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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소현 "간절히 원했던 '생일' 출연, 꿈 이뤄진 첫 번째 일"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19.04.21 08:00 / 기사수정 2019.04.20 23:59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가수에서 배우로, 자신을 비추는 카메라의 불빛은 여전히 반짝거리지만, 그 곳을 바라보는 권소현의 시선과 마음은 한 뼘씩 더 깊어지고 있다. 가수에서 배우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권소현이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을 통해 자신이 간절히 바랐던 꿈의 한 페이지를 채웠다.

권소현은 3일 개봉해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객들의 관심 속 꾸준히 상영 중인 '생일'에서 은빈 역을 연기했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 은빈은 그 날의 사건으로 수호(윤찬영 분)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표현해냈다.

2009년 열여섯의 나이에 그룹 포미닛으로 데뷔, 가수 활동을 하기 이전부터 아역으로 드라마에 출연한 경험도 있다. 2016년 그룹 해체 후 연기자로 방향을 전환했고, '황구'(2014), '내게 남은 사랑을'(2017) 등 스크린을 통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생일'은 지금까지 참여했던 작품들 중에서도, 권소현에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특별함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다.

'생일' 개봉 후 마주한 권소현은 작품에 대한 감사함과 애정을 여전히 마음속에 가득 담고 있었다. 최근 진행했던 '생일' 무대인사에 참여한 것과, 인터뷰를 통해 '생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들이 모두 감사하다고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인생을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생일' 출연은 살면서 간절히 바랐던 것이 이뤄진 첫 번째 경우거든요.(웃음) 제가 '정말 됐으면 좋겠다, 꼭 하고 싶다' 이렇게 바랐던 것 중에 항상 그것들이 다 이뤄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간절히 바라면 될 것 같다가 또 안 되고 그런 일이 반복되니 스스로는 '아, 나는 내가 간절히 바라면 안 되나 보다. 덜 바라야 하나보다' 이런 생각까지 했었거든요. 그런데 '생일'은 그 바람이 이뤄진 첫 번째 일이죠. 그래서 더 애착도 남달랐던 것 같아요.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촬영까지,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었는데 정말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었고요."

'생일'에는 오디션을 통해 함께 하게 됐다.


권소현은 "정확한 내용에 대해서는 몰랐었고, 오디션이 있다고 해서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처음 받은 대본도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라, 친구의 엄마에게 찾아가서 친구의 부재를 얘기해주는 내용이었죠. 1차 오디션을 그렇게 보고, 감사하게 잘 봐주셔서 그렇게 4차 오디션까지 보게 됐어요. 감독님을 만나 뵙고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고, 그러면서 더 조심스러워졌고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내가 가늠할 수 없는 트라우마의 무게인 것이잖아요. '어떻게 이것을 해치지 않고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준비해나갔었죠"라고 떠올렸다.

실제 권소현도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가 난 후 경기도 안산을 방문했었다. 권소현은 "그 때 그 일이 있고 나서 저도 안산을 찾았었어요. 그 때는, 뭔가 그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었거든요. '같이 기억하고 싶다, 위로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생일'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 때 생각도 많이 났고, 마음이 많이 먹먹했었죠"라고 말을 이었다.

"은빈이는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라고 캐릭터를 다시 언급한 권소현은 "감독님과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어요. 은빈이가 머리카락을 염색했잖아요. 실제로 트라우마가 심한 친구들을 보면 특이한 색으로 탈색을 한다거나, 몸에 타투를 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이 보셨던 생존자 친구들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었고, 저 역시 화면에 직접적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왼팔에 타투를 했었죠. 그렇게 감정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외적인 디테일한 부분까지 얘기를 나눴었어요. 제 촬영분은 전체 회차 중에서 10회차 정도였는데, 머리카락만 해도 그 색깔을 유지해야 하니까 숍에 가서 10시간씩 탈색도 하고 그랬던 기억도 나요. 가수 활동 이후에, 이렇게 밝은 색깔의 헤어스타일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죠"라며 웃었다.


후반부 생일 모임 장면에서 감정을 터뜨리기까지, 은빈은 무언가 아픔을 가진 감정을 숨기고 또 드러내며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30분간 이어지는 롱테이크 촬영은 실제 3일의 시간동안 '생일'의 주역들이 함께 모여 진행됐다. 이 장면을 찍으며 전도연, 설경구 등과 함께 했던 기억은 앞으로 연기 생활을 이어가는 데 있어서도 권소현에게 귀중한 자양분이 될 경험으로 남게 됐다.

"처음부터 감정을 따라가니까 한편으로는 걱정했던 것보다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것이 3일 동안 계속 반복되니 감정적으로 힘들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더라고요. 울고 쉬고 울고의 반복이었던 것 같아요. 분명히 정해진 대본이 있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생각도 많아지고요. 그 때는 실제로 밥도 잘 못 먹게 되더라고요. 롱테이크로도 찍고, 그 분량을 또 아홉 단락으로 나눠서 다시 차근차근 찍어가는데, 제 순서가 여덟 번째쯤이었거든요. 부담이 많이 되더라고요.

고민하던 중에 선배님들께서 해주신 조언이 너무나 큰 도움이 됐어요. 김수진 선배님께서 '네가 여기에 왜 왔는지 그 목적을 먼저 생각하라'고 조언해주셨거든요. '수호 엄마에게 수호의 마지막 순간을 얘기해주러 온 것이고, 그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러면서 생각이 많이 정리되고, 조금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또 배우들과 서로 돈독해지기도 했고요. 롱테이크 촬영을 할 때 많이 편해졌고, 무대 인사를 하면서 더 친해질 수 있었죠.(웃음)"

"설경구, 전도연 선배님이 출연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놀라우면서도, 잘 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어요"라고 말을 이은 권소현은 "전도연 선배님과 단 둘이 촬영하는 날이 있었어요. 선배님이 학교를 찾으시고, 제가 그 교실 안에 있는 장면이었는데 너무 긴장이 되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마음이 들었죠. 입 밖으로 어떤 말도 안 나올 정도로요. 오늘 촬영할 내용이 담긴 큐시트에 '은빈 역 권소현, 순남 역 전도연' 이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보는 자체가 영광이었어요. 아직도 갖고 있죠. 선배님과는 촬영 당시에는 많은 이야기를 못 나눴지만, 무대 인사를 하면서 더 많이 함께 할 수 있었고요"라며 미소 지었다.

권소현은 "제가 중간에 쉬는 기간을 가지면서 든 생각 중 하나가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이었어요. 지금 이렇게 '생일' 무대 인사나 인터뷰를 하는 시간도 정말 감사한 순간들이죠. '생일'을 보시고 관객 분들이 '어, 저 친구가 포미닛의 그 친구인가'라고 알아봐주시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것도 너무나 감사하고요"라면서 "예전 가수 활동을 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 속에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부분들도 너무 많아 아쉬운 점이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지금은 모든 이 순간들이, 제 기억 속에 하나하나 남아있어요. 이것 역시 또 감사해야죠"라고 얘기했다. (인터뷰②에 계속)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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