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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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이사회' 결국 '사과'로 끝.

기사입력 2006.07.19 08:13 / 기사수정 2006.07.19 08:13

김형준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준 기자)  18일 오후 2시 신문로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에는 지난 16일 하우젠컵 2006 대회 기권 몰수패 사태를 불러일으킨 제주 구단의 단장 정순기를 비롯한 전 구단의 대표자 및 한국 프로축구연맹 고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긴급 이사회’를 가졌다.

이번 이사회는 지난 16일 제주 구단이 포항과의 경기를 치르지 않고 돌연 제주도행 비행기에 오르는 바람에 벌어진 경기 취소 및 몰수 패에 관한 추가 징계 여부 결정과, 같은 상황에 대비한 향후의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히 개최된 모임 자리였다.

3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된 ‘긴급 이사회’였다. 이사회 시작 1시간 이후인 오후 3시에 기자들이 같은 건물 2층 기자실에서 이영무 기술위원장 및 기술위원들과 월드컵 결산 간담회를 하는 동안에도 회의는 계속 진행되었고, 결국 기자회견이 마무리되었던 시간인 4시경에도 각 구단 간의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등 ‘대단한’ 열기 속에 프로축구연맹 이사회가 진행되었다.

문밖에서만 들어도 위 사항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 듯 이곳저곳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고 한 구단의 단장은 얼굴이 상기된 채 잠시 회의장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사회 시작 3시간여 뒤인 오후 5시 5분경 각 구단 대표자들은 문을 열고 회의장을 빠져나왔고, 제주 구단의 정순기 단장과 프로축구연맹의 김원동 사무총장만이 회의장에 남아 ‘기자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사회 결과는 제주 구단에 대한 추가징계 없이 ‘제주 단장과 연맹 사무총장의 대 축구팬 사과’로 결정되었다.

제주 정순기 단장은 “지난 일요일 포항과의 경기에서 출전하지 않고 돌아선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사정,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사과를 마쳤다.

이어 한국 프로축구연맹의 김원동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벌어진 제주의 기권 몰수패 사태에 대해 연맹에서 심도 있게 대처하지 아니한 점은 잘못된 일이었다.”라며 “앞으로는 어떻게든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운영하도록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이번 이사회를 통해 ‘1. 동업자 정신 결여’, ‘2. 각 구단의 이해관계는 있지만, 연맹의 조율기능 등은 미약’ 등의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16일 사태에 대해 심려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총장은 이날 “제지만이 능사가 아니다. 안 하는 것보다는 뜨거운 사과로 반성하는 것이 더 옳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지나치게 해당 구단의 잘못을 감싸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정순기 제주 유나이티드 단장 및 김원동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제주 구단에 대한 추가징계는 없나?

(김원동 총장) “제지만이 능사가 아니다. 맞고 반성을 안 하는 것보다 깊은 반성으로 반성한다면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사회에서는 구단 대표가 축구팬들에게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같은 사안에 대한 제도 개선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나?

(김원동 총장)“대부분 공감한 것들이 '팬들이 원하는 것'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리그와 다름없는 운영 방식으로 인한 컵대회 무용론도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의 경우 내년부터는 심도 있게 반영할 것이다.”

-내일도 포항의 포스코의 집회가 철회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경기가 당장 내일인데?

(김원동 총장) “제3의 경기장에서 하기로 결정되었다. 천재지변은 아니지만 ‘인재로 인한 불가항력’으로 판단했고, 16일 경기에 대해 위험요소를 사전에 해결하지 못한 연맹의 잘못도 크다고 본다.”

-3시간 동안 앞선 이야기들만 나눴나?

(김원동 총장)“추가 징계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때려서 말을 잘 듣게 하는 것보다는 때리지 않고 뜨거운 반성을 통한다면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결정을 보았다. 앞서 (구단 측에서도) 사죄를 하지 않았나.”

-제주 측에서는 재경기를 요구한다고 했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결정이 났나?

(정순기 단장) “제3의 통로를 이용해 언론에 산발적으로 나간 것이다. 이미 저질러진 이번 일과 이번 결정(몰수패)에 대해 다시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수긍한다.”

-제주 감독(정해성)은 아직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주는데?

(김원동 총장) “세세하게 들어가도 보탬이 안된다는 것이 사실이다. 구단을 총 책임지고 있는 단장이 사과까지 했는데 이해해 달라.”

-재경기 요구를 접은 원인은?

(정순기 단장) “내가 재경기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우리 측도 경기 포기할 때 당시에도 0-2몰수패에 대한 결과는 생각하고 있었다.”

-(정순기 단장은) 경기장이나 날짜가 변경된 것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나?

(정순기 단장)“내가 하루 전날 송라구장에서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니 송라구장 상태를 알기 때문에 밤에 하기에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코칭스태프 측에)전달 및 재확인을 하지 않았다. 내 잘못이다.

-그걸 알고 있었다면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을 것인가?

(정순기 단장) “물론이다.”

-(정순기 단장에게)이번 사태 이후 연맹에 바라는 것은?

(정순기 단장) “ 일방과실은 없었다. 쌍방의 과실이었다. 일차적인 책임은 내게 있었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겠다.”

-(김원동 총장에게) 연맹에서 각 구단들에게 바라는 점은 없는가?

(김원동 총장) “스포츠 특성 자체가 승부를 위한 이해관계가 엇물려있다. 승부의 세계이기에 이해가 상충하는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런 아픔을 겪으며 구단이나 연맹 모두가 성숙해가는 것이다. 각기의 이해관계만을 내세우면 끝이 없으니 앞으로는 연맹 규정대로 하자는 것이 오늘 이사회의 결과였다.”

 



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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