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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축구단 연고지 제주이전에 대한 비대위 기자회견

기사입력 2006.02.09 00:11 / 기사수정 2006.02.09 00:11

남궁경상 기자
ⓒ 붉은악마

2월 8일 K리그 서포터즈클럽 대표단이 대학로에 모여  '연고이전 반대 비대위' 를 구성하고 발표문을 통해 SK구단과 프로축구연맹을 향해 프로축구의 발전을 저해하는 연고지 이전행위를 멈추라는 팬들의 질타를 쏟아냈다.

SK는 그동안 팬과 지역과 선수들을 외면하는 마구잡이식 경영을 펼치며 구단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구단 매각설, 구단 해체설등의 이야기를 흘리다가 지난 해 후기리그 들어 성적이 나아지자 팬들에게는 장기적인 구단 발전에 대해 논의를 하며 연막 작전을 핀 후 밀실작업을 통해 구단을 제주로 이적한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부천을 사랑하는 팬들은 10년을 내 팀으로 생각하며 온갖 열정을 다했는데 SK에서는 구단의 잘못된 운영은 생각하지 않고 항상 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도덕성을 보이다가 결국 연맹과의 은밀한 단합을 통해 부천 축구팬과 대한민국 축구팬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제주도에서 프로축구의 탄생을 애타게 기다리던 축구팬들도 제주에 축구팀이 생기는 이 상황을 놓고 대부분의 팬들이 이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다른 지역에서의 이전이 아니라 신생팀으로서의 창단을 바란다는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팬들의 관심과 지역의 사랑을 받고 존재하는 프로축구가 이번 SK의 행태로 인해 후진국형 프로축구로 후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구나 붉은악마, 각구단 서포터스연합등이 비대위를 구성하고 이번 SK와 연맹의 한심한 결정에 대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이번 행위에 대한 부당성을 홍보해 나간다는 계획이어서 앞으로의 파장은 SK와 연맹의 바램처럼 쉽게 사그러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각 구단 서포터들도 자신들의 구단 홈페이지에 왜 우리 구단에서 SK의 연고지 이전에 대해 연맹에서 무슨 생각으로 찬성을 했는지 이유를 밝히라는 성토를 하고 있어 이번 SK의 사태는 일파만파로 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SK의 비겁한 처사에 대해 메이저급 각 언론사들은 입을 다물고 특별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를 않아 축구팬들은 각 언론사들을 향해서도 입을 열라는 성토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다음은 8일 열린 비대위 기자회견 전문이다.

ⓒ 붉은악마 미디어팀 김동수

SK 축구단 연고지 이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현장 발표문

안녕하십니까. 한국 프로축구 서포터 회장단입니다.

지난 2월 2일 SK구단의 연고지 이전 소식을 접하고 K리그와 K2리그 서포터 회장단은 '연고지 이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을 결성했습니다. 비대위는 이번 SK구단의 연고지 이전을 계기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저해하는 연고지 이전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 순식간에 한국을 축구 후진국으로 전락시킨 SK와 프로축구연맹에 대한 비판 운동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SK구단의 연고지 이전은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언론 등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 프로축구단 서포터즈와 붉은악마, 심지어 제주 붉은악마까지 SK구단의 연고지 이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나섰습니다.

왜 이렇게 연고지 이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을까요? 지역연고제는 축구리그 발전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는 팀만이 연중 진행되는 리그와 각종 토너먼트 대회에서 관중을 확보할 수 있고, 대를 이어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서포터즈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팀을 위해서 어느 누가 입장권을 지속적으로 구입하고 응원을 하는 등 열성을 보일 수 있겠습니까.

이 같은 사실은 프로연맹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연맹이 지난 1월 12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정 팀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51%가 지역연고팀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모기업 때문에 좋아한다는 수치는 단 1%에 그쳤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팀의 연고지 이전이 팬 확보와 이를 통한 리그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까.

지역연고제의 정착과 이를 통한 팬의 확충, 팬의 확충을 통한 시장 확대, 시장확대를 통해 두꺼워지는 선수층, 두꺼워지는 선수층에 따른 축구의 발전은 축구 발전의 기본 구도입니다. 일본 J리그의 경우 리그 가입 조건 중 '지역과의 연대'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축구 선진국이라 부르는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모두 강력한 지역연고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축구는 미국식 프랜차이즈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역사와 문화가 함께 숨쉬는 종목입니다.

팬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한국 축구의 뿌리가 흔들리는데 월드컵 16강, 4강이 무슨 소용입니까. 지역연고제가 흔들려 리그가 흔들리면 한국 축구가 흔들립니다. 축구라는 종목의 특수성은 이미 2002년 월드컵을 통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축구에서 열정적인 팬의 몫이 얼마나 큰 것인지 모든 국민이 확인했습니다. 지역연고제는 이런 열정적인 축구문화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비대위는 K리그를 관장하고 있는 프로축구연맹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SK의 연고지 이전 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에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습니다. 비대위는 이번 연맹의 결정을 한국 프로축구의 발전을 스스로 포기한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 붉은악마 미디어팀 김동수

강력한 지역연고제 정착만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혀 줄 수 있습니다. 

이에 비대위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결정하였습니다.

1. 우리는 제주유나이티드를 진정한 K리그 참여 팀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각 서포터는 패륜구단, 철새구단 제주유나이티드와 경기 때, 서포팅을 보이콧하는 것은 물론 관중들의 입장을 저지하는 운동을 펼칠 것입니다.

