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6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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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에 뜬 가나 응원단, 어디서 왔을까

기사입력 2006.10.09 22:29 / 기사수정 2006.10.09 22:29

이우람 기자
ⓒ2006 엑스포츠뉴스 이우람
"아예이에~♬ 레이야바레~♬"

[엑스포츠뉴스 = 상암 이우람 기자]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가나의 축구대표팀 간 평가전에서 낯선 응원가가 들렸다.

경기 결과야 세계 정상급의 미드필더진을 앞세운 가나의 승리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아주 궁금한 정도는 아니었으나 모처럼 '붉은악마'의 반대쪽에 자리를 잡은 응원단의 정체가 궁금했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을 제외하고 그간 상암에 원정온 응원단이 거의 없었으니 궁금증이 절로 나올 수밖에.

뻘쭘하지만 궁금한 걸 어떻게 해

ⓒ2006 엑스포츠뉴스 이우람
과감히 그 쪽 응원석에 직접 몸을 싣는 용단을 발휘하기로 했다. 굳은 마음을 먹고 그 사람들과 몇 마디 얘기를 나눠보리라.

그렇게 당도한 원정 응원석. 맨 처음에는 되지 않는 영어로 한 사람에게 얘기를 청했다.

오, 그 사람은 일본에 산다고 했다. 먼저 평가전을 치른 일본에서 경기를 보고 바로 한국으로 온 것이라고. 얘기가 술술 나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몇 마디 더 물어보려던 차에 아쉽게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휘슬소리가 불어 더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후반전을 아예 이 곳에서 보기로 결심하고 한동안 그 사람들과 목소리를 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응원단 속에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동양인이 나였으니 몇몇 가나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 그렇게 다소 소위 '뻘쭘함'이 밀려오던 찰나 때마침 가나의 스트라이커 아시모아 기안의 헤딩슛이 한국 골망을 갈라 내게 쏟아지던 관심을 돌릴 수 있었다.

첫 골에 이어 가나의 추가골이 터지자 응원의 기세가 백배 올랐다. '에라 모르겠다.' 어느덧 나는 가나 응원단에 묻혀 '예에~이에'라는 해석 불가능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비록 한국팀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 대신 가나팀을 향한 성원의 목소리를 보내야 했기에 조금 미안했지만(?), 아프리카 특유의 쾌활함을 느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어느덧 내 입에선 가나 응원노래가

ⓒ2006 엑스포츠뉴스 이우람
그러나 내가 이 곳에 온 목적은 이런 즐거움이 전부가 아니었다. 부끄러워도 이대로는 돌아갈 수가 없었다. 적어도 이 분들이 대체 어디서 온 분들인지는 알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 내게 정보를 줄 '구세주'를 찾던 차에 나와 같은 피부색의 '어르신'을 발견했다. 너무 기쁜 나머지 그 사람에게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때마침 타이밍도 좋았다. 김동현의 추격 골이 터져 응원단의 분위기가 수그러져 잠시나마 조용히 얘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 희망의 빛을 비춰주신 고양 한길 교회의 김영두 목사. 그는 어떻게 이런 응원단이 규합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한 방'에 날려주셨다.

"여기서 응원하는 사람들 대부분 저희 교회 교인들입니다. 이 분들의 90% 가까이 가나 사람인데 가나 축구팀이 방한한다는 소리를 듣고 우리 교인들이 일일이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 이렇게 많은 분이 올 수 있었습니다."

-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연락을 취했나요.
"아, 원래 한국에서 우리 교회가 아프리카 교인들을 위한 유일한 교회입니다. 저희는 아프리카에도 교회가 있습니다. 유일한 교회라 이미 여러 방송 매체에도 소개가 된 적이 있습니다."

- 응원 열기가 아주 뜨거운데.
"평소에도 아프리카 교인들이 주일에 축구를 즐깁니다. 오늘 경기도 연락을 취하자 모두 스스로 나서 표를 구입해서 왔습니다."

"평소에 가나 사람들에게 잘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목사님은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이 분들은 대부분 수원·인천을 비롯해 수도권에서 일을 하는데 그 일이라는 게 많은 사람이 기피한다는 3D 업종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왜 이런 분들을 무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나의 유명 축구 선수들에게만 환호할 게 아니라 평소 우리 주위의 가나 사람들에게도 잘해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잠깐이라도 읽었다면 목사님의 당부를 한번쯤 새겨듣는 건 어떨지….


이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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