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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박명훈 "상업 영화 데뷔, 가장 기뻐해준 건 아내죠"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6.22 10:30 / 기사수정 2019.06.22 09:02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배우 박명훈이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국내 관객 9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박명훈은 박사장네 가사도우미 문광(이정은 분)의 남편 오근세 역에 분했다. 빚쟁이에게 쫓겨 지하실에 들어온 뒤 사회와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사는 인물. 극 중반 홀연히 등장해 마지막 순간까지 강렬한 반전을 선사하는 캐릭터다. 최근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박명훈은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인 역할을 위해 지난 1년 2개월을 조용히 지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4월 캐스팅 확정되고 지금까지 거의 1년 2개월 동안 모든 SNS를 피하고 살았어요. 가족들에게도 봉준호 감독님 영화에 나온다고만 말했지, 영화 제목이나 역할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요. 독립 영화는 많이 나왔는데 상업 영화는 처음이라 신선한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작품 활동도 참았어요. 또 칸국제영화제도 함께 갔는데 레드카펫에 못 섰죠. 다들 섭섭하지 않았냐고 하는데 저는 더 짜릿했던 것 같아요. 좋은 반응을 얻은 훌륭한 작품에 출연한 것만으로 좋았죠."

봉준호 감독은 박명훈에게 이빨로도 연기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극중 독특한 치열과 돌출된 눈, 듬성듬성 빠진 근세의 머리는 지하실에서 기생하는 캐릭터를 기괴하게 그려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왼쪽 앞니는 분장이에요. 지하실에서 처음 등장할 때 바나나를 먹거든요. 그때 이빨이 돌출된 느낌이 강하게 나타난 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헤어는 실제로 머리가 많이 빠지긴 했는데 가발은 아니죠. 숱가위로 자르니까 머리가 그렇게 되더라고요(웃음). 또 감독님이 까만 피부를 원해서 몇 달 동안 태닝을 해서 까만 상태를 유지했어요. 원래는 피부가 하얀 편이에요. 또 몸무게가 10kg 정도 차이가 나요." 


대만 카스테라를 운영한 평범한 소시민 근세는 사업 부도로 빚에 쫓기며 지하실에서 4년3개월17일을 살게 된 기생충으로 변해갔다. 박명훈은 "봉준호 감독님과 근세의 전사에 대해 가장 많은 대화를 했다"며 "지하에 들어오기 전 무엇을 하다 왔는지, 대만 카스테라 전에 한두 번 더 망한 사람은 아니었을까. 맹하고 속이기 쉬운 착한 사람이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저는 근세를 기이하거나 그로테스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지 않았어요. 시작은 평범함인데 지하실이라는 상황이 사람을 기이하게 만든 거라고 봤죠. 실제로 촬영 한 달 전에 지하 세트를 찾아가서 낮잠도 자보고 몇 시간 동안 시간을 보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막힌 공간에 있으니까 멍해지고 말이 느려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근세도 지하에 있다 보니 변해간 것이 아닐까 싶어요. 많은 분들이 근세 같이 지하실에 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을 것 같다고 하는데 저 역시 그래요. 흔하지 않겠지만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것 같죠."

'기생충'은 박명훈의 상업 영화 데뷔작으로 대중들에게 이름 석자를 알리게 해준 작품이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냐는 물음에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제가 살이 쪄서 그런가 길을 걸어가도 못 알아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눈이 특징적이라 간혹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더러 있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가족들인 것 같아요. 영화광인 아버지는 감사하게도 봉준호 감독님 덕분에  영화를 먼저 볼 수 있는 기회도 얻었고요. 와이프는 제가 뮤지컬 할 때 분장 선생님이었는데 결혼 후에 전업주부가 됐어요. 아무래도 처갓댁에 면이 선다고 할까요(웃음). 주변에 남편이 나오는 영화라고 말하면 아내 친구들이 보고 좋아해 주니까 신나하더라고요. 가족들이 좋아하니까 그게 제일 기뻐요. 요즘 너무 행복합니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박지영 기자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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