2 이번 연고지 이전 파문으로 순식간에 한국을 축구 후진국으로 만들어 버린 SK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할 것입니다.

3 이상과 같은 요구 사항은 현 K리그와 K2리그의 팀들이 현 연고지 영구 정착을 선언하고, 프로축구연맹이 연고지 이전을 강력하게 금지하며 부득이하게 이전을 할 경우 이전 연고지에 시민구단을 창단해주는 규정을 신설할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프로축구서포터 회장단은 이번 사태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한국 축구판을 마음대로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의 오만함과 무지함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SK는 한국 축구를 더 이상 우롱하지 말고 축구계를 떠나기를 바랍니다. 팬들에게 팀을 해체한다며 협박하다, 야반도주하듯 연고지를 옮긴 비열한 작태를 한국 축구판에서 보게 된 것은 정말 유감입니다.

SK는 한국 축구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감을 안겨줬습니다. 어제까지 리그를 준비하며 부천의 화려한 비상을 꿈꾸었던 우리의 경쟁자들은 지금 거리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어제까지 적이었던 우리들에게 부천서포터의 피맺힌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밤새 전화기가 울렸으며 우리도 함께 울었습니다.

10년 동안 목숨같이 사랑하던 팬들의 사랑은 팀 운영에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까. 경기장에서 구단 이름을 외치던 지지자들을 하루 아침에 따돌린 당신들을 앞으로 어느 누가 신뢰하겠습니까.

"부천 주변에 경쟁팀이 많다"는 SK의 구단 이전의 변은 분노를 넘어 안쓰러움으로 다가옵니다. 클럽 간 경기는 지역적으로 인접한 팀들끼리 라이벌을 형성할 때 열기를 띄기 마련입니다.

SK는 연고지를 이전할 때 흔히 있을 법한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부 부천 서포터들에게 "현재와 비슷하게 운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지자체에게 구걸하여 국민의 세금을 뜯어내어 각종 혜택을 받으려는 구차한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FC서울, 수원삼성, 성남일화, 인천유나이티드 등 부천보다 투자를 많이 하는 구단이 있어서 비교가 되니까 멀리 떠나서 투자를 덜해도 프로축구단이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즐거워할 것 같은 곳에 둥지를 뜬 것입니까. 이는 제주도민을 무시하는 처사 아닙니까.

경쟁자를 피해 편한 곳을 찾아가고, 이를 위해 한없는 사랑을 베푼 팬을 떠나는 것이 SK의 기업윤리입니까? 시민의 축구단이라는 입장은 어디 가고 기업 마음대로 연고지를 이전하는 행위가, 그토록 외치던 '고객 행복'입니까. 벌써 여러 차례 새빨간 거짓말을 입에 달고 있는 기업이 이제 제주에서 환골탈태하여 고객 중심의 구단 운영을 하실 건가요?

우리는 제주 축구팬들이 다른 지역의 피눈물 위에서 지역 프로구단 탄생을 기뻐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SK가 운영하는 정체불명의 팀은 이제 K리그에서 왕따라는 것을 기억해 두시길 바랍니다. SK가 운영하는 팀이 사라질 때까지 '철새', '패륜'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따라다닐 것이며, 2006년 2월 2일은 성년에 접어드는 K리그가 다시 후퇴하는 치욕스러운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부천 서포터 및 부천 팬들에게 말씀 드립니다.

우리의 경쟁자였던 부천 서포터 여러분. 저희는 이번 일을 남의 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 축구판을 흔든 사건이며, 현재 끊임없이 연고지 이전 설에 시달리고 있는 몇몇 K리그 팀들의 행보에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부천 서포터의 적이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아옹다옹할 때가 행복했던 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추억을 소중하게 기억하며 부천의 크루바에 다시 당당하게 선 여러분의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당신들과 다투고 자신이 지지하는 팀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다시 한번 붙어 봅시다. 이전 보다 더 격렬하게 싸워봅시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이야기 합시다. 비록 구단이 없어도 부천서포터는 영원한 우리의 친구입니다. 프로 서포터가 창단되기 시작하던 시절 서로 격려하고 도움을 주었던 초심을 기억합시다.

언론인 여러분.

우리는 본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많은 언론인들이 한국 축구 발전의 기본 조건 중 하나로 '강력한 지역연고제'를 주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SK의 야반도주 사건에는 제대로 된 비판을 볼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SK구단의 주장의 허구와 연맹의 최근 입장이 과거의 입장에 비해 얼마나 많이 변한 것인 지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연고지 이전 문제의 심각성을 개관적으로 인식해 주시고,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큰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연고지 이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 김민국· 전북 서포터 MGB 대표)-
- 비대위 참여 서포터 : 붉은악마, 전북서포터 MGB, 부천헤르메스, 수원그랑블루, 인천 연합 , 대전UFST, 대전 퍼플크루, 전남 위너 드래곤즈, 울산처용전사, 포항마린스, 부산POP, 경남 FC 단디, 광주 1980, 대구FC, 성남 천마불사, 고양KB 보레아스, 인천 한철 케르베로스, 의정부 험멜미라쥬, 울산 미포 엔돌핀, 수원시청 포트리스, A.S.U RED(안양), 서울 UNITED


남궁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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