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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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환 "'사자' 덕분에 좀 더 넓게 보는 법 배웠어요"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8.12 18:30 / 기사수정 2019.08.12 18:0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우도환이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로 스크린 주연 신고식을 마쳤다.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우도환은 악을 퍼뜨리는 검은 주교 지신 역을 연기했다. 상대의 약점을 꿰뚫고 이용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지신은 안신부와 용후로 인해 자신의 계획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자 그들의 주변을 맴돌며 악의 기운을 전한다.

처음 '사자'의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선뜻 도전한다고 할 수 없었다'고 솔직하게 얘기한 우도환은 "예를 들면 시나리오에서 '우물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는 지신' 이런 지문이 있는데, 보이지 않는 그런 느낌들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려웠고 잘 할 수 있을 지 겁이 나기도 했죠. 어떻게 그려질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아서 그랬었던 것 같아요"라고 떠올렸다.

그 생각은 김주환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달라졌다. 우도환은 "감독님께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 위해서는 저 같은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라고 쑥스럽게 웃으면서 "그 때 그렇게 감독님이 손을 내밀어주셔서, 그 손을 잡을 수 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감독과의 대화는 물론, 끊임없이생각을 거듭하며 지신 캐릭터를 고민해나갔다.


"저는 지신의 서사가 없어서 더 좋은 것 같았어요. 무언가에 얽매이게 되면 변하는 데 있어서 브레이크가 걸릴 수도 있는데, 지신이 기도를 드리거나 재물을 바치는 것처럼 바라는 것을 1차원적으로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서사가 없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고요. 나름대로 만들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상의했죠."


박서준과의 액션신 등도 있었지만, 극 중 대부분의 장면은 혼자 하는 연기가 많았다. "감독님과 선배님들께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한 우도환은 "재단 앞에 있는 신만 하더라도, 상체를 제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담이 오기도 하고요. '어떻게 만들어나갈까' 감독님과 계속 같이 모니터링했었어요"라고 설명했다. 후반부 장면을 위해서는 7시간에 가까운 특수 분장을 감내해야 하는 고충도 있었다.

2011년 데뷔 이후 우도환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고 소통하기까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뚜벅뚜벅 걸음을 이어왔다.

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2016)와 '구해줘'(2017), '매드독'(2017), '위대한 유혹자'(2018)를 비롯해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단역을 시작으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영화 '마스터'(2016)에 이어 '사자'로 스크린 주연까지 꿰찼다. 현재도 '귀수'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하반기 방송 예정인 JTBC 새 드라마 '나의 나라' 촬영으로 누구보다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차분하게 지난 시간을 돌아본 우도환은 "'너무 급했었나'라는 생각을 충분히, 많이 했던 것 같아요"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래서 더 많은 것들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었던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죠. '매드독'이 끝나고 나서, 너무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체력적인 것은 괜찮은데 마음이 조금 그랬다고 해야 할까요. 너무 날이 서서 앞으로만 갔지, 옆도 보면서 여유롭게 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그것을 지금에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한번쯤은 겪어야 되는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게 조금 빨리 온 것 아닐까 싶고요. 선배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게 더 심하게 오신 분도 계시고 또 잘 넘기신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제 경우에는 이십 몇 년을 살면서 그런 경험이 하나도 없다 보니까 쥐고 있는 것들을 놓치기 싫다는 생각에 더 주먹에 힘을 꽉 쥐게 됐던 것 같아요."

우도환의 고백은 이어졌다. 자신이 겪었던 감정들을 후배들 역시 겪게 된다면, 그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제가 신인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지금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지금 제가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다면 '지금이 정말 재미있는 시기이니까, 너 하고 싶은 것 다 해라. 네가 받은 사랑에 감사하면서 열심히 하면 되지, 이것을 계속 쥐고 있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하고 싶어요.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 수 없다는 것, 그것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그 때 '사자'를 만난 것이죠."

"1~2년 사이에 자아성찰을 다 한 것 같다"는 너스레에 우도환은 "빨리 깨우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에요"라고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사자'를 만나서 그 때부터 좀 더 많이, 넓게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왜?'라는 물음을 많이 품지 않았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현장에서 저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런 작은 것부터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고요. '사자'를 시작으로 '귀수'와 '나의 나라'까지, 현장에 임하는 자세 자체가 정말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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