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역사 새로 쓴 봉준호 "칸은 과거, 한국 관객 반응 궁금해" [종합]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뜨겁고 강렬하다.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상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28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기생충'은 지난 25일 폐막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단 9인의 만장일치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한국영화 100년 사의 최초이자 최고의 기록이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저는 중학교 때부터 영화 감독이 되고 싶어서 잡지를 스크랩하고 좋아하는 감독을 향해서 동경하는 마음을 가졌던 평범한 아이들 중 한 명이었다. 성격 자체가 집착이 강한 성격이라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영화를 찍게 되고 이렇게 좋은 배우들을 만나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기생충'에 대해서는 "우리 주변에서 늘 마주치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특히 부자와 가난한 자라기 보다는 서로에 대한 예의, 인간에 대한 예의, 인간에 존엄을 건드리는 부분도 있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예의를 어느 정도로 지키느냐에 따라 영화 제목처럼 '기생'이 되느냐, 좋은 의미의 '공생, 상생'이 되는지 달라질 것 같다"고 소개했다. 

황금종려상 수상 당시 현장에 없었던 배우들의 소감도 들었다. 이선균은 "생중계 라이브 영상으로 봤다. 저는 (영상이) 많이 끊겨서 더 쫄깃하고 재밌게 봤다. 칸에 있는 것만큼 벅차서 잠을 못잤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최우식은 "저 또한 시차적응이 안 돼서 늦게까지 깨 있었다. (상 받을 때) 감독님의 모션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처럼 다가왔다. 소름돋고 좋았다"고 털어놨다. 장혜진은 영화를 함께하던 소감을 말하던 중 눈물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원 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 역을 맡은 송강호는 "이번 영화가 조금 낯설음이 있어 두렵기는 했지만 신기하기도 했다. 저는 관객들에게 이 리얼리티의 문제를 설득력있게 전달할 건지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참신한 영화의 진행이 이런 두려움을 많이 상쇄시켰다. 또 배우들끼리 앙상블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체득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고 함께한 소감을 전했다. 

영화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인 두 가족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봉준호는 "가난한 4인 가족과 부자 4인 가족을 기묘한 이야기로 뒤섞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게 최초의 출발점이었다. 가구는 우리 삶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이 단위인데 삶의 형편이나 사이에 따라 다르다. 우리 삶에 모여있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에서 밀접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3년 처음 '기생충'을 구상해서 스토리 라인을 썼다. 그때 제가 '설국열차' 후반작업을 할 때였다. 그것도 부자와 가난한자들의 이야기였다. 똑같은 이야기지만 조금 더 내 주변의 일상에 가까운 가족으로 이야기를 펼쳐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봉준호 감독은 "칸은 이제 모두 과거가 됐다. 이제 한국 관객들을 만나게 됐는데 영화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저는 약간의 변장을 하고 극장을 찾아가서 티켓을 사서 정성스럽게 와주신 진짜 관객들 틈바구니에서 그 분들이 속삭이는 이야기를 들으며 영화를 볼 생각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시면서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 분들이 생생하게 보시기 위해서 영화 내용들이 미리 알려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봤다. 그런 저의 조바심과 불안감 때문에 기자님들께 부탁하는 당부의 말씀을 하게 됐고, 여러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봉 감독은 "그런데 지금 이렇게 스스로 스포하는 상황이 됐다"고 너스레를 떨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관객분들이 생생하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기생충'은 오는 30일 개봉한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박지영 기자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