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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틸] 이미지로 먹고사는 한·일 야구

기사입력 2007.09.05 23:58 / 기사수정 2007.09.05 23:58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구단 자체가 수입원이 되기도 하는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한국, 일본의 프로야구 구단은 모기업의 이미지 재고 수단 중 하나입니다. 

프로구단의 운영을 통해 간접광고, 그룹 이미지 재고 등을 꾀하는 방법은 스폰서 마케팅(sponsored marketing)의 한 방법입니다.

세일즈 프로모션(판촉)의 범주에 포함되는 스폰서 마케팅은 호감 창출(liking)의 단계에서 팀 사랑이 극대화될 시에는 그 호감이 타사 제품에 대한 비교우위(preference)까지 미칩니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이 많은 적자를 감수하고 간판을 거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한국만이 아닌 일본에서도 구단 이미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구단 이미지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먼저 일본 구단들을 통해 그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도덕성에 기초한 일본 구단

메이저리그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타다노 가즈히토(27.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산하 트리플 A 새크라멘토 리버캐츠)의 이름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타다노는 '일본의 아이비리그' 도쿄 6대학 리그를 이루고 있는 학교인 릿쿄대학 에이스 출신입니다.

당초 타다노는 이미 대학 2학년 때 암묵적으로 요코하마 베이스타스 입단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디오 하나로 인해 타다노의 일본 프로야구 입성 꿈은 산산조각났습니다.

타다노는 동료 두 명과 함께 동성애 포르노에 출연했다가 일본 언론의 화살을 무참히 맞았습니다. 당시 타다노는 '돈이 필요해 어쩔 수 없었다.'라며 눈물의 참회를 했으나 이는 아무 소용이 없었죠.

요코하마의 모기업은 일본 TBS 방송국입니다. 타다노가 예정대로 입단해 훗날 요코하마 마운드를 이끌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는 마치 2년 전 가요계에 '초 저질 댄스'로 풍파를 일으켰던 카우치가 음악 프로그램 메인 MC를 맡는 것과 진배없을 겁니다.

결국 타다노는 팔꿈치, 어깨 부상에다 AV 출연 전력까지 겹치며 일본 구단에 외면, 우여곡절 끝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습니다. 구단 이미지로 인해 생긴 사건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2002년 8월에는 니혼햄 파이터스의 모기업인 니혼햄의 위장 소고기 파동이 있었습니다. 싼 값에 해외에서 사들인 쇠고기를 일본산으로 속여 햄을 만들어 소비자를 우롱한 사기사건으로 이는 야구단 파이터스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뉴욕 양키스 산하 트리플 A팀인 콜럼버스 클리퍼스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트레이 힐만 감독은 2003' 시즌 니혼햄의 지휘봉을 맡으면서 콜럼버스의 주축 투수였던 브랜든 나이트를 함께 데려오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나이트는 '가짜 쇠고기 파동'으로 도덕성에 흠집이 난 니혼햄 입단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결국, 니혼햄은 힐만 감독만을 잡았고 나이트는 다이에 호크스(현 소프트뱅크)에 새로 둥지를 틀며 2003' 일본시리즈 우승도 경험했지요.

그 외에도 2004년 이치바 야스히로(현 라쿠텐 골든 이글스) 사전 접촉 및 뇌물 수수 건으로 요미우리 자이언츠, 한신 타이거스의 구단주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건도 있습니다.

올해 초에는 세이부 라이온스의 신인 사전접촉으로 구단 수뇌부가 공개 사과를 하는 등, 일본 야구계에도 기업의 더러워진 얼굴을 씻는 일이 가끔 일어났습니다. 이제 한국의 사례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의 프로야구단

94년 럭키금성 그룹이 LG 그룹으로 성공적인 '명의변경'을 하는 데는 LG 트윈스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럭키금성이라는 기존의 이름이 아닌 LG를 걸고 프로야구계에 뛰어든 트윈스. 첫 해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쥐며 성공적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후에도 LG는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며 이름을 떨쳤고 모기업 또한 LG로 새롭게 간판을 내걸며 성공적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켰습니다. 필자에게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어 이에 대해서도 적어 보겠습니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허슬 플레이'를 펼치던 송구홍(현 LG 코치)을 기억하시는지요?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웨이버 공시되어 선수생활이 불투명했던 송구홍을 다시 받아준 팀은 친정 LG였습니다.

당시 '송구홍의 줄무늬 유니폼을 다시 보고 싶다.'라는 팬들의 의견을 귀기울인 프런트는 송구홍 영입을 결정, LG 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습니다. 비록 2001년 SK 와이번스에서 류현승, 장재중이 옮겨 와 엔트리를 만들기 위해 임의탈퇴 되었으나 친정에서 선수생활을 마친 송구홍은 그래도 행복한 선수였을 것입니다.

올해 5월 26일 3만 4천여 명의 관중으로 가득 찬 문학 구장은 이만수 SK 수석코치로 인해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습니다.  오랜 미국 생활을 마치고 2007년 한국으로 돌아온 '헐크'는 문학구장을 찾은 많은 팬을 위해 귀여운 '만원 관중 기념 팬티 쇼'로 관중의 힘찬 박수를 받았습니다.

어찌 보면 민망하고 무모하기도 했던 이 코치의 이벤트는 선수 그리고 관중과의 약속을 지키는 동시에 '스포테인먼트' 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팬들을 위해 '벗으라면 벗었던' 이 코치의 이벤트는 앞으로도 구단 이미지 재고를 위한 좋은 사례로 자주 입에 오를 듯합니다.

반면, 지난 4일에는 안 좋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KIA 타이거즈에 낙심한 일부 팬이 외야 관중석에 정재공 단장을 지탄하는 현수막을 걸었다가 구장 안전요원과 팬들 간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 일부 팬이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또한, 경기 종료 후에는 100여 명의 팬이 구단 버스를 가로막는 일이 벌어져 더 큰 사태가 벌어질 위험에 처했습니다. 다행히 서정환 감독이 용기 있게 나서서 팬들과의 해명의 시간을 가져 별 탈 없이 끝났으나 팬들 마음에 생긴 생채기가 완전히 아물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타이거즈 팬들이 소리 높여 외친 원성의 소리. KIA는 이를 한 귀로 흘려보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구단, 그리고 기업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바로 '팬들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사진=LG로 복귀해 선수 생활을 마친 송구홍 코치의 현역 시절. LG 트윈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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