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2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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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호, 세트피스와 역습으로 그리스를 질식시키다

기사입력 2010.06.12 22:50 / 기사수정 2010.06.12 22:50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세트피스가 강하다는 그리스였지만, 세트피스 상황의 승자는 허정무 호였다.

12일 오후 8시30분(한국 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조별리그 첫 경기 그리스전에서 허정무 호는 이정수의 선제골과 박지성의 추가 골에 힘입어 호쾌한 2-0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최대 화두는 바로 세트피스였다. 장신 군단 그리스가 워낙 코너킥이나 프리킥 상황에서 위력적인 공격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스 선수들 역시 대회 개막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골적으로 '하이볼'을 운운하며 세트피스 상황의 공중볼 공략에 자신감을 보였다. 더군다나 유럽에서도 '질식 수비'로 명성이 자자할 정도로 수비가 좋은 그리스를 상대로 만약 세트피스로 선제골을 허용할 경우 경기 운영에 큰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그리스 오토 레하겔 감독은 기존의 3-4-3보다 덜 수비적인 4-3-3 전형에 하리스테아스, 키르기아코스 등 장신 선수들을 투입하며 세트 피스에 의한 선제골을 넣은 뒤 잠그는 방식의 경기 운영을 노렸다.

경기 초반, 상대에 위험한 세트피스를 허용하며 경기 분위기를 빼앗기는 듯하며 불안한 마음이 싹트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세트피스에서 첫 성공을 맞본 쪽은 대한민국이었다. 전반 7분, 이영표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에 가담하여 얻어낸 왼쪽 측면 프리킥 찬스에서 공격에 가담한 이정수가 기성용의 크로스를 가볍게 밀어 넣으며 이른 시간 선제골을 뽑는 데 성공한 것.

경기 초반 일찌감치 선제골을 뽑아내자 허정무 호의 경기 운영도 한결 편해졌다. 대표팀은 4-4-2의 전형을 약간 위로 끌어올리며 적극적인 압박을 취했고, 미드필드와 수비 두 라인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8명의 미드필더와 수비진은 촘촘한 블록을 형성하며 중원으로 공이 투입됐을 때 순식간에 협력 수비를 펼쳤고, 측면에서도 이영표와 차두리가 굳건한 대인마크 능력을 보여줬다.

선수비-후역습인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며 세트피스 등으로 선제골을 넣은 뒤 잠그기를 노리던 그리스의 전략엔 문제가 생겼다. 더 이상 수비에만 치중할 수 없는 그리스였지만, 중원과 측면이 모두 차단된 그리스는 여전히 후방에서 곧바로 공격수를 향한 롱패스를 통한 확률 낮은 공격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선제골이 그리스의 세트피스 공격에 세트피스로 맞불을 놓았다면, 이후에 허정무 호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역습 전략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이어갔다.

전반 26분, 아쉽게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추가 골을 얻는 데는 실패했으나 박지성의 날카로운 전진 스루패스를 이어받은 박주영이 골키퍼와 1:1 찬스를 맞았던 역습 장면이 대표적인 예였다.

전반 내내 경기의 주도권도 뺏어오기 쉽지 않자 그리스는 후반 시작과 함께 중원의 핵심 선수인 카라구니스를 빼고 파차초글루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하나의 유기체로서 움직이는 허정무 호의 미드필드와 수비진은 후반전에도 그물망과 같은 견고한 수비를 자랑했고, 중원에서의 주도권도 쉽게 내주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 7분, 드디어 대한민국이 추가 골이 터졌다. 그리스 수비수의 실수를 틈타 박지성이 공을 가로챈 뒤 폭발적인 드리블 후 깔끔한 마무리로 세 대회 연속 월드컵 본선 득점을 올린 것.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팀 동료 웨인 루니를 연상시키는 멋진 골이자, 상대의 허를 역으로 찌르는 카운터 펀치였다.

추가골을 내준 그리스는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부진한 카라구니스와 사마라스 등을 빼고 일찌감치 교체선수 세 명을 모두 투입했지만 공격에선 좀처럼 활로를 뚫지 못했고 후반 18분에는 차두리가 올려준 크로스를 장신의 그리스 수비가 버티고 있었지만 박주영에게 결정적인 헤딩 슈팅을 내주는 등 이미 그리스는 공수에서 밸런스가 모두 무너져 있었다.

결국 몇 차례 공방전을 주고받은 뒤 후반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렸고, 허정무호는 완벽한 전술과 전략의 우세 속에 2-0 승리를 거뒀다. 내용과 결과 훌륭했다.

첫 단추를 훌륭히 꿰어내며 사상 첫 원정 16강을 향한 항해를 순조롭게 시작한 허정무 호. 이제 남은 아르헨티나전과 나이지리아전에서도 이날 보여준 것 같은 안정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모습을 잃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2002년의 영광을 재현해내는 것도 결코 꿈이 아니다.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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