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6.17 10:49 / 기사수정 2010.07.27 10:04
클럽축구 발언대 [4편] - 전북현대 U-12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공부하는 축구클럽, 클럽축구대제전에 도전장 던지다!
이번 '2010 대한민국클럽축구대제전'(이하 클럽축구대제전)에는 평균 90점 이상의 수재들로 구성된 팀이 출전할 전망이다. 공부하는 축구 클럽으로 유명한 '전북현대 U-12'의 안재석 감독과 인터뷰를 가졌다.
2002년 7월 창단된 전북현대 U-12팀은 프로구단에서 운영하는 팀인 만큼, 선수들이 경제적인 비용을 들이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축구에 재능이 있는 선수를 선발하지만, 안재석 감독은 축구 실력에 앞서 선수들의 인성 및 지성 함양을 중시하고 있다.
안 감독은 선수들의 인성 함양을 위해 평소 바른 인사성을 갖추는 것과, 경기장에서의 페어플레이를 강조하고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 혹은 몇몇 국내 선수를 보면 사생활 때문에 선수 활동에까지 영향을 받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천수나 고종수 같은 선수를 보면서 안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축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인성을 갖추고, 또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축구 실력을 갖추는 것은 그 다음이라는 것이 제 방침입니다."
무엇보다 학생 신분에 맞게,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축구는 우선 취미로써 배워야 한다는 주의다.
안 감독은 몸소 배움의 열의를 실천해 스스로도 선수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전북현대 선수로 활동하다 2002년 은퇴한 뒤부터 전북대학교에서 학업에 매진했다. 2009년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전북대와 전주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학생 신분으로 기본적인 도리를 못하는 사람은, 축구 자체도 열심히 하지 못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아이들은 공부와 축구 두 가지를 같이 해나가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유소년 선수들이 모두 프로 선수가 될 수는 없고, 저희 팀에서도 많아야 한두 명일 겁니다. 또 프로 선수가 된다 해도, 운동을 그만두고 사회라는 또 다른 무대에 적응해야 하는데, 공부를 안 하게 되면 언제든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 산하 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안 감독은 학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구단이나 저와 인연을 맺었지만, 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기본적인 학식을 갖고 체육이나 축구 분야에 같이 종사하게 되면, 그것도 구단 입장에서 바람직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어떤 방법으로 운동과 학업의 병행을 이끌 수 있었는지 설명을 부탁했다.
"우리는 90점 과제를 주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조금만 열심히 하면 90점 받는 게 어렵진 않다고 봐요. 90점을 못 넘은 아이들은, 시합 때 데리고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를 하도록 합니다. '학생으로써 최소한의 소임을 해줄 때, 나도 너희들이 축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 그렇게 얘기합니다. 처음부터 큰 목적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팀 창단 9년이 되어가면서, 주변에서도 그런 부분을 잘 봐주시고 기사도 많이 나가게 됐어요. '공부하는 축구 선수'를 표방하는 시대적 흐름과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수준 차를 감안해서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에게는 실현 가능한 목표치를 제시한다. 그런데 60~70점을 받던 아이도 80점을 넘게 되고, 다음은 85점 하는 식으로 하다 보니 결국 90점을 넘게 된다고 한다. 이 기준은 이번 클럽축구대제전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지금도 3명이 기준을 못 넘어서 다른 아이들이 운동할 때, 운동장만 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지금은 절 원망할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지금 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 감독은 생각하는 축구를 강조한다. 경기장 안에서는 감독의 지시보다 선수 스스로 생각하고 풀어나가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 당장의 결과보다는 선수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르쳐 주는 축구만 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머리를 쓰려고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실수를 하더라도 오히려 박수를 쳐주는 편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플레이를 하면, 비록 성공하더라도 혼을 냅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한 플레이가 아니기 때문이죠. 축구라는 환경은 항상 바뀝니다. 그런 문제에 적응을 하려면 패스 하나에도 많은 생각을 갖고 해야 합니다."
전북현대 U-12 클럽은 의과 대학에 합격한 유현규 군, 학교 중간고사에서 만점을 받은 유길헌, 김기범 군이 이미 각종 언론에 보도가 됐다. 물론 다른 선수들도 긍정적인 효과를 봤음은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인터뷰를 하는 안 감독의 어조에서 기쁨이 느껴졌다 .
"현규 같은 경우 구단 주치의를 목표로 의대를 가는데 성공했습니다. 길헌이는 올해 중학교에 진학했는데, 학원 축구 여건상 공부에 손을 놓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도 평균 95점을 맞아 반에서 일등을 했고, 학교에서 예쁨을 많이 받는데요. 아이들이 계속 운동 선수로써 모범을 보여주니, 구단에서도 팀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이런 게 지도자로써의 보람이 아닌가 싶어요."
클럽축구대제전 목표 성적을 묻자, 안 감독은 아이들에게 성적을 강요하지 않지만 굳이 기준을 말하라면 4강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말 리그에 참가 중인 초등부의 경우 피로가 쌓여있기 때문에, 훈련 강도를 낮추어 컨디션을 조절한 뒤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컨디션 조절 면에서는 대회 장소가 가깝다는 이점도 있다.
안 감독은 클럽 중심의 축구 문화의 활성화에 대한 뜻을 밝히는 한편, 클럽축구대제전과 같은 대회가 우리나라 축구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고마움의 뜻을 전했다.
"클럽축구대제전 같은 대회는 우리나라가 축구 발전을 하는데 큰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클럽축구대제전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사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클럽축구 팀들이 1종 팀들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축구를 잘하는 아이들이 클럽 쪽으로 모이는 추세이기 때문에, 5~10년 정도 지나면 클럽이 우리나라 대표팀에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 감독은 마지막으로 대회를 앞둔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을 남겼다.
"아이들은 경기하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죠. 아이들이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소년기에 소중한 경험을 하기를 바랍니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경기하고, 부상선수 없이 무사히 대회를 치르는 것 이외에는 더 바랄게 없죠."
[사진제공=전북현대 U-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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