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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감독 "'엑시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준 기쁜 현장"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8.19 09:30 / 기사수정 2019.08.19 09:14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이상근 감독이 영화 '엑시트'로 성공적인 상업영화 데뷔 신고식을 마쳤다. 7월 31일 개봉한 '엑시트'는 18일까지 75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여름 극장가에 시원한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엑시트'는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는 청년백수 용남(조정석 분)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의 기상천외한 용기와 기지를 그린 재난탈출액션 영화다.

재난 상황을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그려낸 이상근 감독의 재기발랄함이 호평을 얻었다. '엑시트'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이상근 감독 역시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품에 고스란히 애정을 쏟아왔다.

"처음 구상했을 때 주인공의 나이대는 지금과 크게 차이나지는 않았고요. 그때도 청년들의 얘기였죠. 설정이 지금은 칠순잔치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그때는 결혼 피로연에서 벌어지는 일이었고요. 지금 저희가 가족드라마의 형태로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한 것과 다르게 올곧이 청년들에 대한, 거기서 벌어지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시나리오의 기획과 개발을 거치면서 전 세대의 공감 여부를 생각했을 때 칠순잔치라고 하면 다양한 연령이 등장하고 공감대가 높은 캐릭터와 사건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바탕에 용남과 의주의 캐릭터를 발전시켜 지금의 '엑시트'가 된 것이죠."

익숙한 공간에서 나오는 재미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 이상근 감독은 "누구나 겪어볼만한 상황이잖아요. 황당하겠지만, 그런 상황이 주는 뜻밖의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극적인 이미지화를 위해 재난의 소재로 유독가스를 가져온 것이기도 하고요"라고 설명을 이었다.

"재난영화에서 사용되는 문법들과 흔히 말하는 달콤한 클리셰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무드를 갖고 가고 싶진 않았어요. 답답한 캐릭터라든지 '울어야 됩니다'라고 억지로 강요하는 신파는 배제하려고 했죠. 억지로 감정을 던져주기보다, 자연스럽게 관객들이 녹아들고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여기서 갑자기?'란 느낌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뭔가 신선하지 않을까 싶었고, 그것이 곧 한국적인 정서라고 생각했죠."



7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오는 동안 현재의 트렌드에 맞춰 조금씩 변형을 준 부분도 있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드론이나 1인 미디어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상근 감독은 "2012년도에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드론이라는 것을 잘 몰랐고요. 1인 미디어방송도 운영하지 않았던 시기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갈수록 트렌드를 읽고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하는지 유심히 살펴봤던 것 같아요. 새로운 트렌드들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바탕이 되는 한국적인 정서의 골격은 유지하려고 했죠"라고 덧붙였다.

조정석과 임윤아, 박인환, 고두심 등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실제 이상근 감독 역시 시나리오를 쓰면서 3개월 간 클라이밍 등을 직접 해보기도 했다.

"비루한 몸이지만 실제로 클라이밍을 하고, 손을 못 가눌 정도로 훈련도 해보고 했다"고 웃은 이상근 감독은 "관계자 분들을 만나 어떻게 이런 과정을 거치는지, 이런 용어는 왜 쓰는지 물어보고 하면서 살아있는 것들을 많이 캐치할 수 있었죠. 벽을 탈 때 분필을 사용하는 장면 같은 것도 이 때 들은 이야기에서 얻은 아이디어이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


"조정석, 임윤아 씨에게는 정말 고맙죠. 두 분이 많이 달리다 보니 행여 작은 돌에라도 걸려서 넘어진다고 하면 큰 부상이 이어질 수 있어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이 없었고요. 무더운 날에 체력을 소비하면서 몇 테이크씩 가야 했는데도 위험을 모두 무릅쓰고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제가 뭐라고 이렇게 힘든 시나리오를 써서'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웃음) 배우들도 제게 '왜 이렇게 힘든 시나리오를 썼냐'면서, 같이 웃으며 넘겼던 기억이 있어요."

용남이 용감하게 옥상을 향해 올라가는 모습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감정이 주는 체험을 안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상근 감독은 "용남이 올려가려는 그 노력들, 숨찬 호흡 같은 것들이 전해지면 좋겠다 싶었어요. 오롯이 화면에서 보여주고 싶었죠. 화려한 액션도 아니지만 묵묵히 올라가는 젊은이의 한 여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엄청난 슈퍼히어로는 아니지만, 평범한 사람이 위기를 돌파하려고, 생존하려고 하는 모습에서 긴장감도 더 살 것이라 생각했고요"라고 말을 이었다.

1978년 생으로, 어릴 때부터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하고 싶어 방송PD를 꿈꾸다 대학교(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에 진학했고 다양한 경험 속 영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 연출부로 경험을 쌓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 들어가 꾸준히 영화 공부를 이어가며 상업영화 데뷔를 준비해왔다.


이상근 감독은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 때문에 좌절하고 힘들어하면 거기까지 갈 수 있는 동력이 생길수가 없잖아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놀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시간 중에는 찬란한 미래를 꿈꾸면서 환상 속에서 허비했던 시간들도 분명 있겠죠. 2015년에 지금의 '엑시트' 제작사 외유내강을 만나면서 기획개발 과정을 거칠 수 있었고, 그렇게 4년이 지나서 지금 개봉까지 하게 됐네요. 제가 세웠던 계획으로는 서른 세 살쯤에는 데뷔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9년이라는 간극이 생겼잖아요. 이렇게 오차가 발생할 줄은 몰랐죠.(웃음)"

극 중 용남처럼 대가족은 아니지만, 영화 속 용남의 가족 모습을 실제 자신의 가족을 바라보며 그린 부분이 있는 만큼 긴 기다림 끝 데뷔작을 부모님에게 선보일 수 있어 기쁜 마음도 살짝 내비쳤다.

이상근 감독은 "엄청난 일이 발생한 것이잖아요"라고 웃으며 "1년에 데뷔하시는 분들이 사실 몇 분 안 계실 텐데, 부모님 입장에서는 집에서 잠만 자는 것 같던 애가 갑자기 배우들 옆에서 사진을 같이 찍고 있고 있으니 놀라시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요. '얘가 놀고만 있던 건 아니구나' 싶기도 하실 것이에요"라고 마음을 전했다.

자신이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또 글로 풀어냈던 이야기들이 배우들의 연기와 스태프들의 협업 속 만들어진 다양한 공간들과 함께 스크린에 구현되는 것을 보며 남다른 벅참을 느꼈던 시간이기도 했다.

이상근 감독은 "제가 한 단어만 써도 그것이 실체화되는 것,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영화감독의 매력이 아닐까 싶었죠. 그때 정말 '내가 진짜 무언가를 하는구나, 내 상상이 이루어지고 있구나' 싶으면서 굉장히 놀랐던 것 같아요.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주는 작업들에서 오는 기쁨이 있는 것 같고요"라며 함께 한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것과 함께 '엑시트'가 마지막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했다.

"제가 아무래도 신인감독이다보니 감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의 리더가 돼야하는지에 대해 우려와 걱정이 있던 게 사실인데 모두가 많이 도와주셔서 큰 작업을 완성해낼 수 있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영화를 좋게 봐주셨는데, '엑시트'의 여정이 모든 분들이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도록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웃음)"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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