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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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이무생 "폭력남편 용서 못하지만, 접점 찾으려 했죠"[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19.07.22 14:47 / 기사수정 2019.07.22 14:47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선악의 뚜렷한 경계가 없던 MBC 드라마 ‘봄밤’에서 드물게 악역의 정석을 보여준 이가 있다. 배우 이무생 이야기다.

한마디로 분노유발자였다. 이무생은 이서인(임성언 분)의 겉과 속이 다른 남편이자 치과병원장 남시훈을 실감 나게 열연했다. 그릇된 가치관과 자격지심을 가진 남시훈은 이서인을 폭행하고 죄책감 하나 느끼지 않았다. 권기석(김준한)과 거래를 하는가 하면, 이서인의 이혼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모습으로 분노를 유발했다. 

“작가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누가 봐도 나쁜 사람이라고, 대본을 보면 알 거라고요. 그렇다고 나쁨을 표현할 필요는 없었어요. 인간이 갖고 있는 감정이기 때문에 너로부터 출발하면 된다고 얘기해주셨죠. 다행히 감독님도 편하게 자유롭게 연기하게 해주셨고요. 

남시훈은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감정을 지닌 역할인 것 같아요. 자격지심, 찌질함은 누구나 가진 감정이잖아요. 이를 어떻게 밖으로 표출하는지에 주안점을 뒀어요. 남시훈은 자격지심이 있고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집안의 상황 때문에 변해가요. 나라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어떻게든 해소할 텐데 이 인물은 그러지 못한 거죠. 그런 전사들을 생각해보면서 내 안에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어떻게 발현하는가에 대한 문제구나 했어요. 나로부터 시작해도 남시훈과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시훈은 남들에게 보이는 면을 중시하는 허세 가득한 인물이다. 자기가 정해놓은 틀에 흠이 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서인과의 이혼 문제에서도 때로는 비굴하게, 때로는 냉혈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수가 무엇인지 먼저 계산한다.

“이혼이 두렵지만 결국은 했어요. 차선책을 택한 것 같아요. 자존감에 스크래치는 나지만 내가 살고 보자는 개념이죠. 비열함과 찌질함, 자격지심의 결정판인거 같아요. 뭐든 게 자기 위주에요. 나름 와이프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자기의 대외관계를 생각해요. 내 주위의 모든 게 완벽하게 갖춰져야 하는데 이혼을 하면 명성,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다고 보는 거죠. 이서인을 인간, 아내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명성을 깨뜨리지 못하게 하는 도구로 보는 것 같아요. 감정이입이 쉽지 않았어요.” 


그러면서도 “남시훈을 볼 때 가끔 불쌍했다. 불쌍하지만 용서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아무리 악역일지언정, 이를 연기하는 배우는 인물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에서 많이 비쳐지진 않지만 형제들이 다들 잘 나가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설정이에요. 남을 고쳐주는 의사임에도 자신은 고치지 못하는 자격지심을 병적으로 앓게 된 것 같아요. 그게 와이프에게도 전가가 된 것 같고요. 와이프를 보듬어주지 못하는 이유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일 거예요. 불쌍한 인물이에요. 남시훈은 가족이 있음에도 가족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인(한지민), 서인, 재인(주민경)은 따뜻하고 보듬어 주는 가족인데 남시훈에게는 없던 것 같아요.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하다 보니 여유가 없어진 거죠. 돈이 많으면 뭐할까요. 그렇게 자격지심이 생기고 폭력적인 남편이 된 거죠. 

‘봄밤’이 멜로이기도 하지만 가족의 모습을 담아내잖아요. 세 자매가 서로 돕고 얘기하고 소통하는 와중에 남시훈은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르고 돈이 전부라는 모토로 살아가죠. 작가님과 감독님이 한 인간을 탁월하게 잘 담아내 주신 것 같아요. 마치 현미경으로 바라보듯, 몰래 보는 듯한 느낌으로 현실적으로 글을 써주고 또 이를 담아내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나쁜 남시훈이지만 최대한 접점을 찾아보려 했어요.”

말미 남시훈은 이정인(한지민)과 결별한 권기석과 서로의 탓을 하는 모습으로 재미를 줬다. 이별 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변화했다면 오히려 비현실적일 텐데 역시나 남시훈은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지 않았다.

“남시훈으로서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술 한병을 먹은 상황이었는데 감독님도 지켜봐줬어요. 편안하게 해보자 했고 그런 순간들이 잘 찍히지 않았나 싶어요. 모든 게 끝난 다음 나른한 감정을 느끼다 기석이를 만나 일말의 욕심이 발현돼 더 찌질해 보인 것 같아요.

남시훈은 안 바뀔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이 바뀐다고 하면, 글쎄요. 더 오래 살고 볼 일 아닐까요. 그렇게 선언하고 행동하다가도 본모습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거잖아요. 어떤 나쁜 짓을 저지를지 삶을 다 살아봐야 아는 거니까. 그런 불확실성보다는 변하지 않는 꾸준함을 보여주는 게 남시훈의 삶을 잘 비춰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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