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아쉽게 마무리됐지만, 계속될 도전이다. 박용집 감독이 영화 '두번할까요'로 관객과 소통하며 결혼과 이혼, 사랑에 대한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
10월 17일 개봉한 '두번할까요'는 생애최초 이혼식 후, N차원 와이프 선영(이정현 분)에게서 겨우 해방된 현우(권상우)앞에, 옛 친구 상철(이종혁)까지 달고 다시 그녀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세 남녀의 싱글라이프를 다룬 코믹로맨스.
현실 연기로 극에 감칠맛을 더한 권상우와 이정현, 이종혁을 비롯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성동일과 정상훈, 김현숙, 박경혜 등의 조화가 웃음을 선사했다.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의 조연출과 '웨딩 드레스'(2009)의 각색, '용의주도 미스 신'(2007)과 '황구'(2014), '파일: 4022일의 사육'(2015) 등을 연출해 온 박용집 감독은 '두번할까요'를 통해 '결혼을 하면 마냥 행복할까? 그렇다고 이혼을 하면 또 행복할까?'라는 어려운 물음에 코믹함을 버무리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시나리오를 만났을 때 '인연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묘한 느낌이 들었던 당시였다.
박용집 감독은 "제작사를 통해서 시나리오 모니터 부탁을 받았고, 읽어본 후 들어보니 감독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이후에 다시 연출을 제안하는 연락을 받았고, 고민해보겠다고 했는데 그 때 드는 생각이, 제 데뷔작도 이런 코미디 장르였는데 이렇게 다시 코미디 장르 시나리오가 돌아온 것이 어떤 인연이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영화 장르도 그 트렌드가 돌잖아요. 이런 트렌드가 요새 다시 오는 것인가 싶었고, 해보겠다 마음먹고 시작하게 됐죠"라고 떠올렸다.
아직 미혼인 박용집 감독은 주변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이야깃거리들을 쌓아갔다고 고백했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생각은, 사실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잖아요. 아마 제가 결혼을 하고 찍었다면, 제 결혼 생활이 많이 나왔을 것 같아요. 그러면 오히려 더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주변의 대부분이 결혼을 하신 분도 있고, 돌싱이 되신 분도 있고요. 재혼하려는 분들 모두 있거든요. 이 영화 때문에 일부러 결혼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영화를 작업하기에는 그게 더 객관적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웃음) 보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법한, 일상생활에서의 에피소드들을 많이 모았었죠."
영화의 시작을 장식하는 현우와 선영의 이혼식 장면이나, 후반부 반려견 결혼식 부분은 상상력을 더해 좀 더 버라이어티하게 완성될 수 있었다. 반려견 결혼식의 경우, 스스로도 '반려인들이 많은 요즘이니, 있을법한 이야기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더할 수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는 선영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장례식장에서 현우가 선영에게 프러포즈하는 부분으로, "신경을 많이 썼어요. 선영이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 아무도 없는 것이잖아요. 누군가가 떠났는데, 누군가가 다시 온다는 느낌으로 찍고 싶었거든요. 좋게 봐주신 분들이 있어 다행이죠"라고 꼽았다.
박용집 감독은 물론 배우들 모두 현장에서의 호흡을 최고로 꼽을 만큼 화기애애했던 순간들이었다.
"버티면서 했다"고 말을 이은 박용집 감독은 "사실 영화가 개봉까지 좀 시간이 걸렸잖아요. 시나리오 때부터 돌아가며 이 영화와 2년 좀 넘게 함께 했는데, 사실 피 말리는 일이죠. 그래도 배우들도 잘 기다려주고, 제게 많이 힘도 줬어요. 촬영이 끝나고도 자주 만나고 그랬었거든요. 덕분에 저도 많이 외롭지 않았던 것 같아요"라고 얘기했다.
출연 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담긴,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권상우 씨는 에너지가 정말 대단해요. 이종혁 씨는 저와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또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던 것 같고요. 이정현 씨도, 여태까지 왜 코미디 장르르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밝은 모습이 좋았어요."
코미디 장르의 어려움을 더 잘 알기에,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유독 고민이 많았다고 전한 박용집 감독은 "고민했던 결과물이 지금의 상태인 것 같아요. 개인의 취향과 웃음코드가 모두 다르잖아요. 결과물을 보고 나면 모든 감독들이 '저건 좀 더 해볼 걸' 생각 들겠지만, 너무 과해도 맥락을 해치기 때문에 그 부분 조절에 많이 신경 썼던 것 같아요. 항상 광장 위에 혼자 서 있는, 그런 기분이죠"라며 엷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또 "결혼과 이혼 모두,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저희 영화를 보고 나서는 '결혼 생활이 가까이서 보면 다 달라도 멀리서 보면 같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라며 작은 바람을 함께 내놓았다.
청주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영화감독의 꿈을 갖고 달려왔고 지금은 그 꿈을 이룬 사람이 됐다. 대학생활을 함께했던,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동기들로는 '필름케이' 김정민 대표, '26컴퍼니' 박세준 대표, '영화사울림' 천승철대표, 정용주 감독, 마대윤 감독이 있다.
이들을 함께 언급한 박용집 감독은 "다들 연출부, 제작부 막내부터 시작한 친구들이거든요, 그 친구들과는 시나리오도 보여주고 얘기도 듣고,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저도 좋은 작품으로 친구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죠. 사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잖아요. 그렇게 보면 저는 다행인 것이죠"라고 덧붙였다.
1999년 연출팀 막내 시절부터 시작해 어느덧 영화 일을 해온지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확실함보다는 불확실함이 더 큰 영화계 안에서, 그럼에도 하고 싶은 일이기에 버텨왔던 시간들 속 '영화가 좋다'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의 힘듦도 이겨내고 싶었고, 또 이겨내 왔다.
'버텨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말에 박용집 감독은 "다른 영화인 중에서도 저 같은 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열심히 버티고 하는데, 영화는 사실 결과로 말하는 직업이기도 하잖아요. 꿈을 이뤘는데, 그 꿈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네 꿈이 뭐였냐'고 물으면 '감독'인데, '감독이 됐는데 이제 뭐할 거야'라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같은, 그런 부분도 가끔 생각해요"라고 솔직하게 토로하며 앞으로 달려 나갈 길에 대한 생각을 이어갔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kth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