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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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희 "나락으로 떨어진 뒤에야 인생의 가치 깨달았죠" [엑's 인터뷰②]

기사입력 2019.12.06 15:30 / 기사수정 2019.12.06 15:34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테너를 빌려줘’(원제: 렌드 미 어 테너) 속 배우 노현희의 코믹 연기가 새롭다.

남편 티토를 돼지, 비실비실한 개에 비유하고 ‘봉골레 파스타 속에 있는 조개껍데기 씹어 먹는 소리 하고 있네’라며 찰지게 욕을 한다. 그뿐 만인가. 침대 위에서 여성 편력이 심한 티토와 싸우며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질투로 비롯된 분에 못 이겨 요들송을 부르고 소리를 지르며 코믹한 열연을 펼친다.

“기존에 맡은 역할과 많이 달라요. (웃음)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등 TV에서 한동안은 까불까불한 푼수 같은 엽기발랄 쪽이었고 ‘도전천곡’에서는 잘 놀던 이미지였잖아요. ‘테너를 빌려줘’의 질투의 화신 마리아는 사이코패스 같은 면도 있고 일상적이지 않은 역할이에요. 감정 기복이 심하고 계속 넘나들어요. 대본상 분량은 제일 적은데 하다 보니 애드리브가 늘어나더라고요.”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테너를 빌려줘’는 오페라 공연을 앞두고 대책 없이 만취한 이탈리아 테너 가수 티토가 기절하고 테너 지망생인 맥스가 그로 분장해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극을 그린다.

뮤지컬 분야의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1986년 영국 초연 당시 프로듀싱한 음악을 활용했다. 세계 25개국에서 사랑받은 코믹극이다. 박준혁 연출은 원작에 충실한 접근으로 번역극 느낌 대신 자연스러운 작품을 완성했다. 연극이지만 오페라를 듣는 재미가 있다.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는 배우들의 호흡도 눈에 띈다.

“연습을 정말 엄청나게 했어요. 공연만 6개를 하고 있어요. 극단도 갖고 있고요. 하루짜리 작품도 있어요. 연습을 해야 하잖아요. 아침, 점심, 저녁 새벽까지 주차비와 기름이 엄청나게 나갈 정도예요. 운전하다 졸려서 꼬집어가면서 차 안에서 대사를 외우면서 연습해요. 그래도 ‘테너를 빌려줘’의 전체 연습 중 두 번 빼고 다 나왔어요. 그만큼 어려운 작품이거든요. 제가 잠시라도 중간에 정신 줄을 놓으면 안돼서 끊임없이 기계적으로 연습했어요.”


무대에서 몸 사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는 노현희는 “무대를 밝힌다”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테너를 빌려줘’ 외에도 그동안 극단 ‘배우’를 직접 창단해 6년간 작품을 계속해왔다. 올해만 9개의 작품을 했다. 가족 뮤지컬을 만들어 지방 공연도 다닌다. 연극이나 뮤지컬뿐만 아니라 무대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어디든 찾아간단다. 

“무대를 워낙 좋아해요. 무대를 밝힌다고나 할까요. 얼마 전에 비닐하우스에서 노래를 한 적도 있어요. 무대의 경중은 따지지 않아요. 팔순 잔치인데 동네 길에서, 밭에서 노래한 적도 있어요. 앰프가 훌륭하지 않아도 목이 쉬어라 노래하고 전통시장에서, 동네에서 마이크 들고 노래하고요. 음향 시스템이 훌륭하지 않아도 노래하고 연기하고 거리공연도 하고 그러죠. 대학로에서 자선 바자회도 하고 재능 기부도 많이 하고요. 의미 있는 공연이고 아직도 저를 기억해주고 찾아주는 분들이 있다면 어느 무대라면 다 찾아가요. 

두 세 곡 부르기로 약속했는데 관객들이 안 놓아줘 30분 이상 한 적도 있어요. 좋아해 주니 최선을 다해요. ‘도전천곡’에서 황제였는데 행사에서 원조 미스트롯이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어떤 무대든 소중해요. 고속도로에서도 부르라고 하면 불러요. 귀성길, 귀경길, 휴게소에서 노래도 부르고 팔순 잔치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 앞에서 공연하고요. 무대를 끊을 수 없어요.”

노현희는 “매 순간이 소중하다”며 고개를 끄떡였다. 아역 생활을 하다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정식 데뷔한 그는 어느덧 29년 차 배우가 됐다. 누구나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는다. 노현희 역시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연예인이 아닌 연외인”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이후 연기가 절실해졌고 인생의 원동력이 됐다.

“저도 무명 생활을 겪었어요. 아역 때부터, 초등학교 4, 5학년 때부터 연극 배우로 극단 생활을 했어요. 재연 배우, 엑스트라를 하면서 아역, 청소년 시절을 보냈죠. 성인이 돼서 방송국에 들어갔어요. 본격적으로 KBS에 입사해 탤런트가 되고 이름을 알렸죠. 젊은 나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어요. 예뻐해 주고 많이 찾아줘서 돈도 잘 벌었는데 그때는 이렇게 연기가 고프거나 절실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매 순간 하나하나가 소중해요.

젊은 나이에 고생했다가 나중에 영화를 누리는 게 아니라 젊을 때 쉽게 많이 주목받고 사랑받다가 너무 나락으로 떨어졌어요. 일이 끊기고 개인적인 아픔도 있고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워 완전히 바닥도 쳤고요. 위축된 삶을 살면서 고생하니까 이제야 인생의 의미, 가치를 깨달은 거죠.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고 할까요. 가족과 무대가 유일한 버팀목이 돼줬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김한준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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