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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女배구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본기 문제

기사입력 2009.12.18 03:46 / 기사수정 2009.12.18 03:4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7일, 인천 도원 시립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경기인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시합에서 현대건설이 세트스코어 3-1(25-20, 13-25, 25-15, 25-21)로 승리했다.

여자부 정상 팀끼리 맞붙은 이번 경기는 여자배구 2라운드 경기 중, '빅 매치'로 손꼽혔다. 두 팀은 강한 서브를 앞세워 공격적인 배구를 펼쳤다. 적극적인 서브 구사와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는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많이 노출됐다. 흥국생명은 화끈한 공격력의 배구를 추구하는 팀이지만 범실도 많았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오는 범실로 인해 결국, 현대건설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또한, 두 팀 모두 서브리시브가 한번 흔들리면 좀처럼 극복하지 못했다. 리시브에 문제가 생기면 그 다음 동작으로 이를 극복해내야 한다. 하지만, 리시브가 흔들린 볼을 처리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언더 토스로 볼을 올렸다.

언더로 올린 볼은 정확성과 스피드가 오버 토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공격수가 제아무리 좋은 공격을 시도하려고 해도 언더 토스를 때려서 좋은 스파이크를 만드는 점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배구의 시작인 리시브가 나쁘고 그 볼을 불안정한 언더 토스로 올리다 보니 공격의 성공률도 떨어지게 된다.

여자배구에서 진행되는 오랜 랠리도 언더 토스로 인해 생기는 점이 많다. 올라오는 볼이 나쁘다 보니 공격수가 때리는 스파이크는 약해지거나 범실로 이어진다. 세터나 리베로가 아닌,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은 대부분 언더 토스로 2단 연결을 올리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자 현 한국배구연맹 경기 감독관인 조혜정 감독관은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배구를 보면 2단 연결의 대부분을 리베로가 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을 보면 전 선수들이 세터처럼 오버 토스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찬스 볼이 넘어오면 언더가 아닌 오버 토스로 올려줘야 반격이 빨리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언더 토스는 오버 토스와 비교해 느리게 진행된다. 언더로 올리는 사이, 상대편은 이미 수비 진영을 다 갖추고 있다. 상대편의 준비가 다 끝난 상태에서 반격을 하면 그 공격이 성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기 때문에 시원한 역습이 잘 나오지 않고 지루한 랠리가 계속 진행된다"



상대편의 공격을 수비로 걷어내면 이를 반격할 수 있는 시간이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 이 시간을 단축해주는 요소가 바로 '정확한 오버 토스'다. 한국이 오랫동안 이기지 못하고 있는 일본을 보면, 선수 대부분이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2단 연결을 오버로 올리는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리시브가 나빠도 2단 연결이 좋으면 공격이 성공될 확률은 높아진다. 그러나 리시브와 2단 연결이 모두 좋지 않으면 공격수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진다. 한국이 국제대회에 나가 가장 고전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일본과 접전을 펼치다가도 2단 연결의 차이로 인해 스코어가 순식간에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조혜정 감독관은 "제대로 된 역습을 하려면 상대방의 리듬을 살려줘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2단 토스가 매끄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 상황에서 언더가 아닌 두 손바닥으로 볼을 올릴 수 있는 습관이 중요하다. 오버 토스는 가장 중요한 기본기 중 하나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본기가 탄탄히 갖춰지려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조혜정 감독관은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훈련을 시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눈앞의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착실한 기본기를 가르치는 것이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대부분의 배구 지도자들은 "다 성장한 상태에서 배우는 기본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소년 시절부터 철저하게 기본기를 익히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 한, 프로리그의 경기력 향상과 국제대회의 선전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를 선수들에게 돌릴 수는 없다. 궁극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시스템이고 이러한 상황을 개선해 나가는 점이 한국배구의 과제다.

올 시즌에 들어서면서 여자배구 선수들도 공격적인 서브를 구사하며 적극적인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고무적이지만 프로리그의 경기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점도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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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흥국생명 (C)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 기자, 현대건설 (C)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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