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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미와이] 바르샤 방한이 마냥 기쁘지 않은 이유는

기사입력 2010.05.24 11:30 / 기사수정 2010.05.24 11:30

조성룡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성룡 기자]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가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그 말로만 듣던 메시가 직접 한국에 와서 공을 찬다니, 가슴이 설레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한국 프로축구 연맹과 바르샤의 발표를 듣고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K-리그 올스타, 그리고 8월 4일?"

바르샤가 한국에 와서 경기하는 것은 나도 반대하지 않는다. 기자 역시 리오넬 메시와 같은 슈퍼스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기쁜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코리안 투어에서 벌어진 논란을 생각해보시라. 마냥 기쁠 수는 없다.


▲ 작년 FC서울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 K-리그 일정 변경으로 인한 논란을 불러왔다.

먼저, 가장 큰 문제는 일정이다. 8월 4일은 엄연히 K-리그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만일 경기장이라도 비어있으면 좋으련만, 경기가 열리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FC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또다시 명문팀의 논리에 앞세워 일정을 조정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만일 K-리그 최다 우승에 빛나는 성남 일화가 스페인 투어를 계획해서 스페인 리그 일정 도중에 라 리가 올스타와 경기를 한다고 하면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물론 두 팀의 무게감은 확연히 차이가 나겠지만 황당한 것은 두 상황 모두 똑같다.

바르샤의 상대로 FC서울도 성남 일화도 아닌 'K-리그 올스타'가 정해진 것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한 구단이 한국에 홍보를 하고 마케팅을 하러 찾아올 뿐인데, 그 구단을 맞기 위해서 K-리그 15개 구단이 발벗고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벌써 K-리그가 해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K-리그의 상황은 해외 마케팅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에게 어필할 때이다. 아니면, 돈이 없는 수많은 한국 바르샤 팬들을 위해 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작년 맨유의 방한과는 상황이 달라진 것 같다. 바르샤의 경기가 벌어질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는 FC서울은 8월 4일 제주 유나이티드 경기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FC서울 지지자연대 '수호신'은 이를 지지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비록 15개 구단 중 한 구단의 외침이지만, 이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더 이상 K-리그 팬들이 자신들의 경기를 희생하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해당 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는 구단이 당당하게 해외 명문 클럽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K-리그라고 외친 것이다.

▲ 저 수많은 관중은 맨유, 바르샤를 보러 온 것이 아니다. 바로 K-리그의 '내 팀'을 보러 왔다.

냉정하게 말해서 수많은 해외 명문팀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한국의 축구 발전, 선진 축구 문화 전파와 같이 듣기 좋은 이유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마케팅', 즉 돈을 벌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들의 돈벌이에 K-리그의 미래를 고심하기는커녕 환영하며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얼마 전, 프로축구 연맹 곽정환 회장은 바르샤와의 친선경기를 발표하며 뒷면에 선명하게 ‘K-LEAGUE’라고 찍혀있는 바르샤의 유니폼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K-리그는 바르샤의 선수가 아니다. 바르샤가 K-리그 가입을 원해도 "바르샤는 대한민국에 있지 않기 때문에 받아줄 수 없습니다"라고 거절해야 하는 당당한 대한민국의 최상위 축구 리그다.

FC바르셀로나의 방한에 대한 논란이 FC바르셀로나의 팬들에게는 마음이 편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바르샤의 경기를 보는 것보다 더욱더 소중한 것은 K-리그의 구단을 바르샤처럼 만드는 것이 아닐까, 'Here is another Camp Nou'가 아니다. 'Here is K-League'다.

[사진=FC서울, 포항 스틸러스 (c) 엑스포츠뉴스 김현덕,박진현 기자]



조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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