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김해숙이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김해숙이 연기했을 때 그 결과 울림을 더하는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다.
18일 개봉한 '크게 될 놈'은 연기에 온 마음을 쏟은 김해숙의 또 다른 얼굴을 볼 수 있는 영화다. 헛된 기대만 품고 살아온 끝에 사형수가 된 아들 기강(손호준 분)과 그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생애 처음 글을 배우는 까막눈 엄마 순옥(김해숙)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김해숙이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왔지만 사형수 아들을 살리기 위해 처음으로 글을 배우는 엄마 순옥의 투박하지만 깊은 속정을 절절하게 표현해냈다. 기강을 향한 순옥의 모정을 보며 보는 이들의 마음도 뭉클하게 만든다.
김해숙 역시 순옥이 기강을 위해 글을 배워 편지를 쓴 장면을 가장 먼저 꼽았다.
"순옥이 쓴 삐뚤빼뚤한 편지가 참 좋았어요. 그게 엄마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죠. 비록 사형수인 아들을 뒀지만, 일자무식이었던 엄마가 글을 배워서까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그 사랑이 와 닿았어요. 이런 가족 영화가 한 편쯤은 나와서, 우리가 늘 옆에 있어서 잊기 쉬운 그런 것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영화가 되길 바랐고요. 그 편지가, 이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들이 사형수라는 설정 속, 김해숙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을 다해 연기를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렇게 연기를 마치고 나면, 진심으로 쏟아부었던 마음만큼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고백했다.
김해숙은 "젊었을 때는 진짜 이런 일을 겪은 엄마들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세상에는 이보다 더한 일들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특히 이런 연기를 할 때는 제가 마음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보는 분들에게 그 마음을 온전히 전달할 수가 없어요. 엄마 역할은 특히 그렇고요. 그러다보니 이렇게 극한 상황이었을 때의 엄마를 연기하는 것은 실제로도 제가 많이 힘들어요. 감정소비가 많다 보니, 몸도 많이 안 좋아지죠"라고 고백했다.
"기강이에게 쓰는 편지 부분을 시나리오로 본 순간부터 이 엄마는 굉장히 상징적인 엄마라고 생각했죠. 모든 것을 다 속으로 안아가면서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요. 엄마에 대한 우리의 상징적인 이미지,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버릴 수 있는 그런 모습으로 다가가는 게 어떨까 싶었어요."
실제 '크게 될 놈'을 찍을 당시, 김해숙은 발등 부상으로 움직임이 다소 불편한 상황이었다. 미리 정해져있던 일정상 자신의 부상으로 인해 촬영을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김해숙 역시 평소와 다름없이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리고 촬영이 시작되고 카메라에 불이 들어온 후, 시작 전까지 걷기 힘들었던 발에 대한 생각은 잊은 채 어느새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연기가 자신에게 주는 즐거움과 책임감을 함께 느끼기도 했다.
1974년 MBC 7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80여 편이 넘는 드라마와 4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꾸준한 활약을 이어왔다. 그 중 엄마라는 이름을 연기했던 시간들은 배우 김해숙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꾸준할 수 있던 이유에 대해 김해숙은 "그냥 열심히 했을 뿐이다"라며 푸근한 웃음을 내보였다.
"열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까 싶은데,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이렇게 오래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고, 앞으로의 작업 환경들도 저희 나이 또래들이 많이 활동할 수 있는 작품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 다행이고요. 그래야 후배들도 나이가 든다고 해도 활동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잖아요. 엄마 역할이든 아니든, 그것은 연기하는 배우로서 제가 가져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고 엄마 역할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면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다르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해숙은 "엄마 역할에 대해서는 항상 걱정이 많아요. 저도 다양한 역할을 많이 연기했지만, 특히 엄마 역할은 가장 쉬울 수 있으면서도 어려운 역할이라고 늘 생각해왔죠. 우리가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것처럼, 엄마지만 그 안에서의 다른 점을 찾으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극 중의 인물로 들어가다 보면 감정이입이 되기 때문에, 이 세상에 다양한 엄마들이 있다는 것을 연기하면서 알게 됐고 저도 지금 누군가의 엄마이기 때문에 엄마를 마음으로 연기하며 표현해서 많은 분들에게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죠"라고 강조했다.
"연기에 대한 열정 덕분에 지금의 제 나이가 예순이 넘었지만, 건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런 것들이 남아서 잘 버틸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직도 새로운 작품을 만나면 심장이 뛰거든요"라며 김해숙은 다시 한 번 미소를 보였다.
"평소의 인간 김해숙은 정말 아무 것도 없어요. 집에서는 정말 자연인이거든요.(웃음) 요즘에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하나요? 촬영할 때 재미를 느끼고, 촬영장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하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러면 되지 않나 싶고요. 언제나 '즐겁게 일하자'고 다짐하고 있죠."
김해숙은 "너무 바쁘게 살다보면 옆을 돌아볼 시간이 없잖아요.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것들을 잊고 살수도 있고 지나칠 수도 있는데, 저희 영화는 작고 아름다운 영화지만 이 작품을 보면서 엄마를 떠올린다는 것보다 그 순수한 사랑, 그리고 힘들 때 가장 든든한 내 편인 가족을 떠올리며 힘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면서 작품을 향한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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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