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6.27 13:55 / 기사수정 2010.06.27 14:46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은 4강 신화를 이루며, 세계 축구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당시 맹활약을 펼쳤던 막내급 선수들은 이제 고참이 돼 '올드보이'라는 이름으로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도 이뤄내며 한국 축구에 또 하나의 선물을 선사했다.
하지만, 올드보이들의 희비는 미묘하게 엇갈렸다. 일부 선수들은 매 경기에 풀타임 출장해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했지만 또 다른 일부 선수들은 단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제 역할 다 한 박지성-이영표-차두리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보인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올드보이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유럽 축구의 선진 기술을 바탕으로 매 경기 뛰어난 경기 운영을 펼친 박지성은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골을 터트리며 3개 대회 연속 골 기록도 세웠다.
대표팀 주장으로 어느새 거듭나 책임감 있는 플레이로 돋보이는 모습을 보인 박지성은 한국 축구의 격을 몇 단계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해내며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수비진을 책임진 이영표(알 힐랄)의 투혼도 눈부셨다.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이 뛰고 공격적인 면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던 이영표는 매 경기 노련하고 감각적인 플레이로 찬사를 받았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련한 플레이와 수비진 전체를 조율하는 능력은 한국팀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02년 이후 8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오른 차두리(프라이부르크)의 활약도 빛났다.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변신한 차두리는 활발한 오버래핑과 투지 넘치는 수비 능력으로 공-수 안정적인 플레이를 과시하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자신감 있고 패기 넘치는 플레이에 축구팬들은 매료돼 신드롬에 버금가는 폭발적인 관심을 얻기도 했다.
아쉬웠던 이동국-김남일
반면 12년 만에 월드컵 출전 기회를 얻은 이동국(전북)은 진한 아쉬움을 남기며 이번 월드컵을 마쳤다. 당초 유력한 선발 공격수로 알려졌던 이동국은 월드컵 본선 직전, 허벅지 부상으로 팀내 입지가 줄어든 뒤, 결국 교체 출전으로 단 30 여분만 그라운드를 밟으며 이렇다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나마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후반 42분 날린 슈팅이 장대비로 물을 먹은 잔디 때문에 힘을 잃으며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자신의 진가를 다 보여주지 못한 채 조금은 씁쓸하게 이번 월드컵을 마감해야만 했다.
조별 예선 3경기에서 모두 교체 출전한 김남일(톰 톰스크)도 아쉬웠다. 그리스전에서 비교적 무난한 경기력을 선보였던 김남일은 나이지리아전에서 위험한 태클로 패널티킥을 내주는 파울을 범하면서 한숨을 푹 쉬어야 했다. 결정적인 실수를 좋은 경기력을 통해 만회하고 싶었지만 결국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우루과이전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월드컵 무대를 떠나야 했다.
출전 기회 얻지 못한 안정환-이운재
그나마 이동국과 김남일은 그라운드를 밟기라도 했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과 '수문장' 이운재는 그라운드조차 밟지 못하고 아쉽게 이번 월드컵을 마쳐야 했다. 당초 대표팀 공격 조커로 활약이 예상됐던 안정환은 체력 훈련에서 떨어진 모습을 보이며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운재 역시 월드컵 직전 떨어진 경기력 때문에 후배 정성룡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며 결국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맛봤다.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와 원정 첫 승의 쾌거를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이들은 세월의 흐름을 막지 못한 채 쓸쓸하게 남아공 월드컵을 마쳤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비록 이번 월드컵에서 다소 희비가 엇갈리기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월드컵에 나서기 위해 투혼을 불사른 의지만큼은 분명히 눈부시고도 남았던 올드 보이들이었다. 이들의 투지만큼은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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