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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다시 창단해 개막전에서 만나자!

기사입력 2006.08.08 00:49 / 기사수정 2006.08.08 00:49

이성필 기자
에릭 로렌츠(맨 왼쪽)을 비롯한 간담회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희망의 빛을 본다는 것은 무척이나 설레면서 행복한 상황일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이 SK의 제주도 연고이전으로 축구 황무지가 된 부천에서 빛나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분명 희망의 빛임과 동시에 기적의 빛이기도 할 것이다.

그 희망의 빛이 뜨거운 태양이 되어 내리쬐던 지난 5일 오후 2시 부천종합운동장 다목적회의실에서는 독일 분데스리가 국제팀장인 에릭 로렌츠와 부천 서포터 간에 부천FC 재창단 관련 간담회가 열렸다.

이 간담회는 지난 2월 SK의 제주도 연고이전에 따라 없어진 부천 축구팀을 재창단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즉 재창단하기 위한 과정 중 직접적 관련 당사자인 부천 서포터들의 생각과 창단 작업 진행 상황을 서로 교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앞서 로렌츠는 지난 2일 축구협회에서 부천 재창단에 대한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이희천 부천 축구클럽 창단위원회 사무국장의 사회로 시작된 이번 간담회에는 부천시 축구 관련 관계자들을 비롯해 최범석 포르투나 2002 대표와 정해춘 부천 서포터 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로렌츠 팀장은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면서 여러분들의 매너나 노력에 감동했고 환영해주어 감사하다”면서 “한국 축구팬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에 감동했고 실제로 부천에 와서 축구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면서 신생구단 창단 프로젝트에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서포터와의 첫 만남의 서두를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지난 목요일 축구협회에서 말한 것과 같이 “어느 구단이든 구단의 기본은 축구팬” 임을 전제하면서 부천에서 "신생 구단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팀 창단 후에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였다. 이와 함께 독일 분데스리가의 해외홍보 관련 프로젝트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하면서 "이른 시일 내에 결실을 맺어 개막전 때 다시 만나길 바란다”며 서포터들을 격려했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는 부천 재창단의 관심도를 반영하듯 약 100여 명의 부천 서포터들이 모여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다. 서포터들은 질문 하나 하나에 세심하게 이야기를 꺼냈고 응답자들 역시 신중하게 대답하며 재창단의 희망을 노래했다.

서포터들은 연고이전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듯 상당히 신중하면서도 선진리그에서 일하는 에릭 로렌츠에게 다양한 시각에서 질의를 하였고 그 역시 신중하면서도 자신 있게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의견을 말하였다.

간담회 종료 직전에는 에릭 로렌츠가 부천 응원가를 해달라고 하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요구에 서포터들은 서로 난감해 하며 “잊어버렸다”고 재치 있게 응수한 뒤 선물로 무마하기도.

다음은 에릭 로렌츠와 부천 창단 관계자들과 서포터 간 간담회를 한 내용 전문이다.
(주-특정 관계자의 이름을 표기한 부분은 질문자가 관계자들을 지정해 대답하도록 한 것)

-에릭 로렌츠는 분데스리가의 어느 팀을 좋아하는가?
"독일 연맹에서 일하기 때문에 중립적이어야 하지만 두 팀을 좋아한다. 보루시아 뮌헨 글라드바흐와 (차두리의 소속인) 마인츠다. 보루시아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 마인츠는 부친이 구단과 깊은 관계에 있다."

-만약 두 팀 모두 연고이전을 한다면 어떨까?
"그건 불가능한 일이고 상상할 수 없다. 전통과 역사가 둘 다 100년이 넘었고 연고지와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다. 만약 끊는다면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부천 서포터들의 예전 활동이나 동영상을 접해 본 느낌이나 이미지는? 혹 지난 3월 앙골라와의 평가전에 있었던 시위는 보았는지?
"부천 신생구단 창단 관련 제안서를 접했을 때 인터넷으로 부천 연고이전 관련 기사를 영문 사이트를 통해서 찾았다. 그 이후에도 관심을 가지고 부천 서포터들의 움직임이나 여러 가지 것을 많이 배우고 정보를 얻었다. 연고이전 전과 후의 여러 가지 면에서 감동을 받았다."

*최범석 포르투나 2002 대표= "개인적으로 축구를 사랑하고 축구와 관련한 일을 많이 한다. 축구는 사업이자 현실이다. 아마추어 스포츠는 아마추어 스포츠로 계속 잘 발전해 가고 있고 프로는 프로 대로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가고 있는데 프로의식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 편으로는 나무만 안 보고 숲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프로축구가 역사도 일본보다는 오래 되었고 열정도 맘에 담고 있는데 활성화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답답하다.

뭔가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해 큰 바람을 일으켜서 많은 기쁨을 주고 국민들에게 기쁨 주는 축구가 되길 바란다. 2월에 갑작스런 연고이전을 접하고 개인적으로는 실망도 컸고 앞으로 나가기도 바쁜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져서 무척이나 실망했다. 

간담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경기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부터 부천 팀과 서포터가 얼마나 열정적인지는 알고 있다. 신생구단 창단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업프로젝트이지만 여기에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얼마만큼의 의미를 부여하는가? 혹은 의미를 찾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 질 수 있다. 이번 일은 단순히 하는 일이 아니라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 본다. 좋은 결과가 나길 기대한다.

-우리의 축구 열기는 열광적이지만 관중이 찾지 않아 관심이 멀어지는 부분이 있다. 독일도 그런 과도기가 있었나? 그런 점에서 관중을 불러들일 수 있는 묘책은?
"독일 축구의 역사는 한국보다 오래 되었고 관중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른 리그보다 증가율도 높다. 평균 3만 8천 정도가 경기장을 찾는다. 이것은 구단과 리그 차원에서 꾸준히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노력의 초점은 결국 팬 위주의 운영이다.

