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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미들맨 제라드-램파드, 공존하기 힘든 이유

기사입력 2010.06.28 08:36 / 기사수정 2010.06.28 08:37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축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두 명의 뛰어난 선수가 있다.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이며 자국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팀의 핵심 역할을 맡는다. 게다가 이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으로 위기에 놓인 팀을 구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정작 두 선수가 경기에 같이 나서면 위협적이지 않다. 오히려 1+1=1에 가까운 활약이다.

- 잉글랜드 축구의 딜레마, 제라드와 램파드의 공존



이번 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졸전 끝에 탈락한 이유 중 하나는 스티븐 제라드(리버풀)와 프랭크 램파드(첼시)의 공존 실패다.

앞서 말했듯이 제라드와 램파드는 축구에 관심이 조금만 있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한 선수이다. 각각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의 강호 리버풀과 첼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세계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 중 하나로 불리는 이들은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많다. 대포알 같은 강력한 중거리 슈팅과 위기 상황의 팀을 구해내는 능력이 이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정작 잉글랜드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동시에 출장한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이들의 공존에 대해 간단하게 생각하면 램파드가 전진하는 성향이 강할지라도 제라드가 수비적인 능력도 탁월해서 서로의 장, 단점을 메우면 된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 서로의 단점을 메워주면서 EPL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를 중원에 장착하며 고공비행하는 잉글랜드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그들의 성적과 경기력을 고려했을 때 무리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공존에 실패했을까?

잉글랜드는 전통적으로 4-4-2를 기반으로 경기에 임한다.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4-4-2 전술은 잉글랜드의 상징이었다. 4-4-2란 4명의 수비수를 두면서 2명의 최전방 공격수를 배치한다.  4명의 미드필더 중 두 명은 좌, 우측면에서 활동하며 남은 두 명은 중앙에서 경기에 나선다.

램파드와 제라드는 측면보다는 중앙을 선호했던 선수라 잉글랜드는 중앙 미드필더로서 이들을 기용했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 잉글랜드는 기존의 4-4-2에 수정을 가했다) 앞서 말했듯이 램파드와 제라드가 서로의 단점을 메워주면서 중원을 지휘할 것이라는 바람과 다르게 두 선수는 1+1=1의 효과를 낳았다. 아무래도 두 선수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보다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워서 과부하를 낳았다. (제라드의 수비력이 준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출난 것은 아니다)

이날 독일과의 경기에서 잉글랜드는 4-4-2시스템으로 경기에 나섰다. 지난 슬로베니아전과 마찬가지로 제라드를 측면과 중앙에서 움직이도록 했으며 램파드를 배리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출장시켰다.

그러나 두 선수의 호흡은 아쉬움을 더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들을 받쳐줄 수 있는 가레스 배리라는 홀딩 미드필더가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월드컵 직전까지 참가 여부가 불투명했던 배리는 부상에서 갓 복귀한 슬로베니아전에서도 부진했다. 배리의 역할은 간단하다. 그는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로서 중원의 활력소를 넣어줘야 한다. 수비력이 뛰어난 만큼 자신보다 위에 있는 램파드와 제라드가 더욱 활발하게 공격을 전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럼에도, 배리는 지난 두 경기에서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하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저조한 중원에서의 압박을 낳았다. 포백을 보호하면서 제라드와 램파드를 보조하는 역할을 기대했지만, 정작 대회에 나선 그의 몸 상태는 안 좋았다.

후방에서 밀어줄 수 있는 선수의 부재는 위치 선정의 어려움을 낳았다. 비록 독일과의 경기에서이들의 호흡은 상대적으로 무난했지만, 예선 내내 무기력한 장면을 연출할 수밖에 없었다.



배리의 역할도 문제지만, 지난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원톱의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했던 웨인 루니가 제 컨디션이 아닌 점도 한몫했다. 친선경기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인 루니는 월드컵에서 이번 대회 잉글랜드 대표팀 최악의 선수였다. 전방에서 고립되는 것은 물론이고 득점에 성공하지도 못했다. 경기 내내 짜증만 냈으며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맨유에서의 루니는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진을 무력화할 수 있는 선수다. 즉, 전방에서 수비진을 휘저으면서 뒤에 있는 제라드와 램파드에게 공격적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

만일 투 톱으로 나선다면 두 명의 공격수를 넣기 때문에 미드필더 조합에서 홀딩의 부재가 드러나지만, 루니가 원톱의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하면 공격수 한 명을 미드필더 한 명으로 대체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루니는 2선으로 내려와 최전방 공격수를 뒷받침하는 쉐도우 포워드로 경기에 나섰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무리하게 2선으로 내려왔으며 동선이 겹치기도 했다.

아마도 제라드와 램파드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나설 수 있는 것은 다음 유로 2012가 끝일지 모른다. 1980년생인 제라드는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는 무리가 없지만, 램파드는 상황이 다르다.


[사진=스티븐 제라드(위), 프랭크 램파드(아래) (C) Gettyimages/멀티비츠]



박문수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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