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5.31 10:00 / 기사수정 2010.05.31 10:00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졸전 끝에 일본에 승리했다.
잉글랜드는 30일 밤 9시 15분(한국시각) 오스트리아 그라츠에 있는 UPC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의 월드컵 직전 마지막 평가전에서 2-1 역전승을 했다. 잉글랜드는 전반 7분 다나카 툴리우에 실점하며 0-1로 끌려다녔지만, 후반에 나온 툴리우와 나카자와의 자책골에 힘겹게 승리했다.
이날 잉글랜드는 2010 FIFA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지만, 이날 득점은 모두 일본 선수의 발끝에서 나왔다.
애초 이날 경기는 잉글랜드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됐다. 일본이 세르비아, 대한민국에 무릎을 꿇은 것과 달리 잉글랜드는 이집트와 멕시코를 차례로 제압하며 상승세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잉글랜드는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일본에 기회를 자주 헌납했으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을 몸소 입증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잉글랜드는 주축 선수들이 비교적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며 대승을 예고하는 듯 보였다. 반면 일본은 주눅이 든 모습으로 일찌감치 대패를 맞이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날 선제 득점의 주인공은 일본의 툴리우였다. 전반 7분 엔도가 코너킥 상황에서 오른발로 올려준 크로스를 툴리우가 글렌 존슨을 제치며 차분히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 예상을 뒤엎으며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툴리우가 슈팅을 때리는 상황에서 잉글랜드 수비진은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았다.
반격에 나선 잉글랜드는 이날 좌,우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한 애런 레넌과 시오 월콧의 빠른 발을 이용해 일본의 측면을 공략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특히 레넌은 전반 18분 웨인 루니의 패스를 받고 나서 회심의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가와시마의 선방에 막혔다.
잉글랜드의 매서운 반격이 예상됐지만, 경기 내용은 사뭇 달랐다. 잉글랜드는 미드필더진의 압박이 실종된 상황에서 일본에 공간을 자주 내주며 실점 상황을 초래했다. 다행히 일본 선수들이 세밀함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지만, 비교적 약체인 일본을 상대로 이렇다 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우승후보가 맞는지 의문이었다.
이날 잉글랜드는 줄곧 롱 패스 위주로 경기에 나섰으며 이마저도 부정확하며 공격 기회를 쉽사리 살리지 못했다. 루니는 전방에서 고립됐으며 프랭크 램파드와 톰 허들스톤은 경기 내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일본이 역습을 통해 공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날 잉글랜드의 중앙 수비수로 나선 리오 퍼디낸드와 존 테리는 최악의 호흡을 구사하며 실점 기회를 수차례 내줬다. 만일 일본의 최전방 공격수가 오카자키 신지가 아닌 루이스 파비아누나 다비드 비야같이 결정력이 좋은 선수였다면 대패했을 가능성이 컸다.
잉글랜드의 측면 수비진은 오버래핑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뒷공간을 자주 내줬으며 가레스 베리의 부상으로 생긴 홀딩 미드필더의 부재는 중원에서의 압박을 실종시켰다. 내로라하는 강팀들이 우선 중원을 탄탄하게 한다는 전제아래 경기에 나서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이날 잉글랜드가 보여준 암울한 경기력은 감독 파비오 카펠로가 경기 내내 짜증만 낸 것과 오스트리아 원정길에 올랐던 팬들이 줄곧 인상을 쓴 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44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다. 여느 때보다 선수진이 안정됐으며 감독 또한 우승 청부사 카펠로이다. 게다가 C조에 속한 잉글랜드는 만족스러운 조 편성으로 브라질, 독일, 네덜란드 등과 달리 조별 예선에서 힘을 아낄 수 있다. 자국 언론은 뛰어난 선수들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고 있으며 언제나 그랬듯이 포장된 광고물들을 통해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월드컵 모의고사에서 최악의 경기 내용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선수들의 불협화음과 불안정한 수비력은 그들이 우승후보가 맞는지 의문을 낳는다.
[사진 = 웨인 루니 (c)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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