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4.20 14:32 / 기사수정 2010.07.16 16:00
[엑스포츠뉴스=조성룡 기자] 얼마 전, 지인에게 전화를 받았다.
"야, 농구 보러 가지 않을래?" 이미 플레이오프까지 다 끝나버린 농구를 뭐하러 보러 간단 말인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거절하려 했지만, 뒤이은 지인의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근데 휠체어 농구야"
고양시 홀트 장애인 종합 체육관에서는 '고양시장컵 제16회 홀트 전국 휠체어 농구대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봉사활동도 한 번 가지 않았던 내가 농구를 보러 이곳에 오다니, 감회가 새롭다 못해 부끄럽기까지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봉사활동 좀 할걸…'
경기 시작 전, 경기장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은 그다지 휠체어 농구에 기대하지 않는 표정이다. 경기를 보기 위해 왔다기보다는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으니 말이다. "그다지 별로 재미없을 거 같아요"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만 들어도 말은 다 한 것이었다.
휠체어 농구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이 '휠체어'라는 말에 벌써 장애인 체육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동정과 연민의 눈길을 보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기장에 들어서는 그들의 눈빛 하나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어찌됐건, 선수들은 코트에 나오고 주심의 휘슬로 경기는 시작된다. 선수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모두 휠체어에 앉아있다는 것만 똑같을 뿐 젊은이부터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까지, 다양한 선수들이 주심의 손 위에 놓인 농구공을 바라본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무심하게 코트를 응시했지만, 이거 꽤 볼 만하다. 슛이 빗나갔을 때는 나도 모르게 아쉬운 탄성을 지르고 멋진 3점슛이 허공을 가르고 림을 출렁일 때는 같이 벌떡 일어나서 환호하게 된다. 그리고 느낀다. '아! 이것이 휠체어 농구의 맛이구나'
이번 대회에는 고양시 홀트, 무궁화전자, 서울시청, 춘천 스마일 등 총 12개 팀이 참가하여 한국 휠체어 농구의 최강팀을 가린다. 비록 작은 경기장에 사람들의 관심은 낮지만, 그들에게 이 농구 코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 최고의 무대일 것이다.
이 날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사람은 휠체어 농구의 매력에 빠졌을 것이다. 물론, 일일이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에게 달려가 사인을 받고 같이 사진 촬영을 하는 그 모습은 그들도 경기를 같이 즐겼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애인 체육 자체가 관중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의 역할보다는 아무래도 신체의 일부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재활을 돕는 것이 목적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단순히 재활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깝다.
그들의 경기하는 모습은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장애인의 모습이 아니다. 그들의 결연한 눈빛, 역동적인 움직임은 일반인이 휠체어를 타고 농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 속에서도 발휘되는 신사다운 매너는 더욱더 휠체어 농구를 빛나게 해준다.
그저 휠체어 농구가 재미있기만 했다면 나는 이 기사를 통해 소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가치가 이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반드시 알리고 싶었다. 그들의 매력을 말이다.
휠체어 농구에 대한 적은 관심은 장애우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단순히 휠체어 농구의 발전뿐만 아니라 한국의 재활 스포츠, 더 나아가서 장애우들의 복지도 증진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리라 감히 예상한다. 가보자, 그들의 멋진 땀방울을 보러 가자..(2편에서 계속)
[사진=고양시장컵 홀트 휠체어 농구대회 경기 장면 (c)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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