팬들과의 관계를 의무적으로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 수시로 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무엇을 원하는지(예: 다음 시즌 축구 유니폼 디자인 교체 관련 팬들에게 선택권을 준다) 구단이 못하는 부분은 리그에서 직접 관리한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관중을 경기에 참가시키려 유도하느냐가 노하우다. 그리고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조언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한 가지로 처방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범석= "창단 과정이 본격화 되고나면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했던 팬 운영 방식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지명도가 올라가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전보다 더 나아질 것 같은지 궁금하다. 아이디어나 복안이 있는가?

*김현추 부천 축구 신도시 협회 회장= "개인 사업의 상호명을 걸고 축구대회를 하고 있는데 8년째 해왔다. 여러 회장단과 본인이 희생하니 80%까지 왔는데 그것은 반대로 어려움이 80%라는 것이다. 창단은 할 수 있는데 그 이후가 문제다.

즉 사업으로 보면 개업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후 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이들이 뭉쳐줘야 할 수 있다. 보탬이 꼭 될 것이다. 그 이후는 여기 모인 젊은 분들이 해주어야 할 것이다." 

*임동수 부천리그 축구 연합회 회장= "시민들이 나서 진정 주인이 되는 아이디어를 찾아보자. 지난 2월 부천이 제주로 날아갔다고 할 때 개인적으로 대단히 분개해 지역 신문 칼럼에도 글을 썼다.

첫 마디는‘연말에 열매 맺는 나무 심지 말고 의리 없는 친구 사귀지 말자’였다. 부천은 열매 맺지 못했다. 지역 사회의 도덕적인 면도 있는데 야반도주 한 것이다. 자기 두레박 끈 짧은 줄 모르고 남 탓만 하는 SK다. 운영방법은 탓하지 않고 그들만의 정당화를 시도하는 것은 우리에게 필요없다."

-부천을 보고 자국리그 중 모델로 할 만한 팀이 있나?
로렌츠= "분데스리가에서는 예산도 적고 시설도 열악한 작은 팀들이 신화를 일으킨 사례들이 꽤 있다. 일일이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모든 리그의 업다운제를 통해 좋은 성적을 낸 사례들도 있다. 작고 새로운 팀이 올라오면 비웃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하지만 강한 팀들과 승리하면 그 작은 팀의 팬들은 더 열광하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부천은 분명 성공신화의 잠재력이 있고 열정이 생길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길 빌겠다."

-팀이 출범하고 시작하면 수익을 내야 하는데?
임동수 회장= "이익 창출이야 당연히 나야 하는 것이다. 선수들과 얼마나 뛰면서 운영해 가느냐가 문제다. 그동안 시에서의 지원이 많았지만 능동적인 시민참여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내셔널리그가 된다고 하면 승강제 때문에 더욱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더 많은 이득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많은 축구인들이 상권속에 있는데 포인트나 마일리지 제도와 연계해서 할인 혜택 등으로 가볍게 시작해서 이후 여러 가지 부분으로 추진하면 과거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성장 동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부천이 떠나고 시민들의 마음이 많이 닫혔는데 팀 창단을 자신 할 수 있는지? 
*최범석= "단순히 이런 일들을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도 많이 하고 있고 희망적인 프로젝트다. 이것이 성공해 우리 프로축구 전체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 영향이 클 것 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어려운 프로젝트이지만 결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

많은 것을 걸고 추진하고 있다. 부천의 모든 자료와 계획을 검토해 독일연맹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프로젝트 참여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직접 둘러보고 만나고 시 관계자나 기자들, 프로-내셔널리그 연맹 관계자들을 만나 확인했다. 한국에 오기 전보다는 더 희망적이며 의미 있고 보람 있다고 하더라."

-독일의 마인드를 원활하게 끌고 갈 팀을 소개해 줄 자신감이 있는지?
*에릭= "독일에 한 개 이상의 구단이 창단에 참여하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14개 K리그 구단이 6월에 독일을 방문해서 프로구단 3군데를 방문했을 때 구단마다 K리그에 관심 가졌었고 희망을 표현했다. 독일 축구를 아시아에 알릴 계획을 적극 추진 중이다. 충분히 분데스리가의 팀이 참여해 구체적 결과를 보여 줄 수 있기에 걱정은 하지 않는다."

-팀 창단 이후라고 전제했을 때 여러 가지 상품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부천 팀에 대한 의미부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최범석= "다 말씀드리기는 힘들고 우리도 노력을 해야 한다. 축구의 경쟁상품은 타 종목도 되겠지만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 가족단위의 여가선용에 축구가 빠지는 지금의 상황은 경쟁이 안 되고 있다. 좀 더 크게 보아야 할 것이다. 획기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독일 사람이 도움 준다고 그대로 쓰기보다는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소화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빌리고 현실화해야 한다. 시즌참여 등의 결정이 나면 팬들의 아이디어를 청취할 자리를 마련하고 일반 시민들의 여가 옵션 하나로 부천을 찾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6개월을 기다리면서 근심 걱정했다. 다음에는 한 단계 나아질 것 인데 언제쯤 될 것 인가? 
*최범석= "정확히 알려줘야 하나?(웃음) 많이 시간이 흘렀다면 흐를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없는 자원들을 모아서 최대한 팀을 건설해 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내년에 내셔널리그 참여 목표를 두고 전력을 다 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시작이다. 팬들이 지나치게 앞서나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풀어나가야 할 문제도 많다. 어떤 방법으로든 알려드리겠다." 





이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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