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6.01 04:46 / 기사수정 2010.06.01 04:46
[엑스포츠뉴스=김진성 기자] 두산 고영민이 야구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부상이 기가 막혀
고영민은 지난 시즌부터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 09시즌 5월 10일 잠실 한화 전에서 오른 발목 인대 부상을 당해 한 달 반 동안 1군에서 제외됐다. 그 이후 타격감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더 이상 빠른 발을 과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올 시즌은 더 하다. 정규시즌이 개막되고 단 4경기만을 치른 후 4월 7일 등 근육통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4월 18일 잠실 롯데 전에서 복귀신고를 했지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5월 14일 문학 SK 전에서 오른손 새끼손가락 부상을 당해 또 다시 1군에서 제외됐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라서 5월 25일 사직 롯데 전에서 주전 2루수로 복귀했으나 5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두산 김경문 감독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5월 30일 잠실 삼성 전에서도 대타로 나서 무기력하게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는 이제 완전히 주전에서 밀려났다.
본인이 자초한 일
올 시즌 두산의 2번 타자 겸 2루수는 오재원이다. 오재원은 타율 0.315를 기록하며 타격 12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타점과 득점도 23개와 28개, 도루도 10개를 기록하며 고영민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현재 두산 타선은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고영민을 쓰지 않아도 물셀 틈 없이 잘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고영민은 지난 시즌부터 부상으로 1,2군을 오고 가면서 경기 감각을 많이 잃었다. 더욱이 빠른 발을 주무기로 하는 선수가 1군에서 타격감을 찾지 못하면서 출루 자체가 봉쇄됐고, 이로 인해 플레이 자체가 소극적으로 돌변했다. 언젠가부터 고영민의 플레이는 상대 수비수에게 전혀 위협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본인이 자초한 일이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끊임없는 자극과 경쟁을 통해 선수들의 성장을 독려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주전멤버들에 대한 기득권 또한 확실하게 인정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부상으로 고생했던 그에게 항상 우선적으로 기회를 줬으나 그는 그때마다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지난 시즌 타율 0.235 6홈런 29타점에 그쳤다. 수비력과 주력은 최고수준이었지만 타격에서 팀 공격의 흐름을 자주 끊어먹었다.
사실 그는 따지고 보면 타격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 김 감독은 예전부터 그에게 3번 타자를 맡겨 공격력의 극대화를 노렸으나 그는 번번이 실망감을 안겨줬다. 1군 풀타임 첫해였던 06시즌 타율 0.270이 커리어 하이 였다. 이후 0.268-0.267-0.235-0.186으로 꾸준하게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07시즌 89득점으로 득점왕, 08시즌 70개의 타점을 기록했으나 중심타선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게다가 도루도 07,08시즌 합계 75개를 했으나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은 합계 14개에 그치고 있다. 안정된 수비 하나로 주전 자리를 유지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성적이다. 그가 올 시즌 백업요원으로 전락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비상구는 없나
지난 시즌까지 그의 타격 자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팔로우 스로우의 부자연스러움이었다. 타격 포인트를 잘 잡아도 팔로우 스로우를 할 때 배트가 위로 뜨면서 공을 끝까지 앞으로 밀고 나가는 힘이 부족했다. 당연히 타구의 질이 좋지 못해 안타성 타구도 아웃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올 시즌을 앞두고 그 누구보다 타격 훈련에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다. 신경식, 송재박 타격코치와 함께 스윙궤적을 교정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시즌이 개막된 이후에도 지난 시즌과 별다른 모습이 없다. 방망이는 계속해서 허공을 가르면서 타율은 1할대로 추락했다. 등 부상과 새끼 손가락 부상은 결과적으로 타격 밸런스를 완전히 잃게 한 요인이 됐다. 김 감독도 지난달 25일 사직 롯데 전 5타수 무안타 이후 “국가대표 2루수가 보여주는 게 없다”며 그를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이는 부상으로 인한 부진도 실력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현실적으로 그가 당장 주전으로 도약할 기회는 없어 보인다. 이미 기회도 충분히 얻었으나 팬들과 김 감독에게 보답하지 못했다. 그는 이제 주전들의 부상과 부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실력 미달로 2군 행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고영민의 시련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사진=고영민 (C)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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