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6.21 09:02 / 기사수정 2010.06.21 12:05
[엑스포츠뉴스= 김진성 기자] 12초 룰 위반으로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변했다.
올 시즌 첫 12초 룰 위반 사례가 지난 20일 넥센과 두산의 목동 경기에서 나왔다. 올 시즌 1차 구두 경고로 인한 지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실제로 한 투수가 동일 경기에서 2회 위반으로 볼 판정을 받은 사례는 올 시즌 처음이었다.
승부를 가른 12초 룰 위반
그 불명예의 주인공은 두산 선발 투수 김선우였다. 김선우는 지난 20일 목동 넥센 전에서 7회까지 단 3피안타 1볼넷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하고 있었다. 특히 4회 유한준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이후 11타자 연속 범타 처리를 하고 있었다. 두산도 넥센에 1대 0으로 앞서 있었다.
그런데 8회초 선두 타자 이숭용에게 볼 카운트 2-2에서 7구를 던진 이후 12초 룰 위반을 지적받았다. 그의 7구째를 맞이하는 이숭용이 타격 자세를 취한 이후 그가 자유 발인 왼발을 들어올릴 때까지의 시간이 12초가 지났다는 판정이었다. 그의 7구째 투구는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 볼이 돼 볼 카운트는 2-3이 됐다. 이까지는 올 시즌에도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김선우는 2-3에서 또 다시 12초 룰 위반을 지적받아 올 시즌 처음으로 ‘볼’ 판정을 받았다. 이숭용은 1루로 진루했고, 김선우는 후속타자인 유선정에게 투수 땅볼을 유도했으나 볼을 2루로 던지는 과정에서 다소 스텝이 엉키며 빗나간 송구를 해 선행주자를 잡지 못한 채 타자주자만 아웃으로 연결했다. 평상 심이 완전히 흔들린 것이다. 더블 아웃 유도에 실패한 그는 이후 더욱 흔들리면서 송지만과 장기영에게 연이어 적시타와 3루타를 얻어맞으면서 허무하게 역전을 당했고, 경기도 그대로 뒤집힌 채 2대 1로 넥센이 승리를 가져갔다.
누구를 위한 규칙인가
12초 룰은 원래 야구 규칙에 명시돼 있었으나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 들어 KBO가 경기 스피드 업을 위해 심판원에게 엄격 적용을 지시했다. 그러나 12초 룰은 실제로 경기 스피드 업 효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주자가 루상에 없을 때만 적용되는 규칙이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되는 것이다.
사실 투수가 피칭 템포를 늘리는 것은 주자가 출루해 있을 때 상대 작전 파악과 타자, 주자의 움직임이나 리듬을 방해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주자가 없을 때는 대부분의 투수가 자신의 정상적인 투구 리듬대로 던지기 때문에 12초 룰 위반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
경기가 늘어지는 원인은 결국 주자가 루상에 나가 있을 때 투수와 타자의 수 싸움 및 신경전으로 투구 탬포가 지연되는 것인데, KBO는 엉뚱한 곳에서 스피드 업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실 투수와 타자의 수 싸움에 따른 템포 조절은 야구만이 가질 수 있는 공백의 미다. KBO가 야구의 본질을 건드려 무리하게 경기 스피드 업을 시행하면서 결국 심판의 콜로 경기의 분위기가 좌우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KBO는 12초 룰을 엄격 적용하겠다고 밝혔을 때 절대로 투수나 타자 어느 한쪽에 불리한 룰이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 12초 룰은 투수에게 약간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 지난 20일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 타자는 타임을 걸고 타석에서 물러날 수 있는데 왜 투수는 12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하는가"라며 투수에게 불리한 규정이라고 꼬집었으며, 또 다른 야구인은 "2루심이 콜을 할 때 타자의 타격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어 타자도 피해자"라고 밝혔다.
실제로 KBO는 2번째 위반 때 해당 투구를 타자가 타격할 경우 안타, 실책, 사사구로 진루했으면 그것을 인정하지만, 아웃을 당하면 취소하고 볼로 인정하고 다시 타격을 한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타자에게 유리한 규정이다. 만약 볼 카운트 2-2에서 두 번째 12초 룰 위반 투구에 타격을 해 타자가 아웃을 당하면 그것을 취소하고 2-3에서 다시 타격을 하는 것이다. 이는 경기 상황을 거꾸로 돌리는 셈이다. 스피드 업을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야구계는 로이스터 감독이 밝힌 "경기는 선수가 한다. KBO나 심판이 경기 흐름을 끊어서는 안 된다"라는 뼈있는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사진= 김선우 (C)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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