구 관중이었다.  바로 이것이 영화 '비상'의 묘미였다.

‘비상’에는 대본도, 연기도 없었다.  덕분에 짜여진 대화에서 나오는 문학적인 대사, 머릿속에 오래 남을 법한 영상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의 진솔한 대화와 넋두리, 바닥에서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까지의 과정들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 시사회 후 팬들에게 싸인중인 장외룡 인천 감독.

시사회를 마친 인천의 주장 임중용은 서둘러 자리를 옮긴다.  장외룡 감독은 (임)중용이 내일 훈련 뛰어야 되는데 어디갔냐며 선수를 찾는다.  그리고 임유철 감독은 이 영화로 한 분이라도 더 많은 K리그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팬이 생겼으면 바란다고 말한다.

영화 ‘비상’은 러닝타임 100분으로 경기종료가 아니었다.  영화 속에서 숨 쉬던 선수들과 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K리그의 하늘로 비상하기 위해 힘찬 날개짓 중이었던 것이다.


▲ 왼쪽부터 임유철 감독, 장외룡 감독, 임중용 선수, 배우 오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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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감독:임유철, 나래이션:오만석)

12월 14일 극장개봉예정



강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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